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누가 보든지 보지 않든지 아버지의 양을 신실하게 지켜냈다.
어느 날 사무엘이 기름을 부으러 왔지만 다윗은 그 자리에 초대받지 못했다. 하나님은 이새의 아들들 중에 기름 부을 자가 없다고 말씀하셨다. 사무엘은 급히 다른 아들이 있는지 물었고, 이새는 그제서야 양을 치던 다윗을 부른다.
그 때 만일 다윗이 양을 치지 않고 자리를 비웠다면 다윗을 찾지 못한 사무엘은 그냥 돌아가지 않았을까? 다윗은 그 날 하나님께서 사무엘을 통해 기름을 부으신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다윗은 사무엘의 방문을 의식하고 양치는 자리를 떠나지 않은 것이 아니다. 그는 그저 지루할 만큼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성실했을 뿐이다.
그런데 매일 반복되는 일상과 사소한 사건 안에 하나님의 뜻이 새겨져 있다. 물론 우리는 그 모든 하나님의 뜻과 그분의 섭리를 다 알지 못한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우리의 삶에 허락하신 모든 일을 사랑으로 받아들일 때, 하나님의 신비한 섭리가 우리의 일상에 이루어진다.
하나님의 섭리라는 보물은 삶의 곳곳에 숨겨져 있다.
사실 언제 어디서나 제공된다. 그것이 고난의 형태든지, 기쁨의 형태든지, 하나님은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으로 이끄시기 때문이다(롬 8:28). 하나님이 부재하시면 모든 것이 의미가 없지만, 하나님이 임재하시면 모든 것에 의미가 있다.
다윗이 골리앗과 일대일 전투를 벌이던 날도 그러했다.
다윗은 골리앗과의 싸움을 계획하지 않았다.
그 날 다윗에게 주어진 일상은 역시 양을 돌보는 일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버지 이새가 다윗에게 심부름을 시킨다. 그의 형들을 위해 음식을 전달해주라는 것이었다(삼상 17:17). 아버지의 심부름이야말로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아닌가? 그러나 이 사소한 일상이 위대한 승리의 시작이었다. 그렇다고 다윗이 그 사소함 속에 담긴 하나님의 섭리를 미리 깨닫지는 못한 것 같다.
다윗에게 중요한 것은 과거도 아니고, 미래도 아니며, 바로 현재 오늘 이 순간에 내가 순종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 하는 바로 그것이었다.
다윗은 지체하지 않고 아침 일찍 아버지의 명령을 준행하기 위해 떠난다.
지극히 작은 일상 속에 담긴 하나님의 뜻을 우리가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우리 안에 하나님의 거룩하신 뜻이 성취된다. 그러므로 우리 편에서 해야 할 일은 오직 거룩하신 하나님의 섭리하심이 우리 삶에 일어나도록 순종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목회할 때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들려왔다.
“목회를 제대로 하려면 더 큰 도시에 가서 해야 한다.”
“더 많은 이들이 복음을 들을 수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왜냐하면 사도 바울 역시 비시디아 안디옥, 빌립보, 아덴, 고린도와 같은 도시 중심으로 선교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뜻이 있다면, 작은 도시나 시골에 있을 수도 있고, 더 큰 도시나 더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 있을 수도 있다.
문제는 무엇 때문에 그곳에 가는지에 대한 동기요 목적이다.
또한 자신이 인생의 주인인 것처럼 어떤 방향을 미리 정해놓고 추구하는 것이 문제다.
나는 아직도 미숙하고 아둔하다.
여전히 사소한 일상에 담긴 그분의 손길을 알아차리지 못할 때가 너무 많다. 하나님께서 예기치 않게 주시는 명령에 즉각 순종하지 못할 때가 여전히 많다.
그러나 나는 캔자스라는 광야와 같은 시간을 통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하나님의 섭리적 손길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다. 지극히 작은 자를 통해 역사하시는 주님, 십자가의 길로 인도하시는 주님의 손길을 좀 더 민감하게 느끼게 된 것이다.
사람들에게는 각기 정해진 길이 있다.
베드로의 길, 요한의 길, 바울의 길이 달랐던 것처럼, 그리스도인들의 길도 각기 다르다.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한 길이다. 좁은 길, 십자가의 길, 순종의 길, 사랑의 길이다.
주님이 걸어가신 길이요, 주님과 함께하는 길이며, 주님을 향해 가는 길이기에 기쁜 길이요, 복된 길이다. 그 길을 주님과 함께 걷는다면, 그곳이 어디든 괜찮다. 어디에 있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 있느냐, 어디로 향하고 있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 섭리하심, 김다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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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씀
그 주인이 이르되 잘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적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을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할지어다 하고
- 마태복음 25:23
† 기도
하나님 아버지, 삶에서 드리는 작은 순종을 받아주시고, 그 작은 순종이 하나님의 역사에 귀하게 쓰임 받기를 원합니다. 일상에서 작은 것부터 순종하며 나아가게 해주시고 그 작은 마음을 놓치지 않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소서. 아멘
† 적용과 결단
주님이 부재하시면 모든 것이 의미 없음을 기억하며 작은 것 하나에도 순종함으로 살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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