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지 많은 나무의 행복
우리 가족은 남편이 목회의 사례비를 받으면 함께 감사 기도를 한다.
“주님! 아빠가 한 달 동안 목회사역에 수고하므로 사례비를 받았습니다. 아빠의 건강을 지켜주신 주님! 감사합니다.”
나는 자녀들이 우리 가정의 생활 규모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정해진 수입 안에서 지출하며 서로 절약하고, 기도로 돕는 동역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수입과 지출을 터놓고 의논하는 편이다. “한 달 동안 아버지께서 열심히 목회하셨고 교회에서는 100만 원의 사례비를 주셨단다. 헌금은 얼마를 드리면 좋을까?” 아이들은 입을 맞춘 듯이 합창을 한다.
“20만 원이요!” “그래 20만 원은 헌금이다. 관리비, 전기요금, 전화요금 해서 또 20만 원이구나. 자! 이제 60만 원이 남았네. 우리 식구에게 필요한 식비로 30만 원을 제외하면 30만 원이 남았지.
남은 30만 원을 우리 여섯 식구로 나누면 한 사람당 5만 원씩이다!”이렇게 한 달 결산과 예산을 아이들과 함께 공유한다.
아이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불필요한 전깃불을 끄고 생활의 절약을 실천한다. 적은 비용으로 음식을 만드는 엄마의 수고를 알아준다.
“엄마! 정말 맛있어요. 엄마가 해주는 음식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요” 하면서 먹는 기쁨을 칭찬으로 바꾸어 전하곤 한다.
30만 원을 여섯 명으로 나눈 5만 원에는 학비, 차비, 점심값, 옷값 등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비용이 들어 있다. 우리 집의 가장인 목사님을 비롯해서 여섯 명 중에 누구도 5만 원으로 한 달을 살기에는 역부족이다.
저녁에 드리는 가정예배 때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필요를 하나님께 말씀드린다. 큰 아들은 대학 입시를 앞둔 고등학교 3학년일 때, 과외나 학원은 고사하고 참고서조차 없었다.
그래서 디딤돌 같은 문제지라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기도했다. 막내아들은 키가 쑥쑥 자라니 신발이 금세 작아져 운동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우리는 각자의 필요를 서로에게 말하고, 주님께서 공급해 주시기를 기도했다. 이튿날 아침이면 어젯밤에 기도한대로 응답이 시작된다. 아침 일찍 일어난 막내아들이 운동화를 가슴에 안고 뛰어왔다.
“엄마! 나 응답 받았어요! 누군가 운동화를 아파트 밑에 버리고 갔어요. 그런데 이것 봐요, 내 발에 꼭 맞아요.”
학교를 다녀 온 큰 아들은 “엄마! 나 응답 받았어요. 오늘 학교에 갔더니 우리 반 친구가 디딤돌 시험지를 나보고 하래요. 친구 엄마가 세 가지가 넘는 시험지를 한꺼번에 하라고 해서 그 친구가 도저히 못 풀겠대요.
그 친구 이름으로 시험지를 풀어서 보내주면 되요”라는 것이다. 아이들은 브랜드가 있는 운동화를 한 번도 신어보지 못하고 고등학교를 지나 대학교, 대학원까지 졸업해 지금은 미국에서 유학 중이다.
아이들은 지금도 필요한 것들이 있으면 저녁에 하나님께 구하고 아침이면 응답을 받아 생활한다. 나는 자녀들이 이 세상 어느 곳이든지 남극과 북극, 시베리아 벌판에 서 있다 해도 필요한 모든 것을 항상 공급하시는 하나님을 믿으니 든든하다.
남이 버린 운동화를 가슴에 안고 달려오고, 친구가 대신 해달라고 내민 시험지를 주님의 응답으로 받아들이고 살아온 아이들의 신실한 신앙을 믿는다. 그런 자녀를 둔 나는 ‘무자식 상팔자’가 아닌 ‘가지 많은 나무의 어머니’로 행복하게 살고 있다.
◈ 나의 십자가보다 더 무겁느냐?
눈코뜰새없이 바쁜주일의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나의 귀는 전화기를 향해 항상 열려 있다. 군대에 간아들이 전화하는 때를 맞추어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 주일 낮에 휴대폰을 잠깐 돌려주는 듯하다. 때론 토요일 저녁 시간일 때도 있지만 거의 주일 낮 시간일 때가 많다. 아들에게는 그때가 한 주간 동안 기다렸다가 잠깐 통화할 수 있는 시간인 것이다. 나는그 시간에 아들과 어긋나지 않게 마음과 관심을 쏟는다.
그런데 오늘은 다른 때보다 일찍 통화 시간이 주어져 아들이 수없이 나에게 전화를 해도 통화를 못하다가 휴대폰 반납 5분을 남겨 놓고 극적으로 통화가 되었다.
통화하며 나눈 아들과의 대화를 나누고자 한다.
“그냥 앉아 있어도 땀이 흐르는데 무더위에 얼마나 힘드니?”
“엄마! 35도 이상 되는 온도에 땡볕이 내리쬐는데, 숨이 막힐 지경이었어요. 요즘 땀띠가 났는데, 계속 더우니까 살갗이 벗겨져 피도 났어요.
다른 친구들도 너무 힘든지 한마디의 말도 없어요. 오직 발소리가 우리들의 무거운 침묵을 깨고 들려 왔지요.
저는 너무 무겁고 힘이 들어서 ‘주님! 너무 무거워요, 주님! 너무 힘들어요’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가시는 주님이 제 앞에 계신 거예요. 내 마음에 주님의 음성이 ‘나의 십자가보다 더 무겁느냐?’라고 들려왔어요. 저는 그 물음에 눈물이 쏟아졌어요.
그리고 이렇게 고백했어요. 아니요! 주님! 주님의 십자가와 비교도 안돼요. 저는 주님처럼 살점이 다 떨어져 나가도록 채찍에 맞지도 않았어요. 밤새 빌라도 법정에서 고문을 당하지도 않았어요.
제 군장의 무게는 주님의 십자가와 절대 비교가 안돼요! 그렇게 고백하고 나니까 군장의 무게가 하나도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찬양이 흘러나왔어요. 찬양을 부르며 산을 올라갔어요.
‘도우시는 하나님이 네게 그늘 되시니 낮에 해와 밤에 달이 너를 상치 않겠네~’ 제가 잔잔히 찬양을 부르기 시작하자 힘들게 땀을 흘리며 산을 오르던 훈련병들이 하나, 둘 찬양을 따라 부르기 시작했어요.
온 산에 찬양이 가득 했어요. 더군다나 이번 훈련은 한 명도 낙오자가 없는 훈련이 되었어요!”
유정옥 서울역 노숙인을 섬기는 소중한 사람들 회장, 인천 인일여고와 총신대학신학대학원을졸업했다. www.sojoongha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