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년 동안 이집트에서 종살이하던 이스라엘 백성이 지도자 모세를 따라 가나안 땅으로 나아가게 되는 출애굽을 할 때, 이집트에서 나온 사람의 수는 장정만 60만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집트의 바로왕은 놓아준 노예 60만 명이 아까웠던지 군사를 풀어 그들을 뒤쫓게 했습니다. 아마도 죽이든지 회유해 다시 데리고 오든지 하려고 군대를 보냈던 것 같습니다.
한편 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를 탈출해 빠져나오는 기쁨도 잠시, 곧 첫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그것은 가로막힌 홍해였습니다. 게다가 뒤에는 칼과 창을 앞세운 이집트의 군대가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상황이 이렇자 이스라엘 백성은 이집트에서 나온 후 처음으로 원망의 소리를 내뱉었습니다.
이집트에서 죽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고 하나님을 원망하는 그들에게 모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희는 두려워하지 말고 가만히 서서 여호와께서 오늘 너희를 위하여 행하시는 구원을 보라…
…여호와께서 너희를 위하여 싸우시리니 너희는 가만히 있을지니라(출 14:13-14).
그러고 나서 모세는 하나님의 명령대로 손을 내밀어 홍해를 갈랐습니다.
기적과 이적에 대한 우리의 일반적인 견해와 기대감은 똑같습니다. 그것은 대체적으로 초자연적인 현상이라는 것과 순식간에 바뀌는 상황을 기대하는 것입니다. 또한 마치 이것이 신앙의 최종적 결정체라 믿습니다. 이런 이적의 체험은 나름대로 깊은 신앙으로의 몰입을 가져오며, 또 상당히 높은 신앙적 체험을 얻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어쩌면 모두 은근히 생활 속에서 이러한 신앙적 이적을 기다리고, 다른 이에게 나타나는 그 모습을 부러워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홍해가 갈라지는 사건을 보면서 우리는 하나님이 어떻게 기적을 이루시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기적을 이루시는 방법을 우리도 생활 속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먼저, 홍해가 갈라지는 이적은 모세의 지팡이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바람에 의한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모세가 지팡이를 든 손을 바다 위로 내밀었을 때 홍해가 갈라진 것이 아닙니다. 홍해를 갈라지게 한 힘은 바로 하나님의 바람이었음을 우리는 주의 깊게 봐야 합니다. 모세의 손이 초자연적인 것이라 한다면 반대로 큰 동풍은 자연적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에게 중요한 신앙적 시각을 알려주는 말씀입니다.
모세가 바다 위로 손을 내밀매 여호와께서 큰 동풍이 밤새도록 바닷물을 물러가게 하시니
물이 갈라져 바다가 마른 땅이 된지라(출 14:21).
우리는 대체로 홍해가 갈라지는 큰 이적이 모세의 손끝에 의해 단번에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 놀라운 일이 일어나기까지 밤새 부는 동풍을 동원하셨습니다. ‘큰 동풍’이란 자연적이고 일상적인 현상입니다. 이 평범한 현상이 하나님의 능력으로 인해 큰 이적을 이룬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해야 합니다.
바람에 귀를 기울여보신 적이 있습니까? 일상적이고도 지극히 자연적인 현상에 관심을 갖고 관찰해보신 적이 있습니까? 그리고 그것이 하나님이 내게 큰 이적을 이뤄내시는 능력의 과정이라는 것도 눈치채고 계십니까? 모세의 지팡이보다 큰 동풍에 하나님의 힘이 실려 있듯이, 우리는 순간적이고 초자연적인 하나님의 음성을 찾기보다 일상적이고 자연적 현상에서 이적을 행하시는 하나님의 능력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왜 우리는 장미꽃 위의 이슬에서 하나님을 만날 수 없는 것일까요? 왜 우리는 바람 속에서 주님을 볼 수 없을까요? 그 이유는 우리의 신앙 교육과 경험 자체가 너무도 초자연적이고 순간적인 이적에 높은 가치를 두어왔기 때문입니다. 자연적인 현상 속에서는 하나님의 음성을 발견할 수 없도록 초자연적인 이적만을 가르쳐왔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눈을 떠 작은 일상 속에서도 이적이 일어나고 있음을 보아야 합니다.
보십시오. 큰 동풍이 밤새도록 불었다고 하는 대목 말입니다. 모세가 손을 내밀자 하나님이 큰 동풍을 동원시켜 순식간에 바다가 갈라지게 하신 것이 아니라 그 바람이 밤새 일어, 즉 많은 시간이 흘러서야 바다가 갈라지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이것은 하나님이 이적을 이루시기까지 어느 정도 일상적인 시간을 두실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에게는 이런 경험이 너무 많습니다. 손을 내밀어놓고 밤새 바람만 맞고 서 있는 모세처럼, 우리의 기도는 늘 불안했습니다.
“하나님은 왜 이뤄주시지는 않고 바람만 불게 하시는 거야!”
“내가 원하는 것은 바람이 부는 게 아니야. 바다가 갈라지는 것이란 말이야!”
그러나 이런 더딤의 현상 속에서도 낙심하거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눈은 언제나 우리를 향해 있고, 하나님은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기적을 이루실 준비를 착실히 하고 계시다는 사실입니다.
즉 시간이 더딘 것 같고 당장 이뤄지지 않을 것 같아도 하나님은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계속해서 동풍이 불도록 일하고 계십니다. 하나님은 바람 속에서 이적이 일어나듯이 일상생활을 통해, 평범한 것 같은 하루하루를 통해 우리에게 다가오십니다.
하나님은 매일매일의 삶 속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시며,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우리의 그 기도를 이루시기 위해 우리의 환경을 천천히 바꿔놓고 계십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의 현재는 바람이 밤새 부는 밤과도 같습니다. 하나님을 의심하기도 했다가, 하나님을 향한 신뢰가 회복되기도 했다가, 또 불안해 떨기도 하는 그런 갈팡질팡하는 생활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분명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이 오늘도 나의 일상생활을 통해 말씀하시고, 또 기적을 이루고 계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가장 적절하고 가장 필요한 시기에 우리가 깜짝 놀랄 만큼 모든 것을 바꿔놓으십니다.기다림이 힘들고 속이 시원하지 않아도 밤새 하나님의 바람은 불고 있습니다.
출처 : [개정판] 하나님이 당신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