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떡같은 삶을 찰떡같이 빚으시는 사랑 (창33장)
20년만에 에서와의 극적인 재회와 눈물의 화해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야곱 안에 남아 있는 두려움의 잔재를 확인하게 됩니다. 오늘 본문에 나타난 야곱의 말과 행동 이면에 흐르는 감정선을 따라가보면... 그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근원적 두려움과 여전히 빠르게 돌아가는 머릿속 계산기가 보입니다. 얍복 강가에서 하나님의 축복을 확인하고, 실제 에서와의 만남의 현장에서 그 축복을 실상으로 체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야곱의 마음에는 본능적으로 '머릿속 계산기'가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작동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합니다.
1) 안전보장보험(예물) : 에서는 선물을 거절하지만, 야곱은 간청하며 강권합니다(10-11절). 겉으로 볼 때는 형을 향한 사심없는 호의처럼 보이지만, 야곱의 내면으로 들어가보면 예물을 통해 형이 자신을 해치지 않도록 에서의 마음을 확실히 붙들어두려는 '안전 보장 보험'임을 알 수 있습니다.
2) 동정심 유발(자녀와 가축) : "함께 가자"는 에서의 제안에 야곱은 어린 자녀와 수유 중인 가축을 핑계로 삼아 정중히 거절합니다(13절). 약함을 노출하여 형의 동정심을 자극하고, 동시에 거리를 둘 명분을 찾는 '치밀한 심리전'입니다.
3) 거리두기(먼저 가소서) : "형님은 먼저 가소서, 나는 천천히 따르리이다"(14절). 형의 눈앞에서 벗어나야만 비로소 안심할 수 있는 야곱의 위축된 내면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4) 정중한 거짓말(숙곳 우회) : "세일로 가겠다"고 말해놓고 정반대 방향인 숙곳으로 향합니다. 두려움의 대상인 에서와 다시는 만날 일이 없도록 쐐기를 박는 결정입니다. '속이는 자'라는 그의 이름(야곱)에 걸맞게 남을 속이는 것이 내면화되어 있는 그의 모습이 보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러한 야곱의 개떡같은(?) 처세술을 찰떡같은 은혜의 재료로 삼아,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어 가십니다. 야곱은 에서가 두려워 세일행을 거부했으나, 하나님은 야곱의 두려움을 사용하셔서 그가 약속의 땅을 벗어나지 않도록 보호하셨습니다. 또한, 야곱은 숙곳에 안주하고 세겜에서 양다리 걸친 신앙으로 지체했으나, 하나님은 그 오랜 세월동안 "왜 아직도 벧엘로 안 가느냐" 다그치지 않으시고, 오히려 세겜에서의 처절한 실패를 통하여 야곱 스스로 '자신의 계산기'를 내려놓을 때까지 인격적으로 기다려주셨습니다. 하나님은 야곱의 불완전한 순종과 잔머리, 그리고 낭비한 것 같은 모든 세월들을 하나도 버리지 않으시고, 결국 야곱을 '이스라엘'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작품으로 빚어가시는 것입니다.
때로는 야곱처럼 두려움과 불안함으로 인해 머릿속 계산기를 두드릴 때가 참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그 한심하고 못난 개떡같은 삶의 조각들을 모아, 당신의 신묘막측한 솜씨로 하나하나 뒷수습하시며 가장 아름다운 작품을 빚어가시는 하나님의 찰떡같은 섭리 안에 있음을 믿습니다. 나보다 내 걸음의 속도를 더 잘 아시는 주님은, 오늘도 다그치지 않으시고 나의 '절뚝이는 보폭'에 맞추어 함께 걷고 계십니다. 나의 두려움조차 은혜의 도구로 쓰시는 그분의 섭리 안에서, 벧엘로 올라갈 용기를 얻어 발걸음을 뗍니다. 내 머릿속 계산기는 늘 정확하지 않고 틀릴 때가 많지만, 나를 빚으시는 하나님의 섭리는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는 정확한 이정표이기에... 오늘도 그 확실한 사랑의 언약 안에서 주와 함께 동행하기를 선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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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연약함과 두려움이
하나님의 언약을 삼킬 수 없고,
우리의 머뭇거림이
하나님의 열심을 막을 수 없습니다.
2026년 사순절은 하늘우체통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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