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이 말은 상담실에서도 들리고, 교회 현장에서도 끊임없이 울려 퍼집니다. 목회자는 설교를 마치고 교인과 눈을 마주치며 이 말을 조용히 되뇌고, 소그룹 리더는 모임을 마친 뒤 마음속 깊은 탄식을 삼키곤 합니다. 신앙의 언어로 표현하면 이 탄식은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바뀝니다.
“말씀을 열심히 들었는데도 왜 삶은 달라지지 않을까요?”
우리는 너무도 쉽게 “의지가 약해서”, 혹은 “믿음이 부족해서”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물론 의지도 필요하고 믿음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오랜 시간 심리학과 상담 현장에서 사람들을 마주하며 제가 깊이 깨달은 것은, 이런 진단이 때로는 지나치게 단순하고 가혹하다는 사실입니다.
많은 사람이 변화를 원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간절히 원합니다. 그러나 변화를 원하면서도 변할 수 없는 내적·정서적 조건 속에 갇혀 있을 뿐입니다. 문제는 ‘안 변하려는 것’이 아니라 ‘못 변하는 것’입니다. 변화가 일어날 수 없는 마음의 상태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
이 깨달음은 비단 상담실 안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평생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사람의 마음을 공부해 온 학자이자, 한 사람의 신앙인으로서 저 역시 이 깊은 딜레마를 경험했습니다. 지식과 이론을 쌓고 깊은 신앙을 원하며 기도했지만, 어떤 깨달음을 얻고도 여전히 예전 패턴으로 돌아가곤 했습니다. 두려움이 오면 마음을 닫아 버리고, 비난을 받으면 방어적으로 반응하며, 실패하면 자책에 빠졌습니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내와 자녀들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린 시절부터 익숙했던 미성숙한 방식으로 반응하는 제 모습을 보았습니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멈출 수 없었습니다. 이 모든 경험이 한 가지 질문으로 수렴했습니다.
“정말 내 믿음이 부족해서인가, 아니면 내 마음밭이 제대로 기경되지 못했기 때문일까?”
이 질문은 저로 하여금 신앙의 언어 아래 가려져 있던 심리적 토양의 문제를 깊이 탐구하게 만들었습니다.
신학은 “너는 의롭다”고 선언하지만, 상담은 조심스럽게 묻습니다.
“그 위대한 선언이 당신의 삶 속에서는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고 있습니까?”
이 질문은 신학을 부정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신앙이 머리의 확신에만 머물지 않고 몸과 마음, 그리고 관계 속에 진정으로 스며들고 있는지를 살피려는 성육신적 접근입니다.
예수님은 씨 뿌리는 비유에서 이 문제를 이미 명확히 진단해 주셨습니다. 주님은 말씀의 능력이나 진리성을 의심하지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이 비유에서 예수님은 밭의 상태에 대해서도 주목하셨습니다.
이를 오늘의 심리학 언어로 조심스럽게 풀어 보면, 길가밭과 같은 마음은 반복된 상처와 자기 보호로 마음이 굳어져 말씀이 스며들기 어려운 상태로 볼 수 있습니다. 돌밭과 같은 마음은 감동은 빠르지만 내면의 깊이와 관계적 안정감이 부족해 말씀이 오래 뿌리내리지 못하는 상태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가시밭과 같은 마음은 염려와 책임, 인정 욕구와 생존의 압박에 마음의 공간을 빼앗긴 상태입니다. 반면 옥토의 마음은 안전한 관계와 정직한 자기 대면 속에서 말씀이 머물고 자랄 수 있게 된 마음입니다.
세상의 모든 농부는 씨를 뿌리기 전에 먼저 땅을 갈아엎고, 깊이 박힌 돌을 골라내며, 무성한 잡초를 뽑아냅니다. 이것이 바로 ‘기경’(起耕)입니다. 토양이 준비되어야 씨앗이 뿌리를 내릴 수 있다는 생명의 법칙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영적 변화'라는 문제 앞에서는 이 원리가 자주 무시되어 왔습니다. 자녀나 학생의 마음이 어떤 상처로 굳어 있는지 살피지 않은 채 훈계를 던졌고, 성도의 영혼이 어떤 불안에 짓눌려 있는지 헤아리지 못한 채 복음의 메시지만 더 강하게 전하기도 했습니다. 씨앗은 좋았으나 밭이 준비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예수님은 우리 인간의 척박한 마음밭에 직접 들어오셔서 함께 쟁기를 잡으셨습니다. 사람들의 멸시와 자기방어로 딱딱해진 삭개오를 만나셨을 때, 주님은 정죄 대신 환대로 그의 이름을 부르시며 굳은 지표면을 녹이셨습니다. 수치심으로 숨어 살던 사마리아 여인에게 주님은 도움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다가가 그녀가 삶의 진실과 안전하게 직면하도록 도우셨고, 실패한 베드로에게는 추궁 대신 아직 남아 있는 사랑을 물으셨습니다.
상담은 신학의 경쟁자가 아니라, 이 성육신 교리의 사역적 실천을 돕는 통로입니다. 신학이 ‘왜 우리가 변해야 하는가’라는 생명의 방향을 보여준다면, 심리학은 ‘우리가 어떻게 변할 수 있는가’를 탐색하며 그 길을 가로막는 돌과 가시를 발견하게 합니다. 복음이 생명의 씨앗이라면, 상담은 그 씨앗이 마음밭에 뿌리내리도록 돌과 가시를 걷어내는 기경의 사역입니다.
- 마음밭 기경자, 한성열
† 말씀
여호와께서 유다와 예루살렘 사람에게 이와 같이 이르노라
너희 묵은 땅을 갈고 가시덤불에 파종하지 말라
- 예레미야 4장 3절
† 기도
주님, 내 마음밭을 기경하여 주세요.
말씀을 듣고 변화되는 삶, 그 삶으로 인해 내 마음에 복음의 생명이 심겨지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복음의 생명을 심는 삶을 살게 되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 적용과 결단
주님께서 내 마음을 기경하실 수 있도록 내 생각, 계획, 아집 등을 내려놓는 씨름을 하겠다는 결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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