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일인지 노인이 너무 보고 싶었다.
만나서 따스한 국밥이라도 한 그릇 대접하고 싶었다.
이런 명절 연휴에 광인 같은 노인을 그리워하다니, 나란 존재도 문제적 인간인 것이다. 문득 누군가 집을 물었을 때 한남동이라고 했던 것이 떠올랐다. 무작정 한남동으로 갔다. ‘주님이 기뻐하시면 오늘 노인을 만나게 해주소서.’ 기도하며 버스에서 내린 한남동의 첫 번째 골목길을 들어섰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우연히 찾아들어간 골목길 저편에서 노인이 맨발로 걸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거짓말 같은 현실 앞에 순간 망연자실, 꼼짝 못하고 서 있었다.
영혼이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당신이 원하시면 노인을 만나게 해주소서.’ 기도하고 막연히 들어선 첫 번째 골목길이었던 것이다. 그 길에서 노인을 만난다는 건, 그 현장에 있는 나 외에 그 전율하는 느낌을 알 수가 없을 터이다. 그렇게 주님이 이 노인과의 만남을 엮으신 것이다. 누가 아니라고 우길 수 있는가. 차가운 기운을 잔뜩 머금은 거친 아스팔트 길을.
노인은 지상의 시간이 아닌 듯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그것도 이 영하의 추위를 맨발로…. 나는 이 순간을 어찌해야 좋을지 판단하지 못한 채, 노인을 향해 무심코 손을 흔들었다. 노인도 나를 알아봤는지 손을 흔들어주었다. 가슴에 안은 종이판 때문에 작은 몸짓이었지만, 멀리서도 정겨움이 묻어 있음을 알 수가 있었다. 그제야 카메라를 꺼내 노인을 찍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이렇게 추운데, 어디 가시는 거예요?”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이렇게 찾아주시고.”
동문서답이었지만 마치 당신을 찾아오는 나를 만나러 오는 길이라고 하는 말처럼 들렸다. 이렇게 찾아올 줄은 몰랐다는, 반갑고 상기된 표정이었다. 무언가 초월한 듯하던 평소의 분위기가 아니었다.
“요즘도 지하철에 나가셨어요?
날씨가 영하 10도가 넘었는데.”
“네, 자주 나갑니다.”
“힘들지 않으세요?”
“하나님의 은혜로 만사형통.”
참으로 간단하고도 명료한 대답이었다.
하지만 거짓 없는 확신과 기분 좋은 풍요함이 전해져왔다.
내가 걸머진, 화려해 보이나 허울뿐인 지식의 나부랭이가 그 앞에선 초라하게 느껴졌다.
“사람들이 할아버지보고 망령 든 노인네라고 하지 않나요?”
“더러.”
다 알고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 이렇게 나와서 무언가를 전하는 이들은 자신과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에 무지하고 무관심하다. 하지만 노인은 알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까닭 없는 안심이 되었다.
“그럼 뭐라고 하세요?”
빙그레 웃으며 노인이 말했다.
“그저 용서해주지 뭐. 잘 모르고 한 것이니까.”
노인의 발을 찍었다. 오래된 아스팔트보다 더 거친 발이다.
늦은 오후 햇살을 받아서일까. 그 발은 결코 추워 보이지 않았다.
세상의 거칠고 추운 기운을 다 흡수하는 발처럼 느껴졌다.
“그저 용서해주지 뭐.”
가슴 깊은 뿌듯한 숨이 들이마셔졌다.
이토록 명랑하고 기분 좋은 표현이 어디 있단 말인가.
정말이지 영하의 날씨에 얼어붙은 풍경들이 그 말에 녹아 춤을 추는 착각이 일었다.
“할머니는 계세요?”
“우리 집사람, 천사요.”
또다시 예상 못한 당황스런 습격을 받았다.
당연히 할머니는 안 계실 거라고 생각하고 물은 것이다.
이런 노인에게 할머니가 있다는 건 상상이 안 됐다. 그저 자식들에게 빌붙어 살거나 천덕꾸러기처럼 용돈이나 받아 지하철로 나오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우리 집사람, 물에 빠져 죽어가는 사람 뛰어들어 건져주고,
생명의 구원의 천사요.”
노인은 전에 보지 못한 어린애 같은 얼굴로 할머니 자랑을 시작했다.
“김포에서 고아원 할 때, 홍수가 나서 사람들이 물에 빠져 떠내려가는데,
모두가 무서워서 나서지도 못하는데,
우리 집사람이 뛰어들어 사람들을 살려내고 그랬지요.”
할머니가 너무 자랑스러워서 말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이것만은 이전의 짧고 명료한 대답이 아니었다. 이런 모습은 처음 보는 것이다.
“그럼, 할아버지는 천사하고 사시네요?”
“그렇죠.”
노인은 정말 천사하고 사는 양 뿌듯함으로 대답했다.
“하하하, 부럽습니다.”
“그러니까 나 같은 사람 참고 살지.”
노인은 광인이 아니었다. 이분은 분명 자신의 가는 길을 알고 가는 것이다.
할머니가 자신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것을 알고 있다는 말에 그런 확신이 들었다.
-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김우현
† 말씀
그는 선지자 이사야를 통하여 말씀하신 자라 일렀으되 광야에 외치는 자의 소리가 있어 이르되 너희는 주의 길을 준비하라 그가 오실 길을 곧게 하라 하였느니라
- 마태복음 3:3
† 기도
하나님, 오늘도 주님의 길을 준비하며 주님의 길을 곧게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주님을 경외하는 이들을 하나님께서 친히 보혈로 덮어주시고, 이 땅을 향해 계획하신 일들이 온전히 이룰 수 있는 새 힘과 능력을 부어주세요.
† 적용과 결단
오늘 주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을 기도로 구하고, 주님의 세밀한 마음에 작은 순종으로 반응하기를 결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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