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브리서 저자는 아벨의 전 생애를 단 하나의 행위로 압축한다.
곧 제사, 예배다.
“믿음으로 아벨은 가인보다 더 나은 제사를 하나님께 드림으로 의로운 자라 하시는 증거를 얻었으니 하나님이 그 예물에 대하여 증언하심이라 그가 죽었으나 그 믿음으로써 지금도 말하느니라”
- 히브리서 11:4
아벨의 믿음은 그의 삶 전부가 응축된 예배 행위로 표현되고 증명된다. 이것이 모든 믿음의 여정의 출발점이자 모든 믿음의 DNA의 기초가 되는 ‘예배의 DNA’다.
이어서 본문은 말한다. “하나님이 그 예물에 대하여 증언하심이라.” 어떻게 증언하셨는가? 성경은 그 방식을 적어두지 않았다. 갈멜산의 엘리야처럼 하늘에서 불이 내려왔으리라 상상해볼 뿐이다. 본문이 알려주는 것은 방식이 아니라 결과다. 하나님께서 아벨의 예물을 받으심으로 그의 믿음을 인정하셨다.
이 증언에는 두 겹의 의미가 있다. 첫째, 예물에 대한 증언은 곧 예배자에 대한 증언이었다. 아벨의 예물을 받으셨다는 것은 그 예물을 드린 아벨을 받으셨다는 뜻이다. 하나님은 예물의 가치가 아니라, 그 예물에 담긴 믿음이 붙든 장차 오실 어린양의 대속을 보시고, 아벨을 “의롭다” 선언하셨다. 그는 아무 양이 아니라 첫 양을 구별해서 드렸다. 우리의 예배도 다르지 않다. 하나님은 화려한 찬양이나 유창한 기도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그리스도를 의지하는 믿음과 가장 좋은 것을 드리려는 중심을 받으신다.
둘째, 아벨의 예물에 대한 증언은 동시에 가인의 길에 대한 경고였다. 한쪽 제단에만 불이 임했다는 것은 다른 쪽 길이 옳지 않다는 선언이었다. 자기 기준과 방식으로 나아오려는 가인의 길은 받아들여질 수 없음을 공적으로 선포하신 것이다. 하나님의 증언은 한쪽에는 축복이며, 다른 한쪽에는 심판의 기준이다.
그렇다면 아벨의 제사는 어째서 더 나은 제사였는가?
양과 곡물이라는 제물의 차이였는가?
아니다. 핵심은 ‘믿음으로’ 드렸다는 한 문장에 있다.
로마서 10장 17절은 “믿음은 들음에서 난다”고 말씀한다.
아벨이 믿음으로 드렸다는 것은 하나님께로부터 들은 말씀, 곧 그분이 원하시는 예배의 방식에 대한 계시를 믿고 순종했다는 뜻이다. 창세기 3장 21절을 펼쳐 보자.
“여호와 하나님이 아담과 그의 아내를 위하여 가죽옷을 지어 입히시니라” - 창세기 3:21
이 최초의 가죽옷 사건은 오랜 교회의 전통 안에서, 죄의 수치를 가리려면 죄 없는 생명의 죽음과 피 흘림이 요구된다는 사실을 예표하는 원형으로 이해되어 왔다. 적지 않은 신학자들이 이 장면을 원시 복음의 첫 그림자로 읽는 까닭이다.
아벨은 이 계시를 듣고 믿었다. 자신은 죄인이며 오직 하나님께서 마련하신 대속의 피로만 나아갈 수 있음을 믿었다. 그래서 양의 첫 새끼를 드렸다. 가인은 그 계시를 무시했다. 자기 방식대로, 자기 노력의 산물을 들고 섰다. 하나님이 정하신 길이 아닌 인간이 고안한 길로 나아가려는 모든 시도가 가인의 길이며, 모든 거짓 종교의 본질이다.
예배의 주객이 전도되는 순간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가인의 예배를 드린다.
예배의 관객은 하나님 한 분이시다.
우리는 무대 위의 배우이며, 삶과 찬양과 기도를 그분께 올려 드리는 예배자다. 그러나 어느새 관객석에 앉아 설교와 찬양을 평가한다. 예배의 중심에 하나님이 아니라 나의 만족이 들어선 것이다.
그렇다면 아벨처럼 예배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예배의 주인이 내가 아님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나의 만족이 아닌 하나님의 영광을 구하며, 그분이 기뻐하시는 모양으로 나아가는 일이다.
- 믿음의 DNA, 김다위
† 말씀
믿음으로 아벨은 가인보다 더 나은 제사를 하나님께 드림으로 의로운 자라 하시는 증거를 얻었으니 하나님이 그 예물에 대하여 증언하심이라 그가 죽었으나 그 믿음으로써 지금도 말하느니라
- 히브리서 11:4
† 기도
하나님 아버지, 저의 만족이 아니라 주님의 영광을 구하는 예배자가 되게 하옵소서. 저의 의와 공로를 내려놓고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만 의지하여 주님 앞에 나아가게 하시며, 어떤 손해와 어려움이 있어도 믿음으로 예배하는 삶을 끝까지 지켜 가게 하옵소서. 아멘.
† 적용과 결단
나의 만족이 아닌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예배하며,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만 의지하는 믿음의 예배를 드리기로 결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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