하땅이 이야기_박성민

우리가 타고 있어요

나른한 봄날 오후

,

그리고 한산한 버스 안

.

창밖 풍경을 보고 있는데 차가 살짝 휘청거립니다

.

돌아보니 기사아저씨의 눈꺼풀에 졸음이 잔뜩 내려앉았습니다

.

어떡하지

,

알아서 깨시려나

..?

못본 척하고 싶은데 자꾸 신경이 쓰입니다

.

아저씨는 팔을 흔들고

,

목도 돌리며 잠을 깨려고 부단히 노력하십니다

.

그럼에도 봄 기운을 이기기에는 부족해 보입니다

.

'

주님

,

어떻하면 좋을까요

..'

가방 속을 뒤져보니 마침 껌이 있었습니다

.

되게 조심스러웠지만 껍질을 까서 아저씨에게 건내드렸습니다

.

아저씨

,

피곤하시죠

!

이것 좀 씹으실래요

?”

공동체에 속한 우리는 때론 영적 잠에 든 리더나 지체들을 보게 될 때가 있습니다

.

비틀 비틀 거리는 그 모습을 보면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

어떡하지

...

좀 깨면 좋겠는데

...’

그럼에도 애써 눈을 돌려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큽니다

.

때론 공동체를 생각하는 척 뒤에서 불평과 비난을 쏟아 내기도 합니다

.

'

그 사람 요새 왜 그런다니

?' ‘

우리 공동체는

,

우리 교회는 이래서 안되

.’

그런데 정작 한가지 사실은 잊고 있는 듯 합니다

.

우린 각자의 차에 타고

,

각자의 목적지를 달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같은 차에 올라

,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는 한 팀

(one team)

이라는 사실 말입니다

.

그 사람의 흔들림이 곧 나의 흔들림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

잠이 든 사람이 자꾸 눈에 보이십니까

?

아마 그건 하나님의 초청이실 겁니다

.

공동체를 위해 중보기도로 그를 깨우라는 초청말입니다

.

우리가 건낼 껌은 무례한 무관심이나 네편

,

내편을 가르는 비난보다

정중한 관심과 애통하는 기도여야 합니다

.

이 땅에 분노와 분열은 넘쳐나나

기도가 마르고 있습니다

.

하나님 나라를 향해 달려가는 이 나라에

,

이 교회에

지금

우리

가 타고 있습니다

.

혹시 졸고 있었을지 모를 누군가에게

이 글을 조심스레 건네드립니다

.

_

하땅이이야기

'

우리가 타고 있어요

'

를 그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