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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회에서 어떤 학생이 물었다. 안 믿어지는데 어떡하냐고요? #갓피플스토리

전에 필리핀에서 청소년들이 140명 정도 모이는 영성훈련을 3박 4일 동안 인도한 적이 있다. 100명 정도는 필리핀 아이들이고, 나머지 40명은 한국 아이들이었다. 필리핀 청소년들은 첫날부터 울면서 캠프에 들어왔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나를 이 영성훈련에 보내주심을 감사합니다.”

첫날부터 뛰면서 찬양을 하는 필리핀 학생들에 반해 한국 학생들은 하나같이 무표정한 얼굴로 가만히 앉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걱정하지 않았다.

‘쟤들이 별수 있나? 조금 있으면 은혜를 받겠지.’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는데도 아이들은 여전히 무감각했다. 단체로 이러는 경우는 흔치 않아서 한국 학생들의 배경을 체크해봤다. 알고 보니 이 학생들은 모두 한 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한국에서 가정적으로 상처받거나 문제를 일으켜 필리핀으로 온 모양이었다. 삼일 째도 아이들이 변화가 없으니까, 답답하고 애가 탄 필리핀 목사님 한 분이 그들을 바라보면서 외쳤다.

“너희들 정말 그렇게 앉아만 있다가 갈래?
이 가운데 사탄의 자녀가 되고 싶은 사람 있어? 없지? 있으면 손 들어봐.”

이 말을 들은 한국 학생들이 다 손을 들었다. 그런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나도 가슴이 아팠다. 어느덧 3박 4일이 다 지나가버렸다. 나는 시간이 무의미하게 지나가버린 것 같아 마음이 아팠고, 아이들을 볼 마지막 기회라는 게 슬펐다. 나는 애를 태우다 결국 한 아이에게 다가갔다. 내가 옆에 앉으니 그 아이가 가만히 쳐다보았다. 서먹서먹해서 칭찬을 했다.

“야, 너 참 잘생겼다.”

아이는 가만히 있었다.

“넌 얼마나 힘드냐?”

“뭐가요?”

“다른 사람들은 다 은혜받고 주님을 위해 살겠다고 고백하는데 너는 끝까지 ‘나를 지켜야지’ 하면서 가만히 앉아 있으니 힘들지.

아무튼 잘 견뎌줘서 고맙고, 여기서 들은 얘기들이 문득 생각나면 연락해. 잘 가라.”

일어나서 나오려는데 그 아이가 내 뒤에서 말했다.

“잠깐만요.”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될까요?”

“뭔데?”

그날 그 아이가 한 질문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은혜를 받고 싶은데, 안 받아지는데 어떡해요?”

“뭐라고?”

“나도 예수님 만나고 싶은데, 안 만나지는데 어떡하냐고요?”

그 말에 내 마음이 시렸다. 그래서 그 아이를 붙들고 얘기했다. 우리는 하나님을 알고 싶다고 알 수 있는 존재가 아니야. 이 세상에 의인은 하나도 없고, 깨닫는 자도 없고, 하나님을 찾는 자도 없고, 다 치우쳐 한 가지로 무익하게 되고, 선을 행하는 자도 없어. 그런데 왠지 네가 하나님을 만나고 싶고, 지금 아니면 하나님을 못 만날 거 같고, 하나님을 붙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하나님이 네게 복을 주시지 않으면 여기를 못 떠날 것 같은 그 마음이 어디서 왔다고 생각하니?”

여기까지 말하니까 그 아이가 말했다.

“주님께서 제 마음에 계세요?”

“맞아!”

그 순간, 아이의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눈물로 예수님을 영접했다. 아이와 인사하고 나는 주님께 감사드렸다. 한 5분쯤 있으니까 간 줄 알았던 그 아이가 여자 친구를 데리고 왔다.

“이 아이한테도 똑같이 얘기해주세요.”

그 여자아이에게도 말씀을 전하니까 또 울면서 예수님을 영접했다. 둘이 돌아가는 걸 보면서 ‘이제 끝이구나’ 생각했는데 30분쯤 지나니까 나머지 애들을 다 데리고 왔다. 역시 같은 말을 해주었고 그 아이들이 모두 예수님을 영접하는 집단 개종 사태가 일어났다. 우리가 하나님을 알게 된 것은 내가 원해서가 아니라 그분께서 내게 와주셨기 때문이다. 그분이 나를 먼저 잡아주셨기에, 내가 그분을 따르기 위해서 오늘도 힘 있게 달려갈 수 있다.

우리가 사랑함은 그가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음이라
요한일서 4장 19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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