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를 수 있다는 것 (마27:27-66)
오늘 본문은 예수님의 십자가 수난을 묘사합니다. 구약 시대, 가축 제사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는 죄인이 자신의 죄를 제물인 양에게 '안수'하여 전가하는 의식입니다. 이로써 인간의 죄가 흠 없는 양에게 그대로 옮겨지게 되고, 제사를 드리는 당사자는 그동안 지었던 과거의 모든 죄를 청산하게 되는 것입니다. 인류의 대속제물이 되어 어린 양으로 오신 예수님의 삶 속에서도 이와 같은 '죄의 전가'가 일어난 시점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 전가의 시점에 대한 세가지 신학적 견해가 있습니다.
첫째, 요한의 세례 시점으로 보는 견해입니다. 구약에서 가축의 머리에 안수하여 죄를 전가하듯... 인간의 손에 의해 안수하심을 받고 인류의 모든 죄가 예수님께로 전가되었다고 보는 것입니다.
둘째,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신 날 밤으로 보는 견해입니다. 그날 주님은 유난히 힘들어하시며 제자들에게 심히 고민하여 죽게 되었다고 토로하셨고, 땀이 피방울이 되도록 극도의 고통을 느끼셨습니다. 그래서 죄가 전가되는 실제적인 순간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셋째, 십자가 위에서 육시로부터 구시까지의 세 시간동안으로 보는 견해입니다. 이 시점에 하늘과 온 땅이 어두움으로 덮이고 하나님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신 순간이기에 명백히 죄의 형벌이 집행되는 시점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저는 세가지 견해 모두 맞다고 생각합니다. 요한의 세례를 통해 죄 전가의 '법적 절차'를 밟으셨고, 겟세마네에서 그 죄의 잔을 마시는 '내면적 수용'이 이루어졌으며, 마침내 십자가 위에서 죄의 형벌을 온몸으로 받아내시는 '실재적 죄 청산'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여기서 예수님이 성부를 부르시는 '호칭의 변화'를 유심히 살펴보며 은혜를 받습니다. 십자가에 못 박히시는 그 처참한 순간까지도 예수님의 입술에는 "아버지"라는 고백이 머물러 있었습니다.(눅23:34) 그러나 온 땅에 육시부터 구시까지 기이한 어둠이 덮였을 때, 비로소 절규에 가까운 외침이 터져 나옵니다.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마27:46) 그 순간만큼은 '아들'이 아니라, 세상 모든 죄를 한 몸에 짊어진 '죄인' 그 자체가 되어 하나님의 철저한 외면을 받아내신 것입니다. 그래서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하나님'이라는 차갑고 건조한 호칭으로 성부를 부른 것입니다. 완벽한 단절이자, 가장 고통스러운 죄 전가의 클라이맥스였습니다. 하지만 침묵과 어둠이 끝날 무렵, 기적 같은 반전이 일어납니다. 숨을 거두기 직전의 마지막 고백에서, 성부를 향한 호칭이 다시 "아버지"로 돌아온 것입니다.
예수께서 큰 소리로 불러 이르시되 아버지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 하고 이 말씀을 하신 후 숨지시니라 (누가복음 23:46)
만약 예수님이 끝내 '아버지'의 호칭을 회복하지 못한 채 죄인의 신분으로 죽으셨다면... 아마도 우리에게 부활의 소망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모든 죄의 값을 다 지불하신 후, 다시 '하나님의 아들'의 정체성을 품고 죽음의 심장부로 들어가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죽음을 뚫고 일어날 부활 생명의 근거가 되는 것입니다. 사망이라는 거대한 블랙홀은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 했지만, 그 중심에 자리 잡은 삼위하나님의 생명의 빛까지 가둘 수는 없었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정체성으로부터 터져나오는 생명력으로 사망 권세를 그 내부로부터 폭파시키며 부활하셨고, 죄와 사망권세는 하나님의 아들을 토해낼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이 사실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놀라운 진리를 던져줍니다.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모든 이들에게는, 그 어떤 절망과 사망 권세라도 내부로부터 붕괴시킬 수 있는 압도적 생명력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님의 자녀라는 신분은 단순한 위로가 아닙니다. 세상을 이기는 강력한 권세요 부활생명 그 자체입니다.
오늘 하루,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놀라운 자녀의 권세를 가지고 은혜의 보좌 앞에 담대히 나아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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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를 때
그 의미를 제대로 알고 부른다면...
더이상 우리의 삶은
이전과 같을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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