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를 지나가고 있는 첫째 아들이
고등학교를 입학할 무렵 면도기를 사달라고
부탁을 해서 면도기를 구입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빠와 아들이 화장실에서
면도기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나보다 작았던 아이들이 내 키를 훌쩍 뛰어넘고
이제는 아빠 키를 뛰어넘는 성장을 하고
수염이 자라 면도를 한다고
아빠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보니 울컥했습니다.
사춘기를 지내는 아들에게
무언가 가르쳐 주려고 이야기할 때면
“내가 알아서 할게"라는 말을
늘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데
평소와 다른 모습입니다.
아빠한테 면도하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하더니
아빠가 면도크림을 바르면 그대로 따라 바르고
아빠가 면도기를 이 방향 저 방향 돌리면
아들의 시선은 아빠에게 고정된 채 잔뜩 긴장하며
한창 제멋대로인 아들이
아빠만 똑같이 따라 하는 모습을 보니
빙그레 웃음이 났습니다.
아빠가 말하는 것에 귀 기울이며 따라 하는 모습이
굉장히^^ 오랜만입니다.
남편도 면도하는 내내 흐뭇했다고 합니다.
하나님 아버지
내가 모태에서 나기 전부터
나를 미리 아시고 목숨을 내어
죽기까지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부를 내어 주신 하나님
나에게 더 이상 아낄 것 없다 말씀하시고
복 그 자체이신 하나님을
매일 삶 속에서 누리게 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나 아버지
나는 여전히 무자비하고 무인정함을 고백합니다
예수님을 바라본다면서 내 안에 계신
성령님의 음성을 무시하고
내 생각, 내 감정을 따랐던 것을 용서하여 주세요.
관계 가운데 내 말과 뜻이 받아 들여지지 않으면
화가 나고 사나워 졌습니다.
나 자신 스스로가 얼마나 악한 자인지
누군가를 손가락질할 필요 없음을 깨닫습니다.
나의 나 된 것은 아버지 은혜였음을
매일 깨닫습니다.
매 순간 나의 삶 속에서
나의 악함을 발견할 때마다
전과 다른 것은 그저 내 스스로 절망하며
내 인간적인 방법, 인간적인 노력, 인간적인 생각을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그저, 단지 아버지를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바라보는 것조차도 아버지 은혜였습니다.
나 자신 스스로도 역겹고 가증스러울 때
견딜 수 없었고 사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왜 예수님이 오셔야만 했는지
왜 십자가에 못 박히셔야만 했는지
왜 예수님 없이는 한 순간도
아니 살아도 살아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 매일 매일 나는 예수님이 필요합니다.
성령하나님, 내 안에서
이런 나를 위해 지금도
탄식하며 간구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가 가장 낮은 자,
이것이 은혜임을 깨닫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신실하신 아버지
내 지식을 넘어서는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언제나 나를 덮어 주시고 일으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저 내가 할 일은
한시도 빠짐없이 나를 바라보시는
하나님을 나도 날마다 바라보고
즐거워하며 누리는 것이
나의 평생에 최고의 복임을 알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