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예인들의 솔직한 고백으로 알려진 공황장애(恐惶障礙, panic disorder)란 병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갑자기 강렬하고 극심한 공황발작(panic attack)이 밀려오는 불안장애이다. 사람만 공황 상태에 빠지지 않는다. 1929년 미국에서 시작된 세계 대공황(大恐慌, Great Depression)은 자본주의에 물든 인간의 끝 모를 욕망에 갑자기 밀어닥친 전 세계적 공황발작이었다.
1929년 10월, 미국 월스트리트의 주가가 급작스럽게 폭락(the Wall Street Crash)하면서 그 여파로 세계 대공황은 시작되었다. 대공황 당시 미국의 GDP는 60%가 증발하였으며 독일은 노동인구의 44%가 실업자로 전락하였다. 대공황 이후 3년간 미국 시가총액의 90%가 증발했으며 대공황이 절정에 달한 1933년에는 미국의 실업자 수가 무려 1,500만 명에 육박했다.
그렇게 모두가 힘든 1930년대에 판타지 블록버스터가 한 편 발표되었다. 바로 1939년 프랭크 바움의 동화 〈위대한 오즈의 마법사〉를 원작으로 만든 뮤지컬 영화 <오즈의 마법사(The Wizard of Oz)>이다.
미국 캔자스 농장에 살던 소녀 도로시가 회오리에 휩쓸려 신비한 나라 오즈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여정을 그린 이 작품은 도로시가 애완견 토토와 함께 오즈의 마법사를 만나기 위해 에메랄드 시티를 향하는 길을 환상적으로 묘사했다.
먼치킨랜드의 먼치킨들이 도로시를 향해 “노란 벽돌 길을 따라가세요!(Follow Yellow Brick Road)”를 노래하는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명장면이다. 그 ‘노란 벽돌 길’에서 뇌가 필요한 허수아비, 심장을 원하는 양철 나무꾼, 용기가 필요한 사자를 만나 우여곡절 끝에 오즈의 마법사를 만나는 도로시는 그 길을 따라가면 모든 것이 이루어질 줄 알았다.
그토록 만나려했던 오즈의 마법사는 결국 사기꾼으로 밝혀지고 도로시는 ‘저 무지개 너머’에 있는 집을 그리워하며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훗날 수많은 뮤지션들에게 수없이 리메이크되고 다양한 작품들의 삽입곡으로 쓰인 주제곡 〈Over the Rainbow〉는 그 어떤 노래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최고의 명곡이다.
“저 무지개 너머 파란 하늘이 펼쳐진 그 곳, 저 무지개 너머 파랑새들이 날아다니는 그 곳, 별에게 소원을 빌어서라도 가고 싶은 그 곳”을 노래하는 도로시는 그리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그렇게 ‘노란 벽돌 길’을 열심히 걷고 또 걸었다.
뮤지컬 영화 <오즈의 마법사>가 발표된 지 80년 만인 2019년 올해, 뮤지컬 영화 <로켓맨>이 발표되었다. 팝의 살아있는 전설, 엘튼 존의 삶을 다룬 뮤지컬 전기 영화로 영국의 가수 엘튼 존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이다. “영국은 음식을 포기하고 음악을 선택했다.”라고 평한 어떤 이의 말처럼 얼마 전에 개봉된 <보헤미안 랩소디>와 함께 영국 음악의 진수를 이 영화에서도 재현하고 있었다.
내한(來韓) 공연을 세 차례나 할 만큼 엘튼 존은 한국인에게 매우 큰 사랑을 받은 아티스트이다. 그의 수많은 히트곡 중에 Goodbye Yellow Brick Road 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이다.
“난 언제 고향으로 돌아갈까? 농장에 남았어야만 했어. 아버지의 말을 들을걸... 마침내 난 결정했어. 늙은 부엉이가 울어대고 두꺼비들을 잡을 수 있는 그 숲으로 난 돌아갈 거야. 나의 미래는 노란 벽돌 길 너머에 있지~”
피곤한 도시의 삶을 떠나 시골로 정착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이 노래는 황금만능주의, 성공제일주의에 대한 자전적인 비판과 자성이 짙게 깔려 있다. 특히 이 곡에서 말하는 ‘노란 벽돌 길(The Yellow Brick Road)’은 바로 영화 <오즈의 마법사>에서 따온 것으로 에메랄드 시티로 가는 길이다.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황금색깔인 노란 색과 견고함을 상징하는 벽돌로 만들어진 이 길은 '꿈과 환상의 길' 이자 '가장 완벽한 길'이었다.
“이 백성은 그치지도 않고 동산에서 우상에게 제물을 바치고 '벽돌' 제단에 분향하면서 언제나 내 화를 돋우던 백성이다.(a people who continually provoke me to my very face, offering sacrifices in gardens and burning incense on altars of brick)” [사65:3]
행복하고 성공적인 인생이 보장될 것 같은 이 완벽한 ‘황금 탄탄대로(坦坦大路)’는 최고의 부와 명성을 누릴 수는 있게 한 길이었지만 진정한 사랑에 목말라 하는 현대인들에게 잡히지 않는 신기루(蜃氣樓)만을 보여줄 뿐 그 어떤 ‘활로(活路)’로 대체될 수 없다.
진로(進路), 자신의 인생을 어떠한 길로 나아갈 것인지 결정하는 중요한 기로(岐路)에서 선 다음 세대들, 그들의 시선이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최근 청소년들이 희망하는 직업 리스트에 조물주 위에 있는 ‘건물주’와 사금융의 다른 얼굴 ‘고리대금업’이 올라와 있다. 돈이면 무엇이든 가능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많이 벌게 되면 걱정 없이 여유 있게 나만의 취미와 레저를 즐길 수 있고 그에 따른 권력과 명예를 누리며 성공적인 인생을 살 수 있는 직업으로 각광(脚光)을 받고 있는 것이다.
“악에서 떠나 선을 행하고 화평을 구하며 그것을 따르라.(Turn away from evil and do good. Work hard at living in peace with others.)” [벧전 3:11]
트레빈 왁스(Trevin Wax)는 그의 저서 「우리 시대의 6가지 우상」에서 현대인들이 섬기는 6가지의 우상(偶像,Idol)은 ‘자신, 성공, 돈, 레저, 성, 권력’이라고 일갈(一喝)하며 이런 우상들의 매혹적인 올가미에서 벗어나 부단히 ‘나의 나라’에서 ‘하나님 나라’로 옮겨가는 인생의 분투(奮鬪)가 신앙생활이라고 정의했다. ‘나의 나라’를 짓는 것에서 떠나 내 삶의 현장 속에서 ‘하나님 나라’를 지어가며 따라가는 삶, 분명 ‘떠남’과 ‘따름’은 신앙생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동사(動詞)일 것이다.
하늘 영광 가득한 그 보좌를 떠나 아버지의 뜻을 따른 예수님이야말로 ‘떠남’과 ‘따름’을 몸소 실천하신 정확한 인생이셨다. 찬송가 437장은 그 예수님을 정확히 노래하고 있다.
“하늘 보좌 떠나서 세상에 오신 주님 우리에게 본을 보여 따르라 하셨으니 우리들도 주님처럼 남 섬기며 살아 모든 사람 한결같이 사랑하게 하옵소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너무나도 매혹적인 이 ‘노란 벽돌 길’ 앞에서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먼치킨들이 노래한 것처럼 ‘노란 벽돌 길을 따라갈 것인지(Follow Yellow Brick Road)’ <로켓맨>에서 엘튼 존이 노래한 것처럼 ‘노란 벽돌 길을 떠날지(Goodbye Yellow Brick Road)’ 말이다.
오즈의 마법사를 만난 후 도로시가 했던 마지막 고백은 “There is no place like home!(집 만한 곳이 없어요!)” 이었다. 눈물의 선지자 예레미야도 비슷한 고백을 했다. “주와 같은 이 없나이다!(There is no one like you!)”
이 세상의 그 어떤 것과도 감히 비교할 수 없는 분, 여호와 하나님을 일평생 눈물로 고백한 그는 주의 이름이 이 세상의 그 어떤 것보다 큰 능력임을 알았던 사람이다.
“주와 같은 이 없나이다. 주는 크시니 주의 이름이 그 권능으로 말미암아 크시니이다.(There is no one like you! For you are great, and your name is full of power)” [렘 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