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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비의 행복문답

마음을 쏟아놓는 기도

From 한나 (사무엘의 어머니)

내 남편 엘가나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이었어요. 매년 세 번씩 의무적으로 지키는 절기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가 따로 시간을 내서 하나님께 예배했으니까요. 게다가, 남편은 자상한 사람이었어요.

남편이 믿음 좋고, 자상하고, 부자였으니까 남부럽지 않게 살았을 거라고 생각하면, 저는 억울해요. 저는 남들이 모르는 슬픔을 마음속 깊이 간직한 채로 살았어요.

내 인생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단 한 번도 행복한 적이 없었어요. 겉만 번드레 한 인생이었어요. 마음은 텅 빈 채로, 쓸쓸하게 살았어요.

남편의 사랑의 의심하지는 않았어요. 남편의 진심도 알았고요. 하지만, 남편이 내 모든 고통을 해결해 줄 수는 없잖아요.

나는 아이를 못 낳았어요. 남편이 따로 얻은 브닌나라는 여자는, 남편이 내게 눈빛을 주는 것조차 견딜 수 없어했어요. 아이를 못 낳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나를 못살게 굴었죠.

나는 당당할 수 없었어요. 내가 살았던 시대에, 아이가 없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만큼 괴로운 일이었어요. 사람들의 동정하는 눈빛, 쯧쯧 혀를 차는 소리…. 나는 위축될 수밖에 없었어요.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 나 혼자 이방인 같더라고요. 도저히 함께 할 수 없었어요. 내가 식탁에서 일어나자, 남편은 걱정스러운 듯 말하더군요.

“여보, 왜 그래요? 왜 이렇게 슬퍼하세요? 자식이 없으면 어때요. 내가 당신을 사랑하잖아요. 나 하나로 만족 못 해요? 더 이상 슬퍼하지 마세요.”

남편이 걱정해 주는 건 고맙지만, ‘저렇게 눈치가 없나’ 속상하더라고요. 눈물을 참을 수 없었어요. 간신히 눈물을 참고 자리를 벗어났어요.

하나님 앞에 나아가, 세상이 떠나가라 엉엉 울었죠. 참았던 설움이 터져 나왔어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면서, 하나님께 따지듯 물었어요.

“하나님, 내 마음을 이렇게 모르세요? 남편이 저를 사랑해도, 저는 행복하지 않아요. 가슴이 뻥 뚫려버린 것처럼 외로워요. 하나님은 내 모든 필요를 아신다면서요? 도대체 저한테 왜 이러세요.”

엎드린 채로 한참을 기도했어요. 그때, 엘리 제사장이 나에게 다가와, 걱정스러운 듯이 말했죠.

“이보시오. 술을 먹고 기도하면 하나님이 들어주시겠소? 언제까지 취한 채로 살아갈 것이요. 하루라도 빨리 술을 끊으시오.”

저는 당황했어요. 남편도, 하나님도 내 마음을 몰라주는데, 제사장마저도 내 마음을 모르니,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거잖아요.

나는 울먹이며 말했어요.

“아니에요, 제사장님. 저는 술을 마시지 않았어요. 너무나 큰 고통을 겪고 있어서, 하나님 앞에 마음을 쏟아놓으며 기도했어요.”

엘리 제사장은 내 얼굴을 유심히 살피더니, 그제야 실수를 깨달았어요. 어찌할 바를 몰라 우물쭈물하다가 민망한 표정으로, 내게 축복의 말을 전해주었죠.

“그러셨군요. 이제 평안하세요. 하나님께서 당신이 원하시는 것을 허락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을까요? 엘리 제사장이 그렇게 말했을 때, 내 마음에 평안이 찾아왔어요. 하나님께 직접 응답을 받은 건 아니지만, 사람을 통해서라도 위로해 주시는 하나님께 그저 감사했죠.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마음에 평안이 찾아왔어요. 얼굴을 씻고, 밝은 얼굴로 가족에게로 돌아가 함께 식사를 했어요.

솔직히 말하면, 그동안 가족이라고 해도 나는 가족과 섞이지 못했어요. 언제나 이방인 같은 심정이었거든요.

남편 엘가나, 브닌나, 그리고 그들의 자녀들. 나는 그 사이에 덩그러니 혼자 존재했죠. 그들이 하하 호호 웃을 때마다, 그 웃음소리에 짓눌리는 것처럼 가슴이 답답했거든요.

하나님께 마음을 쏟아놓고, 엘리 제사장의 위로를 듣고, 다시 내 삶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다시 한번 희망으로 살아갈 용기를 얻었어요.

그로부터 1년 후, 하나님은 정말로 내게 아들을 주셨어요. 하나님은 내 모든 슬픔을 아시고, 내 모든 필요를 채워주시는 하나님이세요.

훗날 나는 깨달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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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앞에 마음을 쏟아놓고 그저 울었을 뿐인데, 하나님은 그것을 참된 믿음으로 인정해 주신다는 사실을요.“마음을 쏟아놓다”는 말과 “믿는다”는 말이 같은 뜻이더라고요.

아무도 당신 마음 모를 거예요. 남편도 가족도, 친구도, 목사님도 당신이 왜 우는지 몰라요. 하지만, 슬퍼하지 마세요. 하나님은 아세요.

당신이 울부짖으며 하나님을 찾을 때, 하나님은 듣고 계세요. 하나님이 침묵하셔도, 하나님께 마음을 쏟아놓으세요. 당신의 기도는 땅에 떨어지지 않아요. 하나님이 당신의 마음을 위로하시고, 당신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채워주실 거예요.

당신을 위해 기도할게요. 오늘 하루도 포기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