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내가 하는 부탁에는 웃으며 거절한 적이 없는 이요셉 사진작가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요셉 작가라면 우리 아이들의 마음속 세상을 렌즈로 볼 수 있게 해줄 것만 같았다. 사실 ‘세움’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고 홍대의 작은 오피스텔까지 찾아와 기도해주고 축복해준 요셉 씨였다.
나는 무작정 요셉 작가에게 연락해서 말했다.
“세움의 아이들에게 사진을 찍게 해주세요.”
요셉 씨는 다행히 거절하지 않고 얼마간 기도해본 뒤 수락해주었다. 그리고 2018년에 요셉 작가와 세움 아이들이 함께하는 사진 동아리가 시작되었다. 요셉 씨는 아이들이 편하게 찍을 수 있는 카메라도 골라주었다. 아이들이 자신들의 동아리 이름도 짓고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빅 픽처’(Big Picture)라니, 아이들이 만든 이름이 너무 멋지지 않은가!
빅 픽처. 맞다.
우리 모두 하나님의 큰 그림 안에 있다. 아이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 마음의 수치심과 걱정, 근심 모두가 주님의 큰 그림 안에서 하나의 퍼즐이다. 그 퍼즐이 어떤 그림을 만들어갈지는 아무도 모르기에 우리는 그 퍼즐 하나하나가 다 귀할 뿐이다. 인생에서 어느 한순간의 퍼즐이 없어지거나 빠진다면 큰 그림을 맞춰갈 수 없기에 모든 순간의 퍼즐이 다 귀하다.
사진을 배우고 싶어 하는 열네 명의 청소년 아이들과 매달 만나 사진 이론을 배우고, 사진 전시회를 함께 보러 가고, 자신의 일상을 찍어서 다른 친구들과 찍은 사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여름방학 때는 정동진으로 일출 사진을 찍으러 무박 2일의 야외 촬영을 떠났다. 가을에는 서울숲에서 야외 촬영을 하며 계절을 담았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아이들이 찍은 사진이 꽤 많이 쌓여 아이들 스스로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골라 전시회를 열기로 했다.
그날 아이들은 지난 1년간의 사진 작업을 이야기하며 자신의 속마음을 나눠주었다.
“제가 처음에 찍은 사진에는 어두운 밤이 많이 나와요.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과 나무와 꽃, 빛을 담게 되었어요.”
생명이 있는 곳에 자신의 마음을 담아 사진을 찍으면서 주위 생명과 사물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고백이다.
“저도 처음에는 어두운 사진이 많았는데, 빛을 담기 위해 의도적으로 빛이 들어가게 사진을 찍었어요. 그랬더니 빛을 받은 꽃이 너무 예쁜 거예요. 이제는 환한 게 좋아졌어요. 그래서 ‘빛’을 주제로 사진을 전시하게 되었어요.”
사진을 통해 어둠에서 빛으로 나오게 된 친구의 고백이다.
“저는 디자인에 관심이 있었는데, 사진을 찍으면서 사진 쪽으로 진로를 정해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사진 동아리 활동을 통해 자신의 진로를 구체적으로 정하게 된 친구의 고백이다.
“저는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짐을 정리하는데 엄마랑 최근에 찍은 사진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아빠도 교도소에 계시고 한동안 함께 안 사셨으니 사진이 없고, 다 너무 어릴 때 사진인 거예요. 그래서 ‘아! 사진을 찍어야겠다. 기록이 있어야 기억에 남는구나’ 싶은 생각에 그때부터 평소에도 사진을 찍게 되었어요. 제 일상을 찍으면서 장소, 상황, 시간 이런 게 다 생생하게 기억이 남더라고요.”
그래서 사진이 좋아졌다는 친구의 고백이다. 집과 학교 말고는 갈 곳이 없던 친구들에게 사진 동아리 빅 픽처는 어느새 아이들에게 기다려지는 모임이 되었고, 아이들의 무기력하고 단조로운 삶에 활기를 불어넣어주었다.
“요셉 작가님이 그러셨잖아요. ‘사진은 맞고 틀린 것이 없다. 그러니 망설이지 말고 한번 해봐라. 망쳤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그대로 좋다.’ 그런 말들이 참 좋았어요.”
아이들과 함께한 사진 동아리 빅 픽처의 활동은 아이들이 인생에서 정답을 찾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사진 동아리 활동을 통해서 보이지 않는 아이들의 속마음을 엿듣고 서로 지지해주며 보낸 따뜻한 1년이었다.
- 꼭 안아주세요, 이경림
† 말씀
각각 자기 일을 돌볼뿐더러 또한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보아 나의 기쁨을 충만하게 하라 너희 안에 이 마음을 품으라 곧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이니
- 빌립보서 2:4~5
† 기도
주님, 감사합니다. 하나님의 큰 그림, 구원의 계획 가운데 초대해주시고 하나님께 가는 길을 걷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어두운 데서 빛의 세계로 불러내어 빛의 자녀처럼 행하라고 격려하시니 오늘도 주님의 기이한 빛에 힘입어 주님의 빛을 반사하는 주님의 자녀로 살게 하소서.
† 적용과 결단
오늘 하루가 주님의 큰 그림 안에 하나의 퍼즐이 되어 주님의 뜻이 온전히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하나의 퍼즐도 주님이 원하시는 모습이 되도록 주님의 자녀로 주어진 일상을 최선을 다해 살아가기 원합니다.
† 함께 보면 좋은 영상 - 새벽 5시에 오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