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다’의 어원이 암송과 관련된 ‘간직하다’, ‘사수하다’, ‘보존하다’라는 것을 알게 된 뒤로부터, 나는 강의 때마다 한 가지 퍼포먼스를 한다.
항상 맨 앞자리에 앉아 있는 청중에게 마이크나 보드마커를 던져주며 “잘 간직해주세요. 누구에게도 빼앗기지 않게 잘 사수해주세요.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잘 보존해주세요. 성경 속의 ‘지키라’라는 의미로 사용된 헬라어로 ‘테레오’가 바로 그런 의미입니다”라고 말한다.
이스라엘에 있는 박경진 목사님이 2017년 8월 ‘브엘세바 컨퍼런스’를 열었을 때 나도 강사로 동역했다. 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테레오’를 설명하려고 맨 앞줄에 있는 청중 한 사람을 바라보았는데, 그날은 뒤쪽 멀리 있는 사람에게 보드마커를 던져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 생각이 드는 순간, 박 목사님이 오른쪽 바닥에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났다. 나는 거의 반사적으로 “아우, 이거 받아요” 하고 보드마커를 던졌다. 그리고 그것을 받아든 박 목사님에게 “잘 간직해주세요. 잘 사수해주세요. 잘 보존해주세요”라고 외쳤다.
그러면서 그것이 바로 ‘테레오’로서 예수께서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켜라”라고 말씀하시며 쉐마를 연상케 하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말씀암송이 바로 이 ‘테레오’와 관계가 깊다는 내용으로 강의를 진행했다.
강의가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었는데, 박 목사님이 내게 말했다.
“아시다시피 저는 예배할 때 성령께서 ‘엎드리라’라고 하시면 엎드리고 ‘손을 들어라’ 하시면 손을 들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형님의 강의를 듣고 있는데 순간적으로 성령님이 ‘일어서라’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일어서는 순간, 형님이 제게 보드마커를 던지며 테레오를 외쳐주신 거예요.
제가 보드마커를 받아 들고 간직하는 순간, ‘샤마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번뜩였습니다. 하나님께서 제게는 ‘언약’이라는 관점에서 말씀을 깊이 풀어주시는데 ‘언약을 지키다’가 ‘샤마르’로부터라는 것을 그 퍼포먼스를 통해 순간적으로 깨닫게 되었어요. 할렐루야!”
가지인 우리가 열매를 맺으려면 줄기 되신 주님과 연합된 정체성, 즉 포도나무 줄기에 붙어있는 정체성을 믿어야 한다. 붙어있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붙어있음을 믿어야 한다. 그 정체성 안에서 생명의 씨앗인 말씀 안에 거해야 한다. 말씀 안에 거하기 위해서는 마음 밭에 씨앗을 잘 심어야 한다.
예수님은 “너희가 내 말에 거하면 참으로 내 제자가 되고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요 8:31,32)라고 하셨다.
이 구절은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첫째, 앞에서 말한 존재적 정체성으로서의 표현이다. 주님은 이런 의미로 말씀하신 듯하다.
“회개하고 나를 주인으로 모셔 들여라. 그러면 내가 말씀이므로 너희가 내 안에 거하게 되어 내 제자가 된다. 내가 진리이므로 진리인 나를 통해 죄로부터 그리고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를 얻게 된다.”
둘째, 새로 태어난 우리의 새 자아를 향해 의지적 선택을 요구하시는 표현이다. 우리가 말씀이신 주께 붙어있는 가지라면, 그 정체성을 가지고 의지적으로 성경 말씀을 잘 심음으로써 주님의 말씀 안에 거하는 제자 됨을 증명해보여야 한다. 그래야 자유를 누릴 수 있다.
매일 말씀과 기도로 예수님 만나기
참 제자가 된 사람은 진리의 말씀이신 주님과 연합된 자다. 그래서 그에게 나타나는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저절로 성경 말씀이 좋아지는 것이다. 말씀을 먹으라고 강조를 할 필요가 없는 존재가 바로 제자다. “말씀을 읽어라, 말씀을 사랑해라”라는 권면을 들어야 할 필요가 있는 자는 아직 주님과의 만남이 불분명한 자다.
진리와 사랑은 하나다. ‘사랑’이라는 성령의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진리의 말씀’ 안에 거해야 한다. 말씀에 거하기 위한 첫 발걸음은 말씀을 간직하고 사수하며 보존하는 것이다. 예수님은 요한복음 14장의 네 구절 속에서 그것을 반복해서 강조하셨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면 나의 계명을 지키리라”(15절).
“나의 계명을 지키는 자라야 나를 사랑하는 자니”(21절).
“사람이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키리니”(23절).
“나를 사랑하지 아니하는 자는 내 말을 지키지 아니하나니”(24절).
이 구절들 속에 나오는 네 번의 ‘지키다’는 모두 ‘테레오’로 ‘간직하다’, ‘사수하다’, ‘보존하다’라는 의미다. 요한복음 14장의 주제는 ‘성령’이며, 동시에 ‘말씀을 지킴으로(간직, 사수) 나를 사랑하라’이다. 그것이 말씀 안에 거하는 삶의 비밀이라고 주님이 말씀하신다.
이토록 짧은 구절들 속에 네 번이나 동일한 표현을 사용하며 강조하신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 구절들이 전개되는 흐름을 살펴보면 놀라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
15절과 21절 사이에 해당하는 16-20절의 주제는 ‘성령’이다. 성령이 임하시는 오순절에는 선택받은 백성이 예수님과 온전히 연합되어 만물 위의 아버지 안에 있음을 알게 된다.
“그 날에는 내가 아버지 안에, 너희가 내 안에, 내가 너희 안에 있는 것을 너희가 알리라”(요 14:20).
이것은 성경의 핵심이며, 구원의 핵심이자 복음의 핵심이다. 복음의 핵심 구절들을 감싸고 있는 동일한 표현이 바로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키라”이다. 복음의 핵심 구절들을 앞뒤로 감싸고 있는 “사랑하면 지키리라”는 정말 중요한 표현이다. 예수님은 이 표현을 통해 쉐마의 핵심인 ‘새기라’를 연상하도록 의도하셨다.
“너는 마음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네 하나님 여호와를 사랑하라 오늘 내가 네게 명하는 이 말씀을 너는 마음에 새기고”(신 6:5,6).
쉐마에서 “하나님을 사랑하라”라는 표현 뒤에 바로 “말씀을 새기라”라고 말씀하셨듯이, 예수님도 “나를 사랑하려면 내 말을 간직하고 사수하고 보존하라”라고 말씀하셨다. 유대인으로 유대 문화에서 자라신 예수님은 신명기 6장에 기록된 쉐마의 명령대로 계명을 새기는 차원에서 모세오경을 암송하며 자라셨을 것이다. 그러므로 하나님을 사랑하는 방법이 말씀을 새기는 것이라는 진리를 너무나 잘 알고 계셨을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너희가 나를 사랑하면 내 계명을 지키리라(간직, 사수)”라고 말씀하신 것은 쉐마 신앙의 ‘새기라’를 염두에 두고 하신 말씀임에 분명하다.
그리고 요한복음 14장 26절에서는 “보혜사 곧 아버지께서 내 이름으로 보내실 성령 그가 너희에게 모든 것을 가르치고 내가 너희에게 말한 모든 것을 생각나게 하리라”라고 성령을 강조하셨다. 이것은 “너희가 내 말을 잘 사수함으로써 나를 사랑하면, 내가 성령으로 너희 안에서 모든 것을 가르칠 것이고, 내가 말한 모든 것을 생각나게 하고 진리로 너희를 자유케 할 것이다”라는 의미다.
오늘날 많은 성도들이 예수님을 사랑함으로써 그분의 말씀인 성경을 주야로 암송함으로 새겨서 간직하고 사수하고 보존해 심으려는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듯하다. 그러나 예수님은 “나를 사랑한다면 내 말을 사수하여 심는(새기는) 순종부터 하라”라고 강조하셨다. 그 말씀에 순종하자.
예수님의 말씀이 우리 속에 풍성히 거하면, 마음에 새겨진 그 말씀이 우리 육체의 행동을 이끌어 ‘사랑’이라는 열매를 맺게 한다. 이것이 말씀 안에 거하여 성령의 열매를 맺는 비밀이다.
† 말씀
내 안에 거하라 나도 너희 안에 거하리라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아니하면 스스로 열매를 맺을 수 없음 같이 너희도 내 안에 있지 아니하면 그러하리라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라 그가 내 안에, 내가 그 안에 거하면 사람이 열매를 많이 맺나니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이라 - 요한복음 15장 4, 5절
너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믿음과 사랑으로써 내게 들은 바 바른 말을 본받아 지키고 우리 안에 거하시는 성령으로 말미암아 네게 부탁한 아름다운 것을 지키라 - 디모데후서 1장 13, 14절
† 기도
하나님, 사랑하면 뭐든지 들어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처럼 주님을 사랑하기에 말씀을 간직하고 싶습니다. 당신의 말씀을 지키고 순종하는 자가 되고 싶습니다. 사랑하기에 주님의 말씀을 암송하겠습니다. 그리고 제 마음에 새겨진 그 말씀을 행동하며 사랑의 열매를 맺겠습니다.
† 적용과 결단
예수님께서는 “나를 사랑하려면 내 말(성경)을 지키라”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에 순종합시다. 성경을 암송하며 예수님을 사랑하고 예배합시다. 말씀을 암송함으로 행동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