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그것이 관계의 시작이다. 대화가 없는 관계는 있을 수 없다.
하나님께 묻는다는 것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분이라는 사실을 믿는 데서 시작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점점 하나님께 묻지 않게 된다.
하나님을 믿은 지 오래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증상이기도 하다. 힘들고 어려울 때가 지나고 몇 번의 성공을 경험했다거나 원하는 사역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부터 사람들은 스스로 일하기 시작한다. 경험과 노하우가 하나님께 묻는 것보다 더 빠르고 편리하고 정확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초대 왕이었던 사울은 전쟁을 앞두고 늘 초조해했다. 전쟁에서 이기면 좋지만, 만약 패하게 된다면 왕으로서의 체면과 백성들이 겪는 고통이 크기 때문이다.
그날도 사울은 전쟁을 나서기 전 사무엘을 기다리며 제사를 준비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사무엘이 나타나지 않자 그는 하나님의 종의 자리를 떠나 한 나라의 왕으로 변했다. 그리고 자신의 판단대로 제사장이 드려야 할 제사를 자신이 드렸다. 이 사건은 하나님이 사울을 더 이상 쓰실 수 없다는 결정을 하시게 된 일이기도 하다.
사울 왕의 입장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전쟁에 나갈 준비도 해야 하고, 군사들은 기다리다 지쳐 점점 대열에서 이탈하고 있는데 언제 올지 모르는 사무엘을 무작정 기다리는 것은 전쟁을 해야 하는 왕의 입장으로 좀처럼 쉽지 않은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사울 왕이 직접 전쟁을 위한 제사를 마친 직후, 사무엘이 도착했다. 사무엘은 사울 왕을 꾸짖고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지 않은 것을 질책했다.
하나님은 왜 사무엘을 지체하게 하셨을까? 제사를 드려도 전쟁에 나가야 하고 제사를 드리지 않아도 전쟁은 해야 하는데, 누가 언제 제사를 드리는 것이 왜 그리 중요한가? 어차피 전쟁을 해야 한다는 결론은 이미 알고 있는데 말이다.
여기에 순종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사울은 순종을 잃는 순간 나라도 미래도 자신도 하나님도 잃어버렸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 결과를 가져오는 과정에서 우리 마음의 중심의 움직임이 드러난다. 하나님은 그 중심을 보신다. 사울과 다윗은 왕이 되면서 그간 전쟁을 치르며 산전수전 다 겪은 탓에 익숙한 것에는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이는 실수를 범했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익숙한 것에 대한 우리의 태도, 여기에서 치명적 실수가 생긴다. 우리는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더 이상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익숙한 것을 자신의 능력으로 해내는 쾌감을 다시 느끼고 싶어 한다. 그 일을 이룰 수 있었던 것에는 하나님의 개입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나님께 묻는다는 것은 내 익숙함을 버리는 것이다. 내 익숙함을 의지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내 인생의 어떤 것도 내 의지나 경험에 의지해 판단하고 결정하지 않기로 하는 것이다. 사울의 결정적 실수는 그가 하나님께 순종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대로 제사를 드리고 전쟁을 치르며, 자신의 경험으로 나라를 다스리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가 전쟁에 실패하고 나라를 말아먹는 정치를 한 것이 원인이 아니었다. 사울은 나라를 꽤나 잘 다스리고 백성을 잘 돌보아 초대 이스라엘을 번성하게 했지만 하나님의 관심은 그의 순종에 있었다.
하나님은 사울이 백성을 잘 다스리는 유능한 왕이기보다 먼저 이스라엘의 진정한 왕이신 하나님께 순종하는 왕이길 원하셨다. 그러나 사울은 왕으로서의 익숙함에 젖어 하나님께 순종하기보다 자신의 판단을 선택했다. 익숙함에 젖은 사람은 절대 하나님의 음성을 들을 수 없다.
삶에 익숙해지면, 그 안으로 소리 없이 들어오는 죄를 감지해내지 못한다. 이것이 익숙함이 주는 함정이다. 당신 안에 있는 익숙함의 옷을 입은 사람, 그 사람은 하나님을 모른다.
† 말씀
사무엘이 이르되 여호와께서 번제와 다른 제사를 그의 목소리를 청종하는 것을 좋아하심 같이 좋아하시겠나이까 순종이 제사보다 낫고 듣는 것이 숫양의 기름보다 나으니 - 사무엘상 15장 22절
육신의 생각은 하나님과 원수가 되나니 이는 하나님의 법에 굴복하지 아니할 뿐 아니라 할 수도 없음이라 육신에 있는 자들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없느니라 만일 너희 속에 하나님의 영이 거하시면 너희가 육신에 있지 아니하고 영에 있나니 누구든지 그리스도의 영이 없으면 그리스도의 사람이 아니라 - 로마서 8장 7~9절
† 기도
주님, 내 삶의 익숙한 습관과 가치관으로 인해 먼저 주님께 물어보지 않고 행했던 모든 것들을 회개하길 원합니다. 언제나 먼저 주님께 뜻을 구하고 그 안에서 행하길 원합니다. 순종함으로 이끌어주옵소서.
† 적용과 결단
내 인생의 익숙한 것들을 내려놓고, 모든 문제를 주님의 관점으로 바라보며 주님의 뜻을 구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