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나님의 사랑에 정복당한 사람 (마8:1-17)
로마제국에서 ‘백부장’이라는 신분은 군사적,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었던 매우 높은 위치의 계급입니다. 그러기에 식민지 백성인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백부장은 자신들을 무력으로 압제하는 매우 두려운 권력자로 여겨졌을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이 백부장은 당시 유대인들이 인식하고 있었던 백부장의 이미지와는 많이 다른 면을 보여줍니다. 자기 하인(노예) 중 하나가 병에 걸려서 죽어가는데 그 노예 한 명을 살리려고 애쓰는 것입니다. 당시 로마제국에서 노예라는 존재는 사람이 아닌 물건취급을 받았습니다. 병들어 죽게 되면 물건처럼 치워버리고 다른 노예를 갖다 쓰면 그만인 것입니다. 이러한 문화 속에서 이 백부장은 어떻게 이토록 겸손한 사랑을 실천할 수 있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예수의 소문을 듣고 유대인의 장로 몇 사람을 예수께 보내어 오셔서 그 종을 구해 주시기를 청한지라 이에 그들이 예수께 나아와 간절히 구하여 이르되 이 일을 하시는 것이 이 사람에게는 합당하니이다 그가 우리 민족을 사랑하고 또한 우리를 위하여 회당을 지었나이다 하니 (누가복음 7:3-5)
백부장이 유대 장로들을 통해 예수님께 도움을 청하였을 때… 유대 장로들은 예수님께로 나아와 적극적으로 백부장을 대변하며 그의 소원을 들어달라고 간절히 간청합니다. 유대 장로들이 이 백부장에 대해 이토록 호의적이었던 이유는, 그가 유대민족을 사랑하고 유대인을 위하여 회당을 지어주었기 때문입니다. 백부장은 처음에 유대인을 통제하고 다스리는 정복자의 신분으로 왔지만… 유대인들의 삶을 지켜보면서 랍비들이 종종 가르치는 하나님에 대해 간접적으로 들으며 믿음이 싹트게 된 것 같습니다.
백부장이 회당을 지어주었다는 건… 유대인의 마음을 사기 위한 단순한 처세술이 아닙니다. 유대인이 믿고 있는 여호와 하나님에 대한 공감과 믿음의 표시였던 것입니다. 이렇게 유대인이 믿는 하나님의 사랑에 감화되어 그는 자신의 삶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이미 실천하고 있었던 사람으로 보여집니다. 그래서 한갓 물건에 불과했던 노예 한 명을 그토록 지극 정성으로 돌보았던 것입니다. 그는 당시 예수님의 가르침을 회당에서 접하며 더더욱 큰 은혜를 받고 감화되었을 것이고, 단지 말씀만 하시면 무조건 복종하리라는 태도로 완전히 변화된 믿음의 사람이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백부장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오늘 본문의 백부장이 십자가 밑에서 예수님의 죽음을 지켜본 후 “진실로 이 사람은 하나님의 아들이었도다” 고백했던 바로 그 백부장과 동일인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 보곤 합니다. 여기에 대해 성경은 침묵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두 백부장 모두 예수님의 사랑에 정복당한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유대민족을 압제하는 정복자로 왔다가 하나님의 사랑에 압도되어 완전히 정복당한 사람들… 이들이 바로 오늘 본문에 나오는 백부장과 십자가에서 주님을 만난 백부장의 신앙고백일 것입니다.
예수님의 공생애의 삶을 멀찍이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이토록 한 사람의 생애를 송두리째 바꿔놓을 수 있었다면… 하물며 성령께서 내주하시어 삼위 하나님과 한 몸, 한 영으로 묶인 거듭난 자들의 삶이 변화되는 건 시간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하루도 나를 살게 하는 넉넉한 그 사랑을 흡족하게 누리며… 그 사랑에 정복되어지는 삶이 되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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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조건없는 사랑에 압도되어
완전히 정복당한 사람만이
복음으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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