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순진하고도 교만한 생각을 했다.
남편의 이력이면 에티오피아에서 직장을 얼마든지 구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때마침 남편에게 딱 맞는, 그 외엔 적임자가 없을 거라 생각되는 자리의 구인 공고가 났다. 앞서 언급했듯이, 큰 집을 얻으면서 집값은 어떻게든 해결될 거라는 계산의 근거도 그 직장이었다. 온통 ‘내가 벌어서’, ‘내 능력으로’ 주의 일을 하겠다는 생각이 가득했던 것이다.
그러나 남편은 그 자리에 가질 못했고, 우리 부부는 앞으로의 재정과 생활비를 어찌 감당할지 막막했다. 여전히 삶의 주체가 ‘나’에 머물러 있을 즈음, 실망감에 휩싸인 우리에게 박보영 목사님이 말씀하셨다.
“김태훈 선교사는 참 바보구나.
하나님이 더 크고 좋은 것을 예비해두셨는데, 왜 그것을 보지 못할까요? 나중에 분명히 더 좋은 것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고 찬양하게 될 거예요. 전혀 실망할 일이 아니에요.”
그 말씀을 소화하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지금은 이 모든 게 ‘Pace Mission’ 사역을 시작하기 위한 하나님의 준비 과정이었음을 안다. 이 사역은 ‘나의’ 사역도, ‘내가’ 결정한 것도 아닌 온전히 그분의 인도하심이었다.
그렇게 주님은 내가 깨지고 부서져 내 것을 다 비워내고 말라비틀어진 쪽박이 되어서야 진정한 2기 사역을 허락하셨다.
나는 산책을 무척 좋아한다.
지금은 몸이 불편해진 남편과 거의 할 수 없지만, 그와 함께 걷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었다. 남편과 보폭을 맞추고, 속도를 조절하고, 호흡을 같이하다 보면 마음마저 하나가 되는 기분이 들었다. 남편과 나는 성향이 반대여서 사사건건 부딪히지만, 그래도 한 걸음씩 맞춰나가는 인생이 재미나고 감사하다.
선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내가 어딘가에 가서, 내 제자를 키우고, 내 교회를 개척하고, 나의 활동 영역을 넓히는 것이 아니라 외부자로서 현지인들을 응원하고, 그들의 성장을 돕고 세워주며 뒤에서 격려와 힘을 더해주는 일이 바로 선교다.
부딪히고, 싸우고, 답답해서 힘들 수 있다. 같이 사는 남편과도 그런데, 언어와 문화와 환경이 너무도 다른 이 나라 친구들과 늘 신나기만 할 수는 없다. 그래도 혼자 해버리면 더 잘할 것 같은 일을 수고스러워도 같이 하며, 같이 걸어가야 한다.
예수님의 사역을 봐도 그렇다.
능치 못하실 일이 없는 분께서 온 인류를 한순간에 전도하실 수 있었지만, 굳이 나약한 인간의 모습으로 가장 낮은 자리에 태어나 어린아이로, 소년으로 부모 슬하에서 성장하셨다. 성인이 되고 고작 삼 년을 사역하시면서도 굳이 열두 제자를 양육하는 데 집중하셨다. 심지어 그중 한 명이 자신을 배신할 걸 알면서도 끝까지 사랑하셨다. 전도의 미련한 방법을 고집하셨고, 제자들을 기르는 데 몰두하셨으며, 세상 끝날까지 함께할 테니 복음을 들고 떠나라고 명하셨다.
그 핵심은 우리가 대단해서 가는 게 아니라 끝까지 우리와 ‘함께하시는’ 예수님이 계시다는 거다. 나와 함께해 주시는 예수님처럼, 우리도 에티오피아 형제자매와 손을 맞잡고 보폭을 맞추고 같이 호흡하며, 이 땅에서 허락된 사명의 시간 동안 함께 가보자 다짐한다.
- 마르투스 : 증인, 김태훈
- 이 책에서 선정된 문장을 써보세요 ♡
(태블릿 / 종이출력 모두 가능)
- 마르투스 20선 쓰기 PDF
→ https://mall.godpeople.com/?G=1700465805-0
더 다양한 은혜문장필사 보기
→ https://mall.godpeople.com/?GO=grace_sentence
† 말씀
너의 하나님 여호와가 너의 가운데에 계시니 그는 구원을 베푸실 전능자이시라 그가 너로 말미암아 기쁨을 이기지 못하시며 너를 잠잠히 사랑하시며 너로 말미암아 즐거이 부르며 기뻐하시리라 하리라
- 스바냐 3장 17절
너희는 강하고 담대하라 두려워하지 말라 그들 앞에서 떨지 말라 이는 네 하나님 여호와 그가 너와 함께 가시며 결코 너를 떠나지 아니하시며 버리지 아니하실 것임이라 하고
- 신명기 31장 6절
† 기도
하나님, 삶의 주체가 내가 아닌 아버지 하나님이 되게 하소서. 더 좋은 것을 항상 예비해 두시는 아버지를 잊지 않게 하소서. 또한 내 삶 가운데 늘 함께하시는 예수님을 기억하며, 나도 누군가에게 그와 같은 이가 되게 하시고, 그 주님을 전하는 자가 되게 하소서.
† 적용과 결단
나와 함께해 주시는 예수님처럼… 나도 주변의 형제자매와 손을 맞잡고 보폭을 맞추고 같이 호흡하길, 그리고 그들의 어려움을 나의 어려움처럼 생각하고 돕는 당신이 되길 결단합시다.
† 함께 보면 더 은혜로운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