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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클수록 난감한 일이 벌어졌다. 왜 후회할 일을 하는거지?

실수를 통해서 배우길, 그리고 주님을 의지하게 되기를...

아이들이 클수록 난감한 일이 벌어졌다.
내게 보이는 친절함과 다정함과는 달리
자신의 결정을 고집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결정은 대체로 비슷했다.
바로 앞에 장애물들이 뻔히 보였고 지름길을 놔두고, 먼 길을 빙빙 돌아가는 것과 후회하게 될 것도 보였다. 그들이 못 보고 있을 뿐이었다.

내가 했던 시행착오를 그들이 하지 않기를 바랐다. 어리석은 지난날의 실수로 내가 잃어버린 시간, 놓쳤던 꿈, 허비했던 열정, 길기만 했던 방황은 내 인생 하나로 충분하기에 아이들은 그러지 않기를 바랐다.
내게는 일러주는 사람도 친절한 안내자도 없었다. 그래서 그럴 만했다고 치고, 이 아이들은 왜 내 안내를 받지 않는 걸까.

왜 돌아가려 하고
왜 놓치려고 하고
왜 후회하려 하는 것일까.

바로 그때, 마치 하나님의 음성처럼 내 마음에 들리는 말이 있었다.

에스더야, 그것이 인생이다.

네가 지금 아이들에게 주고자 하는 걸
인생이라고 할 수 있겠니?

인생에는 실수도 후회도 눈물도 있는 법이다.
나는 그것을 통해 이 아이들을
내게로 이끌 것이다.

어미의 생각을 존중하고 사랑하지만
자기 인생은 아니지 않은가.
이런 얼빠진 엄마를 하나님이 달래주셨다.

걔들이 타인이어서 그렇단다.

이 타인이라는 명사가 얼마나 실감 나게 다가왔는지 모른다. 갑자기 뚜렷하게 보였다. 그들이 타인이라는 사실이.

그래서 그랬구나.
그래서 내가 그렇게 애가 탔던 거구나.

타인의 인생을 내 맘과 생각과 뜻대로 움직이려니 그렇게 힘들었구나. 내 인생도 내 맘대로 되지 않는데
피차 얼마나 부대꼈을까.

내가 하는 게 아닌 것처럼 포장했으나 내용은 정확했다. 다 내 계획대로였다. 그들의 인생이 그들의 인생이 되도록, 그들의 인생이 하나님과 손잡도록 도와주고 본을 보였어야 했는데, 내가 두 손에 쥐고 흔들려 했다.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자식을 타인으로 보는 것.
처음 잠깐은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것처럼 쓰리고 아팠지만 곧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기쁨이 찾아왔다.
타인을 사랑하는 기쁨이 내 안에 찾아왔다.

이들을 위해 나는
오래 참고 싶고
온유하고 싶고
무례히 행하고 싶지 않고

나의 유익을 구하고 싶지 않고
모든 것을 참고 싶고
모든 것을 믿고 싶고
모든 것을 바라고 싶고 모든 것을 견디고 싶었다.

이들을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름길을 벗어나도 쫓아가서 발을 동동 구르지 않는다. 이 길에서 뭔가를 배우겠지, 지금 하는 실수에서 뭔가를 배우고 더 성숙한 사람이 되겠지, 생각한다.

물론 항상 잘되는 건 아니다.
충동적인 결정을 하는 것 같을 때 마음이 복잡해지기도 한다. 그래도 일단은 존중한다. 나도 그 나이에 그렇게 많이 알지 못했다. 그 나이에 할 수 있는 좌충우돌을 받아들이자. 다른 길이 있다고 이야기는 해준다.

좀 지나 보면 내가 했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같은 실수를 반복했을 때 내 조언을 떠올리고 순순히 마음을 정리하기도 했다. 그래, 다음에는 이러지 말자, 다짐하는 것 같았다. 얼마나 귀한가. 잘 배우고 지나간다는 것이.

꼭 지켜야 할 건 단호하게 말한다.

아들들은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꼭 그렇게 하겠노라 약속한다.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글쎄, 그것은 내 몫이 아니다. 아이들 몫이다. 그리고 하나님 몫이다.

그럼 부모는 뭘까. 뭘 하는 사람일까.

이들이 처음 가보는 길에 들어서서 두려움에 망설이고 있을 때 오 리든, 십 리든 함께 걸어가 주는 이웃,
세상에서 불어오는 냉기에 자기 몸을 감싸줄 겉옷을 찾을 때 기모 달린 속옷까지 챙겨주는 이웃이 되고 싶다.

같이 웃고 같이 우는,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이웃이 되고 싶다. 이게 다인 것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사랑하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나만 줄 수 있는 사랑을 아이들에게 다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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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랑하려고 산다 _ 최에스더>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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