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땅이 이야기_박성민

사랑이 필요해

가기 싫은 학교갈 생각에 아침부터

괜한 엄마에게 짜증부리는 아이

집에서 살림만하는 자신이 제일 만만한지

남편과 아이의 온갖 짜증 참으면서 오늘도 아침을 짓는 어머니

오늘도 보기 싫은 상사 얼굴 애써 누르며

가족들 벌어 먹일 사명감으로 출근 하는 아버지

아침부터 쓰레기 분리수거 똑바로 안한다고

목청 높이는 동네아주머니

차를 이따위로 대놓냐고

전화로 소리치는 동네아저씨

출근하는 만원지하철에서

노약자석에 대한 일장연설을 늘어놓으시는 할아버지

그리고 그들을 무표정하게 쳐다보며

대한민국엔 별사람다있네, 이 나라는 인구조정안하나하고

그저 눈을 감는 사람들

웃음 없는 사람들

사랑에 서툴러져가는 사람들

가기 싫은 학교에서 겨우 벗어나 엄마한텐 학원간다하고

친구들이랑 술사들고 친구집에 가는 아이

저녁도 안먹고 학원간다는 아이와 오늘도 회식있다는 남편을

친구랑 몇시간째 통화하며 수다로 삭히시는 어머니

오늘도 어김없이 깨진 직장상사 욕하며

직장동료들이랑 2,3차 달리시는 아버지

아침에 쓰레기 분리수거로 한바탕하시고 들어가셔서

아침드라마부터 시작해 미니시리즈마무리하며

울고 웃우시는 동네아주머니

아침에 차를 이따위로 대놓냐고 한바탕하시던 아저씨는

저녁엔 집에들어가 집안살림을 이따위로 해놓냐고 한바탕하시고

무릎이 시려 관절약 붙이면서도 말동무라도 있는

노인 모이는 공원에 나가려 일찍 불을 끄시는 할아버지

그리고 그들을 무표정하게 생각하며

사는 게 다그렇지, 나 먹고 살기도 바쁜데하며

그저 마우스를 내리고 있는 사람들

웃으면서도 갈증내는 사람들

사랑에 목말라하는 사람들

세상에 사랑을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만

세상에 나에게 주는 사랑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만

하루 하루 돌아가는 팍팍한 세상에서 살다가

사랑을 하는 법도

사랑을 받는 법도

무뎌지고 잊어버리고 서툴러져가고

그렇게 점점 물없이 삶은 계란 먹듯 삶이 팍팍해지면

다른 것으로 채워보려고 풀어보려고

발버둥쳐보고 애써 노력해보고..

그럴수록 마음만 더 공허해져가고..

..어쩌면
오늘 나에게 이해못할 말과 행동을 했던
그 사람은
누구보다, 무엇보다 나의 사랑이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힘들겠지만
어렵겠지만
내가 먼저 다가가
그 사람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 주면 좋겠습니다
꼬옥 한번 안아 주면 좋겠습니다

힘들겠지만
어렵겠지만
나로 인해 사랑이 번질 수만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그 분께서 .. 내게 그리 하셨던 것처럼

'사랑이 필요해'를 그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