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누구보다 아버지께서 노발대발하셨습니다. “자식이 예수 믿는 것도 못마땅한데 목사가 된다니, 우리 가문에 무슨 저주란 말이냐. 그렇게 밥 먹고 살 직업이 없어서 하필 내 자식이 목사가 되려고 하다니….”
아버지는 분을 못 이기셨습니다. 그래서 까딱하면 몽둥이로 저를 두들겨 패며 때로는 메주를 달아놓는 곳에 저를 묶어 놓고 매질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동네 사람들 보기 창피하다고 바깥출입도 하지 않으실 정도였습니다.
어머니는 회초리로 때려보기도 하고 때로는 회유도 하셨습니다. 공무원이던 큰형님도 목구멍에 풀칠할 것이 그렇게도 없느냐고 야단하셨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어떻게 제 입장을 설명할 수 있었겠습니까?
이해의 차원과 영역이 달라 도무지 대화가 통하지 않는 가족들에게 어떻게 제 소명을 설명해야 한단 말입니까? 아무리 복음을 이야기해도 통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맞기도 많이 맞았습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마음이 얼마나 아픈지, 부모님께 죄송해서 죽을 지경이었습니다.
자식 교육 잘 시켜보려던 아버지께서 저 때문에 저렇게 기가 죽어 계시니 말입니다. 그래서 마음을 돌이켜보려고 하면 제 안에 계신 성령께서 용납을 안 하시는 것입니다. 성령께서는 제 마음이 조금만 흔들려도 질투하시듯 책망하셨습니다.
마침내 어느 추운 겨울 눈보라가 심히 몰아치던 날,
저는 어머니께 회초리를 맞다가 집을 뛰쳐나오고야 말았습니다.
“이 웬수 같은 놈, 예수가 밥 먹여주냐?
이 썩을 놈아, 뼈 빠지게 농사지어서 가르쳐 놓으니까 예수쟁이가 돼버렸어! 이놈아, 아예 나가버려! 나가서 살든지 뒤지든지 꼴도 보기 싫으니까 나가버려!”
저도 이럴 바에는 차라리 집을 떠나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들어 마침내 결단했습니다.
매를 맞다가 엉겁결에 집에서 쫓겨나오다 보니 내의도 못 입고 양말도 못 신은 채 봄 점퍼 하나만 걸치고 있었습니다. 그 추운 날, 10원 한 푼도 없이 손에는 오직 성경 찬송뿐이었습니다. 그날따라 왜 그렇게 날씨가 춥고 눈보라가 거세게 부는지, 그 매서운 눈보라에 온몸이 닭살이 되고 두 볼은 찢어질 듯했습니다.
막상 집에서 나오고 보니 왜 그리도 눈물이 비 오듯 쏟아지는지요. 저도 모르게 두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습니다. 얼마나 날씨가 추웠는지 흐르는 뜨거운 눈물이 금세 턱에서 얼어붙을 정도였습니다.
‘아! 이제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
갈 곳도 없이 그렇게 한참을 걷다 보니 폐문리 다리에 도착했습니다. 다리 위에 앉아 갈급한 심정으로 성경을 펼쳐 시편 121편을 읽었습니다. 순간 다시 한번 왈칵 눈물이 쏟아져나왔습니다. 눈물을 흘리며 쪼그리고 앉아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하나님! 저는 정말 하나님 편에 서 왔습니다.
이 어린 철부지가 하나님 뜻만 좇아 본토와 친척과 아비의 집을 떠났습니다. 그러므로 제게 아브라함과 같은 복을 주시고 오대양 육대주를 두루 다니며 복음을 증거하는 세계적인 종이 되게 하소서.”
그러자 마음속에 하나님의 위로의 응답이 뜨겁게 다가왔습니다.
“사랑하는 종아! 네가 읽은 말씀(시 121편)대로 내가 너를 지키며 인도하마. 지금 네 호주머니에 10원 한 푼 없어도 내가 너를 어떻게 먹이고 입히며 인도하는지를 보아라. 내가 장차 너를 참으로 귀하게 쓰고 위대하게 써주리라.”
저는 울먹이며 일어나 찬송을 부르며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하염없이 흘러내렸습니다. 눈물과 콧물이 범벅되고 감격과 서러움이 혼합되어 4중주의 노래가 나오고 있었습니다.
몸에 걸친 단벌옷이 내게 족하고
들고 나선 주의 말씀이 넉넉하여라
눈보라와 찬바람은 나를 때려도
주님 따라서 가는 이 길은 기쁘기만 하여라
왜 하나님께서 꼭 그때 그런 사건을 겪도록 하셨는가를 생각해봅니다.
그때 그런 시련을 안 겪어도 편하게 일반대학교를 졸업한 후 나중에 나이가 좀 들어서 부모님과 가족들의 제재를 받지 않고도 얼마든지 주의 종이 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그것이 다 오늘의 제가 되도록 하기 위한 하나님의 계획된 훈련이요, 앞으로 더 크고 비밀한 일을 베풀어주시기 위한 하나님의 연단의 과정이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맨발의 소명자, 소강석
† 말씀
그러나 내가 가는 길을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순금 같이 되어 나오리라
– 욥기 23장 10절
네가 물 가운데로 지날 때에 내가 너와 함께 할 것이라 강을 건널 때에 물이 너를 침몰하지 못할 것이며 네가 불 가운데로 지날 때에 타지도 아니할 것이요 불꽃이 너를 사르지도 못하리니
– 이사야 43장 2절
다만 이뿐 아니라 우리가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나니 이는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
– 로마서 5장 3~4절
† 기도
오직 주님에 대한 믿음으로 고난이 다가와도 끝까지 이겨내며 살아낼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주님을 따라 가는 길에 어려움이 올지라도 인내하며 기쁨으로 걸어가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주님이 주신 소명을 붙잡고 승리하는 삶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 적용과 결단
주님께서 당신에게 주신 사명을 붙잡고 나아갈 때 어려움이 올지라도 끝까지 인내하며 소망의 주님을 붙잡고 달려가는 삶이 되기를 기도하며 결단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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