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살 때였다. 가을이었다.
선한 사마리아인 설교를 들었다. 주일예배가 끝났는데도 말씀의 여운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설 수 없었다.
강도 만나 죽게 된 자를 내버려둔 제사장과 레위인이 바로 나 같았다. 살려야 할 사람들이 온 세상에 널려있는데 나는 무관심했다. 회개가 되어 교회를 뛰쳐나갔다.
한 주가 지났다. 다시 주일이 왔다. 청소년부 예배를 드리러 가는 길, 교회는 산꼭대기에 있었다. 길가에서 산으로 이어지는 초입에는 논과 밭이 있었고, 그 사이로 6층짜리 아파트 한 채가 서있었다.
5층 베란다에 할아버지 한 분이 휠체어에 앉아계셨다. 사실 그 분은 매주 그 시간, 그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것이 회개되었다. 말씀 때문이었다. 나는 “그를 보고 피하여 지나갔던” 제사장 같았고 레위인 같았다(눅 10:31,32).
교회에 예배 드리러 가는 길이라서 그를 그저 못 본 척 지나쳐 가기만 했었다. 말씀대로 회개했던 지난 한 주의 관성이 그대로 내 걸음을 5층 베란다로 밀어 올려주었다. 바깥에서 위치를 확인한 후 해당 호수에 가서 초인종을 눌렀다.
그 분의 딸로 보이는 분이 나왔다. “어머? 누구…?”
“안녕하세요. 혹시 베란다에 앉아계시는 할아버지 좀 뵙고 갈 수 있을까요?”
“어?”
“저는 주일마다 요 앞으로 지나가는 학생인데요, 매번 할아버지가 저기 앉아계셔서요.”
그 분의 안내를 받아 나도 베란다로 갔다. 멀리서 봤을 때는 몰랐는데, 가까이서 보니 많이 아파 보이셨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그 분은 불치병과 투병 중 병원에서 선고한 죽을 날을 받아놓고 기다리는 분이었다.
거동은 물론 말도 잘 못하셨다.
항상 아침에 베란다 창가에 앉아 경치도 보고 바람도 쐬는 것이 그 분의 낙이었다. 처음 만나는 할아버지였지만 나를 환영하고 반겨주셨다.
그 분의 딸은 과일을 가져왔다. 우리는 둘러앉았고 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 같았다. 다들 내가 왜 왔는지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나는 다짜고짜 기도하자고 했다.
“할아버지, 저랑 기도해요!”
나는 생각나는 대로 기도했다.
왠지 그동안 모른 척 지나다녔던 것이 죄송해서 눈물이 났다. “하나님 아버지! 할아버지를 살려주세요!아직 예수님도 모르고, 몸이 아파서 교회도 못 가요. 살려주세요! 여기 앉아서 꼼짝 못 합니다. 우리가 서로 만나서 감사합니다! 예수님 믿게 해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눈을 떠보니 나만 목이 멨던 것이 아니었다. 그 딸도 눈시울이 붉었다. 나는 왜 왔는지 정황 설명을 시작했다. 선한 사마리아인 비유를 들었던 일주일 전 주일예배부터 말씀드렸다. 그리고 그동안 모른 척 나만 예배 드리러 지나가버려 죄송하다고 사과도 했다.
그 자리에서 두 분 다 예수님을 영접하셨다. 예배는 끝나고 공과공부 시간이었다. 나는 있었던 일을 선생님에게 말씀드렸다. 그리고 그다음 주 주일예배를 마치고, 우리 반 6명이 모두 함께 그 할아버지 집을 찾아갔다.
그렇게 할아버지 방에 학생 6명이 둘러앉아 그날 주일예배 순서지를 펴놓고 예배를 또 드렸다. 할아버지가 많이 우셨다. 우리는 한 달에 한 번씩 방문해서 함께 예배했다. 그 분의 딸은 병간호로 교회 출석은 어려웠다.
다만 그날부터 매일 우리 교회 새벽예배에 나오기 시작하셨다.
살리는 기도자는 특별하거나 대단한 것이 아니다. 어린아이라도 살리는 기도자가 되어 살리는 일을 할 수 있다. 능력이 말씀에 있다. 살리는 힘은 사람의 것이 아니다. 주께서 모든 능력으로 말씀을 듣는 자들과 함께하신다.
믿음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도처에 죽을 영혼들이다. 예수님은 이미 우리를 살려놓으셨다. 그리고 살리는 일을 우리에게 맡기셨다. 이제 예수님의 일이 우리에게 왔다.
만약 우리가 살리는 기도를 하지 않는다면 그들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저 죽음에 ‘매여’ 살다, 죽음에 ‘매여’ 죽을 것이다(마 16:19).
자신의 죽을 일을 보라.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라.
지금은 기도할 때다.
† 말씀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
– 로마서 5장 8절
내가 천국 열쇠를 네게 주리니 네가 땅에서 무엇이든지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요 네가 땅에서 무엇이든지 풀면 하늘에서도 풀리리라
– 마태복음 16장 19절
† 기도
하나님, 강도 만난 죽게 된 자를 지나쳤던 사람이 바로 저입니다. 이미 저를 살려주셨고, 살리는 일을 맡기셨는데 외면했던 저입니다. 회개합니다. 모든 능력은 주께 있습니다. 그 주님을 의지하며 살리는 사명을 감당하게 하소서.
† 적용과 결단
살리는 기도는 특별하거나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주변의 힘든 사람들을 기도로 위로하며 살릴 수 있습니다. 모두가 염려와 좌절 속에 빠진 요즘, 지금이 기도할 때입니다. 우리 같이 기도합시다. “주님! 우리를 살려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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