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로의 공주의 아들로서 누릴 수 있는 편안한 삶을 버리고 노예로 살고 있는 하나님의 백성 이스라엘과 함께 고난받는 길을 기쁘게 가기로 결단한 모세의 믿음을 묵상했다.
그러던 중 실타래처럼 얽혀 있던 진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었다.
“그래, 나도 모세처럼 살자. 어차피 한 번밖에 없는 인생, 주님께 내 인생을 온전히 드리자.”
나는 한의사로서의 삶을 내려놓고 선교 단체에서 사역자로 온전히 헌신하는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이 결단을 하자 나를 짓누르던 마음의 번민과 갈등은 이내 사라지고 하늘의 평강과 위로 그리고 확신이 임했다.
하나님의 은혜와 인도하심 가운데 졸업 후의 진로를 확정할 수 있었지만, 내 앞에는 반드시 건너야 할 홍해와 같은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런 나의 결정을 아버지에게 말씀드리는 것이었다.
이것이 무슨 문제인가 싶겠지만, 내게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사역자의 길을 가려고 결심하는 데에도 100일간의 작정기도가 필요했다. 하물며 예수를 믿지 않는 아버지에게 졸업을 앞둔 아들이 한의사가 아닌 생뚱맞게 복음전도자가 되겠다고 말한다면, 아버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충분히 예상되었다. 그 어떤 신실한 장로님이라도 자신의 아들이 이런 결정을 했다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아버지는 졸업 후의 진로에 대해 힘없는 목소리로 물으셨다. 아무래도 그동안 내가 선교 단체에 완전히 빠져 산 것을 아시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염려하시는 것 같았다. 나는 아버지의 충격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은근히 돌려서 말했다.
“아버지, 아무래도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이미 내 말의 뜻을 정확히 아셨다. 이튿날 아버지는 아무 말씀도 없이 홀연히 집을 나가셨다.
아버지가 행방불명된 지 일주일이 지났을 때, 우리 가족은 실종 신고를 심각하게 고려했다. 그런데 때마침 아버지가 무척 초췌한 모습으로 집에 들어오셨다.
몇 날 며칠을 못 드시고 못 주무신 것처럼 보였다. 아버지는 나를 보자마자 작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아들… 없는 셈… 치겠다. 네 인생이니 네가 원하는 대로 해라.”
이때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은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귓가에서 맴돈다. 그 목소리의 떨림과 그 톤까지 그대로…. 아버지는 일주일간의 고뇌와 번민 끝에 하나밖에 없는 아들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으셨다. 믿지도 않는 아버지가 ‘내려놓음’을 실천하신 것이다. 심지어 아버지는 내게 차라리 정식으로 신학교에 가서 목회자가 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권유하셨다.
사실 아버지는 거의 자포자기하신 듯했다. 아버지는 그동안 나를 집에서 쫓아내기도 하고, 등록금을 내주지 않겠다고 협박하기도 하셨다. 한번은 선교 단체를 직접 찾아가 리더십과 언성을 높이며 싸우기도 하셨다. 그러나 그 어떤 방법으로도 하나님께 완전히 붙잡힌 아들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고, 결국 아버지가 염려했던 최악의 상황, 즉 졸업을 앞둔 아들이 한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복음전도자가 되겠다는 폭탄선언에 망연자실해져서 모든 것을 내려놓으신 것이었다.
그날 밤, 나는 밤새 뒤척이며 한없이 흐느끼기만 했다. 자식에 대한 최소한의 기대마저 내려놓아야 하는 아버지의 심적 고통을 모르는 바 아니었고, 그렇다고 해서 내가 하나님 앞에서 가기로 확정한 복음전도자의 길을 포기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부모님의 마음에 감당하기 힘든 상처와 아픔을 안겨드린 것 같아 내 마음은 한없이 무거워졌다.
잠 못 이루며 번민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그 순간 하나님은 마가복음 10장 29,30절 말씀을 통해 나를 찾아오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나와 복음을 위하여 집이나 형제나 자매나 어머니나 아버지나 자식이나 전토를 버린 자는 현세에 있어 집과 형제와 자매와 어머니와 자식과 전토를 백 배나 받되 박해를 겸하여 받고 내세에 영생을 받지 못할 자가 없느니라 (막 10:29,30)
예수님을 믿어도 누구나 이렇게 살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복음을 위해 살고자 한다면, 아브라함이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날 때 겪은 동일한 아픔을 우리도 감내해야 한다. 하나님은 이 말씀을 통해 내 안에 부르심의 소망과 영생에 대한 확신을 더욱 새롭게 부어주셨다.
† 말씀
믿음으로 모세는 장성하여 바로의 공주의 아들이라 칭함 받기를 거절하고 도리어 하나님의 백성과 함께 고난받기를 잠시 죄악의 낙을 누리는 것보다 더 좋아하고 그리스도를 위하여 받는 수모를 애굽의 모든 보화보다 더 큰 재물로 여겼으니 이는 상 주심을 바라봄이라 – 히브리서 11장 24~26절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 이에 아브람이 여호와의 말씀을 따라갔고 롯도 그와 함께 갔으며 아브람이 하란을 떠날 때에 칠십오 세였더라 - 창세기 12장 1,4절
† 기도
주님,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길을 걷길 원합니다. 나를 향한 주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며 부르심에 순종하는 삶으로 결단하고 행하게 하소서.
† 적용과 결단
나를 위한 삶이 아닌 복음을 위한 삶으로, 주님의 부르심에 순종하는 삶으로 결단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