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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인정해주는 말 한마디를 원했던 것 뿐인데...

결혼생활 10년이 훌쩍 넘었는데도 여전히 서로를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얼마 전 크게 싸운 적이 있었는데, 한참 뒤 이야기를 나누며 조심스럽게 ‘나는 내가 하고 싶은걸 강하게 시그널을 보냈는데… 네가 알아채지 못해서 화가 났어..”라는 말에 당황스럽기도 하고 놀라기도 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직설적으로 이야기할 때 상대방이 거절할까봐 혹은 나의 자존심 때문에 돌려 말했다가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한 걸로 결국 더 크게 마음이 상한 거였습니다. 함께 한 시간 이상으로 서로에 대해 알아가려는 노력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내가 아내를 아내로만 보는 순간, 문제가 나타난다. 아내가 나를 남편으로만 보는 순간 역시 문제가 생긴다. 아내는 아내 이전에 여자다. 나도 물론 남편 이전에 남자다.

우리 부부는 아주 장시간에 걸쳐서 이 차이를 찾아냈다.
남녀의 차이에 관하여 잘 정리한 책이 많지만, 우리 부부만의 차이점을 알고 싶었다. 갈등의 대부분은 남녀의 차이를 모르거나 무시하거나 배려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우리 부부가 가장 많이 한 대화는 남자와 여자의 차이가 우리에게 어떻게 작용하느냐는 것이었다.

대학생들에게 설교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아내는 조수석에 앉아서 무엇인가 골똘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점점 집에 가까워지는데, 차츰 짜증이 났다. 참지 못하고 내가 한 마디 했다.

“성경을 읽어보면, 피리를 불어도 춤을 추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
“예수님이 말씀하신 내용이잖아. 그런데 왜 그말을 하나?”
“당신이 그런 사람 같아.”
“뭐라고? 아니,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갑자기 기분 나빠지네.”
“아니, 그런 것 같다고.”
“무슨 말이 그래? 내가 언제 그랬어?”
“….”
“아니, 말 좀 해봐. 내가 언제 그랬다는 거야.”
“….”
“혹시, 당신! 내가 오늘 설교를 잘했다고 말해주지 않아서 삐친 거야? 그런 거야? 정말?”
“….”
“아! 당신 너무하네. 내가 지금 그걸 생각하고 있었다고. ‘오늘은 또 뭐라고 칭찬을 해주나?’ 그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그런데 정말….”
“….”

나는 할 말이 없었다.
내가 설교를 열심히 했고 학생들도 좋아했는데, 도대체 아내가 설교를 잘했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나도 몰랐는데, 점점 짜증이 나는 원인이 아내의 칭찬이 없어서였다. 그건 분명했다.
그런데 노골적으로 아내에게 칭찬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알아서 칭찬해주길 기다리고 있는데, 아내는 무엇인가 생각만 하고 있었다. 교차로 몇 개만 지나면 집에 도착하는데, 아내는 아무 말 없이 그냥 집으로 들어갈 것 같았다. 집에 들어가면 아내가 바빠질 게 뻔했다. 아이들을 챙겨주고 잠자리를 정리하고 씻고 잠을 자겠지.

“당신이 잘했다”는 그 간단한 말을 해주면 좋을 텐데, 오늘도 그냥 지나가는구나 생각하니 화가 났다.
그래서 피리를 불어도 춤을 추지 않는다는 성경구절에 빗대어 아내를 비꼬았다.

“당신! 정말 너무하네. 아무리 생각해도 화가 나네. 내가 당신이 설교를 잘했다는 말을 해주려고 생각 중이었는데…. 그래도 그렇지, 이제는 성경구절로 나를 공격하다니, 어떻게 그럴 수 있어?”
아내는 너무 억울한지 말을 쏟아내고 한참 동안 침묵했다. 그렇게 우리는 집에 도착했다.

쉽게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던 아내가 벌떡 일어나 나를 흔들었다.
“당신! 좋아! 설교 잘했어. 학생들도 좋아하더고만…. 발음도 좋았고, 내용도 좋았고, 깊이가 있었어.
나도 은혜를 받았다고. 그런데 항상 그 말이 듣고 싶은 거야? 아니, 지난번에 잘했다고 말했잖아. 또 듣고 싶은 거야? 그럼 설교할 때마다 설교 잘했다고 말해줘야 하나? 당신이 어린아이야? 왜 그러는지 진짜 궁금하네. 당신만 그런 건가 아니면 모든 남자들이 다 그러는 건가?”
“….”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생각만 계속했다. 일반적 현상인지 나만의 문제인지 나도 알고 싶었다.
‘흔히 말하는 유년기의 결핍에서 비롯된 걸까?’ 그런데 나는 유년기에는 별로 결핍이 없었다. ‘부모님께 인정받지 못했었나?’ 그것도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부모님은 좋은 분이셨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우리 가족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내가 집을 나와서 혼자 생활하는 시간도 많았지만, 부모님은 나를 많이 인정해주시고 자랑스러워하셨다.

내가 잘했다는 말을 아내에게 듣고 싶은 것은 마치 본능 같았다.
우리 부부는 이 문제를 가지고 각자 하나님께 물어보기로 하고, 다음 날 아침에 이야기하자고 했다.

“여보! 기도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들었어?”
“응, 기도했는데….”
“그런데?”
“하나님이 이상한 말씀을 하시네.”
“무슨 말씀?”
“하나님도 그런 말을 듣고 싶다고…. 하나님도 그분이 하신 일에 대한 칭찬을 듣고 싶다고 말씀하시네. 사람이 하나님을 칭찬해야 하나? 칭찬할 수 있나?”
“글쎄…. 감사하다는 표현을 말하는 것 아닌가? 찬양한다는 것도 비슷한 의미 같아. 그런데 우리 문제는 어떻게 들었는데?”
“그러니까, 하나님이 나에게 말씀하신 것은 ‘나도 그런 칭찬을 듣고 싶으니까, 네 남편을 칭찬해라’ 그 말씀이라니까. 당신이 문제가 아니라 남자는 그런 말을 들어야 한다는 뜻인 것 같아.”
“….”
“왜 그래? 우는 거야?”
“….”
내가 설교하고 나서 칭찬을 듣고 싶어 하는 것은 정상이었다. 결핍이 있어서 그것을 채우려는 것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라고 하나님이 인정해주셨다. 나는 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날 이후에 우리는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왜 나는 무슨 일을 하고 나서 그렇게도 칭찬받기를 원하는가?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해야 하는데, 나는 아내에게만큼은 인정을 받고 싶어 한다.
나만 그러는가, 모든 남자가 그러는가? 남자가 인정을 받고 싶어 한다면 여자는 무엇이 필요할까?’
<하나님의 부부로 살아가기>홍장빈·박현숙 p1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