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자체가 연료이기에 조금씩 작아지다가 결국 없어집니다. 우리의 감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연료를 태우면 초가 없어지듯이 감정도 느끼면 사라집니다. 감정을 하나의 에너지라고 표현하면 이해하기 좋을 것 같아요. 에너지를 사용하면, 즉 감정을 느끼면 없어집니다.
어린아이는 울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울고 싶을 때 실컷 울지요. 하지만 자라면서 슬픔이나 아픔이라는 감정이 찾아오면 피하고, 도망가고, 억압하는 데 익숙해집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슬픔과 아픔이라는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는 법을 잘 배우지 못했습니다. 어떤 감정이든 그때그때 충분히 느끼면 해소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서 마음 깊이 오래도록 쌓일 때가 많습니다.
제때 해소되지 못한 감정은 어떻게 될까요?
알아서 사라질까요? 마음에 묻히고 마는 걸까요? 아니요, 마음에 쌓인 슬픔과 아픔의 감정은 그대로 남아 우리를 괴롭힙니다.
다른 사람들과 재밌게 지내는 동안에는 잠깐 잊을 수도 있지만, 홀로 있는 시간이면 슬그머니 감정이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뚜렷한 이유는 모르겠는데 괜히 슬프거나 갑자기 우울해지기도 하지요. 이런 감정 상태를 어찌할 줄 몰라 힘들어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정말 많습니다.
억압된 감정의 결과로 나타나는 행위 중 하나가 ‘자해’라고 합니다. 한 실태조사에 의하면, 한국 청소년과 대학생, 젊은 성인이 1번 이상 자해를 경험한 비율이 무려 20퍼센트 이상으로 추산된다고 해요. 저는 지금 ‘자해가 필요하다, 좋다’라는 말을 하는 게 결코 아닙니다. 자해의 이유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억압된 감정을 해소하기 위함임을 말하려는 거예요.
마음이 너무 아픈데 그 감정을 어떻게 느껴야 하는지 몰라서 몸을 아프게 하는 겁니다. 몸에 고통을 줌으로써 마음의 아픔을 느끼지 않으려 하거나 마음의 아픔도 같이 해소되기를 바라는 거지요. 이런 자해가 청소년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기도 한다는데, 어른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한때 저는 익명 사이트에서 마음이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묻는 질문을 하는 일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곳엔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갑니다. 수많은 사람이 자기 사연을 가감 없이 털어놓지요. 특히 늦은 밤이나 새벽이면 무르익은 감정이 쏟아져 나옵니다.
한 여성의 글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녀는 아는 오빠에게 성폭행당하고 임신을 했는데, 어디에도 말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배는 서서히 불러오는데 부모님이나 친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채 돈을 모아서 병원에 갔고, 그 앞에서 제게 익명 사이트를 통해 연락을 해왔습니다.
“저 어떻게 해요? 아기는 어떡하죠?”
절박한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그녀도 저도 정말 괴로운 시간이었지요. 당시 저는 그녀의 마음을 들어주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그리고 몇 달 후, 그녀로부터 고맙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덕분에 나쁜 마음을 먹지 않고, 평안을 얻었다고 하면서요.
기억나는 이야기가 하나 더 있습니다.
갑자기 새벽에 익명으로 상담 신청이 왔습니다. 지금 자신이 높은 건물 옥상에 있는데 뛰어내리고 싶다고요.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길을 가다가 소변이 급해서 그만 길에서 실수를 했다며 너무 부끄러워서 죽고 싶다는 거였지요. 저는 그의 이야기를 한참 듣고 질문도 하면서 그의 마음을 가라앉혔습니다. 시간이 좀 지나자 그가 말했습니다.
“뭐 다시 볼 사람들도 아니고, 에휴~ 모르겠다. 내일 삼겹살이나 먹어야겠어요.”
그렇게 웃으면서 무사히 대화를 마쳤습니다.
위 대화 내용을 공유하며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우리가 감정을 건강하게 해소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는 겁니다. 특히 슬픔, 아픔, 우울 같은 감정이 찾아오면 그 순간에 극단적으로 감정을 억압하거나 타인이나 자신에게 폭력을 가하곤 합니다.
하지만 꼭 알아야 하는 사실은,
그 순간에 감정을 제대로 느끼면, 그 감정은 초가 녹듯이 녹아 없어진다는 거예요. 다음 글을 소리 내어 읽어보세요.
슬프고 화나는 나를 사랑하고 받아들인다.
슬프고 화나는 나를 받아들이고 용납한다.
이렇게 자신을 충분히 위로해 주면 마음은 어느새 스스로 회복합니다.
저는 평생 이런 질문을 품고 살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슬픔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 깊은 아픔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그래서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습니다.
슬픔과 아픔을 충분히 느끼고 보내주라고요, 그런 자신을 받아들이라고요.
- 마음 돌봄, 정진
† 말씀
백성들아 시시로 그를 의지하고
그의 앞에 마음을 토하라
하나님은 우리의 피난처시로다 (셀라)
- 시편 62:8
† 기도
하나님, 슬픔과 우울의 감정을 외면하거나 억누르지 않고 마주하겠습니다. 주님 앞에 나아가 눈물을 쏟아내며 이 감정을 건강하게 해소하는 법을 배우길 원합니다. 마음의 렌즈를 그때그때 깨끗이 닦아 주님의 사랑을 온전히 누리게 해주세요.
† 적용과 결단
오늘 느낀 감정들에 당황하거나 자책하지 않고 따뜻하게 위로하며 충분히 느끼기 원합니다. 슬프고 화나는 나를 사랑하며 받아들이고 용납합니다.
† 함께 보면 좋은 영상 - 새벽 5시에 오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