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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가정

골방은 어둡고 침침한 곳이 아니라..

기도하면 생각나는 그림은.. 무릎 꿇고, 눈감고, 손 모으고.. 그러다 보면 자꾸 눈이 뜨고 싶었던 어린시절의 기억, 그리고 어둡고 쾌쾌한 냄새가 날 것만 같았던 골방.. 
하지만 기도도 골방도 주인은 주님이십니다. 주님과의 관계 가운데 다시 조명해보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기도는 어려운 게 아니다.
꼭 무릎 꿇고 눈 감고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쉬지 말고 기도하라”라고 하셨으니, 기도는 계속되는 하나님과의 대화다.
나에게 아들 둘이 있는데, 아들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굉장히 힘들고, 시간을 정해야 하고, 아들이 아빠에게 와서 할 말을 바로 못 하고 어렵게 돌려서 말해야 한다면, 그것은 이미 아버지와 아들의 거리가 멀다는 뜻이다.
아들은 그냥 아빠에게 와서 말하면 된다. 우리도 어떤 양식이나 격식 없이 그냥 하나님 앞에서 기도하면 된다.

교회 처음 다니기 시작할 때, 기도에 대해 배우면서 경배로 시작하고, 회개하고, 감사하고, 그다음에 간구하라는 기도의 순서를 배운 사람들도 있을 텐데, 그런 순서도 그리 중요하지 않다. 기독교적인 단어를 사용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기도는 아빠와의 편안한 대화인 것이다.

그러니 중언부언할 수 없다. 일대일의 대화인데, 중언부언할 일이 뭐가 있는가? 예수님이 기도할 때 중언부언하지 말라는 것은, 중언부언의 기도는 주로 사람 앞에 드려지는 기도이기 때문이다.
사람 앞에서 화려하고 거룩한 단어들을 쓰는 기도가 거룩한 기도가 아니라, 하나님과의 살아 있는 관계 속에서 하나님 앞에 드려지는 기도만이 거룩한 기도이다.

그래서 가끔 우리 교회 성도들에게 이런 권면을 한다. 기도의 방석이라도 마련하라고. 따로 기도 골방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럴 때는 침대 발치에라도 기도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여 그곳에서 드리는 기도가 하나님 앞에 드려지는 골방의 모습이 되게 하라는 말이다. 또 그 모습을 자녀들이 보면 큰 교훈이 된다.

우리에겐 하나님과 일대일의 관계로 시간을 보내는 장소가 필요하다. 그곳이 우리의 골방이다.골방은 어둡고 힘든 곳이 아니라 아빠와 만나는 곳이다.

우리 아들 둘은 아빠에게 뭔가를 요구할 때 놀랍도록 미안해하지 않는다. 나는 그것이 매번 너무나 놀랍다. 그리고 고맙다고는 하는데, 그렇게까지 고마워하는 것같이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마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아빠가 편해서 그런 것임을 알고 있다. 친밀한 관계이기 때문에 편히 도움을 청하고, 편히 대화할 수 있는 것이다. 격식에 있어서 아들들은 아버지에게 그런 특권이 있는 것이다.

<더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홍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