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북경 코스타에서 내가 간증을 마쳤을 때, 한 자매가 다가와 물었다. “어떻게 해야 선교사님처럼 하나님 말씀을 들으며 살 수 있지요?”
한마디로 설명하기 쉽지 않은 주제였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전달해야 했기에 딱 한 가지만 설명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말씀하기를 원하세요. 주님은 ‘내 양은 목자의 음성을 듣는다’라고 하셨지요. 하지만 우리의 안테나가 주님으로부터 오는 소리를 잡기에는 너무 약해서 들을 수 없는 거예요.
안테나를 세우는 방법을 한 가지만 말한다면 ‘주님, 제게 말씀하십시오. 제가 듣고 순종하겠습니다’라고 기도하는 것입니다. 백 퍼센트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겠다는 결단 없이는 음성을 듣고 분별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많은 경우, ‘하나님, 일단 말씀해보세요. 들어보고 좋으면 그대로 하고요. 제 생각이 더 나으면 그때 봐서 절충하지요’라는 자세로 하나님의 뜻을 구하지요. 우리가 인생의 백지수표에 서명해서 주님께 넘겨드리기 전까지는 하나님의 뜻을 듣고 분별하는 걸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묻지 않는 이유는 그분으로부터 들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며, 듣지 못하는 이유는 순종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생 계획표를 백지인 채로 하나님께 넘겨드리기를 주저한다. 대신 하나님께서 우리가 작성한 계획표를 보시고 결재해주시길 바란다. 마치 사장실 문 앞에서 결재 서류를 들고 조마조마하게 기다리는 직원들처럼…. 우리가 인생 계획을 하나님께 맡기지 못하는 이유는 그분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단은 하나님의 성품에 대해 우리에게 거짓말을 한다.
“하나님께 네 인생을 거는 순간부터
너는 망하는 거야.”
“인생의 재미를 보는 건
이제 끝이야.”
“네가 하고 싶은
모든 일에서 손을 털어야 해.”
“너, 하나님이 다 내려놓고 아프리카 오지로 선교하러 가라면 어쩔 거니?”
세상의 주인 노릇을 하는 사단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가지라고, 꼭 붙들고 있으라고 유혹한다. 내려놓으면 모두 잃는다고 속삭인다. 하나님께 내려놓는 순간, 모두 잃을지도 모른다고 하며 후히 주시고자 하는 하나님의 성품을 의심하게 만든다.
그러나 하나님은 내려놓으라고 하신다. 우리가 내려놓을 때 그것이 진정한 우리 것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더 좋은 걸 주시기 위함이다. 우리가 내려놓을 때 주어지는 가장 좋은 건 세상이 줄 수 없는 ‘자유’와 ‘평강’이다.
나는 유학 생활과 몽골 선교를 통해 내려놓는 자는 반드시 하나님의 것을 받는다는 걸 계속 체험했다. 2005년 봄, 몽골 이레교회에서 개척한 베르흐 지역의 예배 처소를 방문하여 예배드리던 중의 일이다.
벌러르라는 자매가 예배 시간에 땀범벅이 되어 교회에 왔다. 몇 달 전 우리 팀의 기도로 듣지 못하던 귀가 열린 자매였다. 그녀는 예배 몇 시간 전에 소를 잃어버려서 찾아다니다가 예배 시간이 임박한 걸 알고, 소를 버려두고 말씀을 들으려 들판을 가로질러 달려왔다고 했다.
그때 나는 하나님께 그녀가 소가 아닌 예배를 택한 믿음의 결단을 부끄럽게 하지 말아달라고, 소를 다시 찾을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하나님께서 어떤 분이시며 무엇을 원하시는지 분명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이 자기 힘을 의지하다가 안 되면 자신의 실패지만, 하나님께 의지하다가 실패하면 하나님의 명예에 먹칠하는 거라고 선포하며 기도했다.
그런데 우리가 예배를 마치자마자 밖에서 소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놀랍게도 잃었던 소가 집이 아닌 예배 처소를 먼저 찾아왔다. 소가 아닌 예배의 기쁨을 선택한 소녀는 예배와 소, 두 가지를 함께 얻었다.
먼저 믿은 우리 중에는 이 자매처럼 소 대신 예배를 택하는 믿음이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예수님은 우리가 두 주인을 섬길 수 없다고 분명히 말씀하셨다. 이는 단지 두 주인을 섬겨서는 안 된다는 금지의 뜻이 아니라 둘을 섬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우리가 세상과 하나님, 둘 다 누리고 싶어 하는 건, 하나님을 잡고 있는 듯하지만 사실은 세상을 잡고 있는 것이다. 양쪽에 걸쳐 있는 사람은 결정적인 순간에 필연적으로 십자가가 아닌 세상을 택하게 되기 때문이다.
내려놓음의 길은 십자가의 길이다. 자기가 죽고, 나를 위해 죽으신 예수님이 내 안에 사시는 과정 중에 꼭 거쳐야 할 단계이다. 우리가 세상이 주는 가치관과 유혹을 내려놓을 때, 예수님의 소유된 백성이라 일컬음을 얻을 것이다.
-[리커버 에디션] 내려놓음, 이용규
† 말씀
너는 마음을 다하여 여호와를 신뢰하고 네 명철을 의지하지 말라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
– 잠언 3장 5, 6절
너의 행사를 여호와께 맡기라 그리하면 네가 경영하는 것이 이루어지리라
– 잠언 16장 3절
† 기도
주님을 온전히 신뢰함으로 내려놓음의 삶을 살아갈 때에 받는 은혜를 누릴 수 있기를 기도하며 나아갑니다.
† 적용과 결단
내려놓음의 삶을 통해 주님깨서 당신에게 채워주시는 은혜를 누리기를 기도하며 결단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