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적의 성문을 취하는 아가페의 반격 (창22장)
창세기 22장을 다룬 기독교 영화는 극적 감동을 위해 아브라함의 내면적 갈등에 집중합니다. 청천벽력 같은 명령 앞에 절규하고, 이삭을 끌어안고 오열하는 장면은 보는 이의 눈시울을 적십니다. 하지만 성경 본문은 의외로 아브라함의 감정에 대해 침묵합니다. 이는 우리가 인간적 연민에 매몰되어, 이 사건이 담고 있는 진짜 '본질'을 놓치지 않기를 바라시는 하나님의 의도일지도 모릅니다.
(창22장)을 올바르게 이해하려면 당시 고대 근동의 '인신 제사 문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몰렉이나 그모스 같은 이방 신을 섬기던 주변 나라들은 신의 노여움을 달래기 위해 자녀를 불태워 바치는 끔찍한 의식을 행했습니다. 하지만 아브라함이 지금껏 경험해 온 하나님은 인격적이고 길이 참으시며 존재적으로 사랑해 주시는 선하신 하나님이셨습니다. 그러기에 아브라함은 이삭을 번제로 바치라는 음성을 들었을 때 대번에 알아차렸을 것입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사랑의 성품에 어긋나는 명령이라는 것과 이 말씀을 하시는 하나님의 음성 이면에 말할 수 없는 어떤 변수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당시 아브라함은 '하나님의 벗'이라 칭함을 받을만큼(약2:23), 눈빛만으로도 서로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친밀한 관계였으리라 생각됩니다.
아브라함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아침 일찍 짐을 싸서 모리아산으로 향합니다. 산 중턱에서 종들에게 "우리가 번제를 드리고 함께 돌아오리라"고 선포한 아브라함의 마음에는 아마도 다음과 같은 두가지 믿음이 있었으리라 여겨집니다. 첫째, 하나님께서 이삭을 대신할 다른 무언가를 준비하셨으리라는 믿음(창22:8), 둘째, 설령 이삭이 죽게 되더라도 하나님께서 다시 살리실 것이라는 믿음(롬4:17)... 그러나 어떤 방식이든 상관이 없었습니다. 아브라함에게 중요한 건 '방법'이 아니라 '하나님은 선하시다'는 그분의 성품이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순종은 예측할 수 없는 절대자에 대한 거부할 수 없는 충성이 아니라... 사랑의 하나님과의 인격적 관계에서 비롯된 깊은 신뢰였던 것입니다.
우리가 익히 아는 것처럼, 이 사건의 결말은 이삭이 죽지 않고 하나님께서 친히 제물을 준비하시는 것으로 끝이 났습니다. 하나님은 처음부터 이삭을 죽일 계획이 없으셨습니다. 하나님의 마음에는 오직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십자가의 대속' 만이 있었을 뿐입니다. "이제야 네가 나를 경외하는 줄 알겠다"(12절)는 하나님의 고백은 아브라함 들으라고 하신 말씀이라기보다는... 이 사건 배후에 아브라함과 하나님 사이에서 충동질했던 사탄마귀 들으라고 선포하신 말씀이라 생각합니다. (창22:17)의 "대적(원수마귀)의 성문을 얻으리라"는 선포가 그 증거입니다. 마귀를 향한 하나님의 이 선포를 길게 풀어 쓴다면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보아라, 나의 사랑을 끝까지 신뢰한 아브라함을 보았느냐? 네가 장담하던 그 '조건부 믿음'은 그의 순종 아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는 공포와 두려움에 짓눌려 복종한 것이 아니라, 나를 향한 사랑과 신뢰에서 나온 믿음으로 너의 모든 참소를 잠재웠다. 네가 감히 이간질하려 했던 우리 사이의 사랑이 얼마나 견고한지 이제는 알겠느냐?이로써 네가 불법으로 지키려 했던 사망의 성문은 무너졌다. 이제 나의 벗 아브라함의 씨가 네 성문을 차지할 것이며, 장차 올 나의 독생자가 너의 머리를 짓밟고 영원한 생명의 길을 열 것이다. 이것이 나의 공의이며, 너의 참소를 영원히 멸하는 나의 완전한 사랑이다!"
결국 모리아 산의 여정은 우리에게 "하나님은 어떠한 분이신가?"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완벽한 해답을 제시합니다. 우리가 섬기는 하나님은 우리의 소중한 것을 빼앗아 충성을 확인하는 분이 아니라, 우리를 위해 자신의 가장 소중한 독생자를 미리 준비하시는 '여호와 이레'의 하나님이십니다. 아브라함이 칼을 든 손에 망설임이 없었던 것은… 자신의 결단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하나님이 죽음조차 생명으로 바꾸실 선한 분임을 훤히 알았기 때문입니다. 이제 더 이상 '무조건 절대자에게 충성해야 한다'는 종교적 압박과 두려움에 머물지 말고, 나보다 나를 더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조건 없는 아가페 안에서 참된 안식을 누리는 가운데 즐거이 순종해야겠습니다. 주님의 사랑을 신뢰하며 걷는 그 걸음 자체가 이미 완전한 승리이며, 사탄마귀의 모든 참소를 무력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신앙고백이 될 것을 믿어 의심지 않습니다. 할렐루야!
2026년 사순절은 하늘우체통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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