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익숙지 않고 편안함을 느끼지 못하는 새로운 일을 하기 싫어하는 것은 인간의 속성입니다.
심지어는 해야 할 일임을 알면서도 여러 가지 피상적인 이유로 뒤로 미루곤 합니다. 그래도 관심이 있고 흥미가 있으면 그러한 생각이나 감정은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사실 관심이 있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것은 두뇌의 기능을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일에 관심을 가질수록 잘하게 되고, 좋아하게 됩니다. 관심을 가지는 만큼 뇌에 신경연결망(neural networking)이 더 많이 형성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지만 흥미가 있고 관심이 있는 정보만을 수집하고 그것을 자신의 삶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지금 관심이 있고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려 한다고 가정해보십시오. 아무리 바빠도 생각은 늘 그곳에 가 있게 되고, 수많은 정보 중에서 그에 대한 정보만을 수집·분석하게 되고, 결국은 원하는 것을 구입하게 될 것입니다.
궁극적으로 하기 싫거나 혹은 뒤로 미루는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아니라 뇌와 마음이 가지는 두려움과 저항을 어떻게 없애고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실제로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시시하고 재미없다고 말하는 사람 중에 성공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세상에 재미있는 업무란 없습니다. 문제는 하고 싶고 하기 싫고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재미있게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결국 마음 관리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어떤 일을 해야 할 때 할 수 없다는 두려움과 하고 싶지 않는 저항감을 극복하는 것과 어떻게 관심을 가지고 집중하는가를 배우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요소가 빠진 마음 관리 방법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흔히 안 하던 일이나 자신의 생각과는 다른 어떤 일을 할 때는 ①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고, ②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고, ③ 다른 일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생각들은 결국 미루는 습관으로 나타납니다.
사실 그러한 생각은 자신을 속이는 속임수에 불과합니다. 그것은 미루고자 하는 자신의 뇌와 마음에 숨겨진 두려움과 저항감을 합리화하는 것으로, 이 모든 생각은 일을 하는 중이 아니라 일을 하기 전에 일어납니다. 다른 말로 대부분의 경우 일을 하는 데 쓰는 에너지보다는 시작 전 결정하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가 훨씬 더 크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두려움과 저항을 줄이고 관심을 집중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가지도록 할 수 있을까요? 이것은 뉴턴의 운동법칙 중 제1법칙인 ‘관성의 법칙’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어떤 무거운 물건을 처음에 움직이고자 할 때는 많은 에너지가 들어갑니다. 그러나 일단 움직이고 나면 관성의 법칙에 의해서 별다른 에너지를 들이지 않고 계속 움직이게 할 수 있으며, 관심을 가지고 좀 더 에너지를 투입하면 속도를 높일 수도 있습니다(제2법칙, 가속도의 법칙).
평상시 우리가 하고 싶지 않은 일, 어렵다고 생각되는 일, 생각지 못한 일을 해야 할 때 어떤 느낌인가 생각해보세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별다른 고려 없이 그리고 큰 에너지 투입 없이 전과 같은 방식으로 하면 되지만, 새로 시작해야 하는 일에는 새로운 생각과 더 많은 에너지를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의 습관적 사고와 행동이 그 일을 하기 싫어하는 것은 당연합니다(선납득 후행동 사고방식). 그것이 바로 뇌의 두려움과 마음의 저항입니다. 그러나 이 두려움과 저항을 넘어서 일단 시작하고 나면 사고체계가 새롭게 작동하며 뇌와 의식이 활발히 움직이기 시작합니다(선행동 후몰입 사고방식). 어렵다고 머뭇거리던 일들을 막상 시작하고 나니 큰 무리 없이 해낸 경험을 누구나 해보았을 것입니다.
저항을 적절하게 제거하는 것은 마음 관리의 핵심적 요소입니다. 어떤 일에 대한 이러한 저항은 주로 ‘미루기’와 ‘게으름’, ‘다른 것으로 바쁘기’로 나타나곤 합니다. 해야 할 일을 미룰수록 하고 싶지 않은 저항감이 커지게 마련입니다. 그러다 결국 하지 않았을 때 또는 시한을 지키지 못할 때의 결과에 대한 고통이 그 일을 하는 고통보다 커질 때 비로소 하게 됩니다. 사실 일상의 일들은 대부분 그렇게 돌아갑니다.
대부분은 매일같이 이러한 비효율적인 시스템을 돌리고 강화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잘못된 시스템으로 인해 당하는 고통이 그것을 고치는 고통보다 훨씬 클 때라야 비로소 변화를 시작합니다. 이는 저항감으로 스트레스가 최고조에 달할 때 어쩔 수 없이 그 일을 하게 된다는 것과 같은 말입니다. 이럴 때 무슨 효율성이나 집중력이나 만족감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한편, 바쁜 상태의 대부분은 정말로 필요한 것을 하지 않으려고 온갖 활동을 분주하게 하는 미루기의 교묘한 전략이기도 합니다. 즉, 바쁘기 때문에 할 수 없다는 자기합리화를 만드는 것입니다.
두려움과 저항을 이기고 관심을 가지는 가장 좋은 방법은 ① 할 수 없다거나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할 수 있는 작은 일로 나눈 다음, ② 고통스럽지 않도록 그 일에 먼저 짧은 시간 동안만 뇌와 잠재의식을 작동시키되 ③ 몰입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뇌의 두려움과 마음의 저항을 의도적으로 줄이고, 먼저 준비 없이 시작하도록 하고, 완성될 수 없는 짧은 시간 동안만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먼저 작게 나누고
일단 5분만 집중해서 해보기
할 수 없다는 두려움과 하기 싫어하는 저항에 가장 좋은 해결책은 일단 행동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흔히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행동하지 않는다”라고 생각하지만, 연구 결과에 따르면 행동할 때 뇌가 활성화됩니다. 이것은 굳이 과학적 연구로 뒷받침할 필요도 없습니다. 마음과 육체가 불가분 서로 영향을 준다는 것은 상식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마음의 생각과 감정이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에만 익숙하지만, 반대도 역시 사실입니다. 행동하면 생각과 감정이 변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할 수 없다(미루게 된다, 하기 싫다 혹은 두렵다) → 행동해야 한다(행동하지 않으면 안된다) → 더 큰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행동한다”의 순이 아니라, “할 수 없다 → 그냥 행동한다 → 행동하니 성과가 있다 → 더 행동하고 싶다”의 패턴으로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이러한 처리방식은 ‘선행동 후몰입 방식’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뇌과학적으로도 이미 증명된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해야 했는데 아직 하지 못한 일을 하나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그 일을 해결하기 위하여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을 딱 5분 동안만 멈추지 않고 해보십시오. 절대로 멈추면 안 되고, 5분 뒤에는 무조건 멈추어야 합니다. 당신이 정한 5분은 당신의 뇌와 잠재의식을 극대화시키는 마감 효과(deadline effect)를 불러일으킵니다.
실제로 제한되지 않은 기간 동안 행하는 것보다 한정된 기간 동안 행동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것을 발견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고도의 집중력이 발휘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일단 시작하고 난 다음 멈추게 되면 아직 그 일이 매듭지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가 의식하지 못할지라도 뇌와 잠재의식은 계속적으로 그 일을 추구합니다. 다른 일을 하는 동안에도 문득 문득 새로운 생각들이 떠오르고, 우리의 마음은 다시 그 일로 돌아가 그것을 완전히 마무리 짓고 싶어 합니다. 이러한 것은 행동뿐만 아니라 생각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면, 오늘 해야 할 일에 이 메일 답장하기, 전화하기, 서류 정리하기, 글쓰기, 예약하기가 있다고 칩시다. 먼저 각 5분씩 ‘선행동 후몰입 방식’을 사용해보십시오. 한바퀴 돈 다음에 끝난 것은 제외하고 나머지는 각각 10분 또는 15분씩 늘려갈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이것을 일종의 멀티태스킹이라고도 하고, 미완료된 일을 마음에 두게 됨으로 ‘주의 잔류물’(attention residue)이 생겨 다른 일에 집중력을 떨어뜨린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일들은 잠재의식 내에서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아이러니하지만 과거에 나는 글 쓰는 것에 큰 저항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무엇인가 영감이 떠올라야 하고, 그것에 대한 기승전결이 내 마음속에서 온전히 이루어져야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모든 것이 준비될 때까지 정말 오랜 시간을 낭비하곤 했습니다. 결국 더 이상 미루면 마감시간을 넘겨 큰 문제가 생길 때쯤 어쩔 수 없이 컴퓨터 앞에 앉곤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틈틈이 짬을 내어 일단 시작합니다. 단 10분만 컴퓨터 앞에 앉아서 글을 쓰고자 합니다. 사실은 컴퓨터를 켜고 프로그램을 여는 시간을 계산하면 실제 시간은 10분도 되지 않습니다. 단 10분 만에 무슨 글을 쓸 수 있겠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일단 컴퓨터를 켜고 자판을 두드립니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으면 “하나님, 이 내용에 대한 지혜를 주세요”라고 칩니다.
일단 관련된 단어, 구절, 짧은 문장이라도 시작하면 점점 더 주제에 대한 정리되지 않은 여러 가지 생각들이 떠오릅니다. 문법에 맞지 않아도 생각나는 대로 타이핑을 시작합니다. 땡! 10분이 되면 무조건 멈춥니다. 이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휴대폰의 스톱워치를 사용하여 10분 뒤에는 멈추어야 합니다. 그리고 제목을 달고 그 파일을 저장한 다음, 다른 일을 합니다.
신기하게도 다른 일을 하는 동안, 단지 시작만 했던 그 일에 첨부해야 할 내용과 방향성, 그리고 아이디어들이 문득문득 떠올라서 그럴 때마다 곧바로 로그북 노트에 기록합니다. 그리고 나중에 다시 시간을 내어 이번에는 20분 시간을 주고, 노트를 참고하여 다시 그 일을 시작합니다. 놀랍게도 다른 일을 하는 동안에도 뇌와 잠재의식은 쉬지 않고 그 문제를 생각하고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실제로 선행동 후몰입 방식을 3-4번 정도만 하면 훌륭한 글을 쓰게 됩니다. 내게는 지금도 마무리하지 못한 많은 글들이 컴퓨터에 파일로 저장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단지 글을 쓰는 것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 다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일단 시작하면 무언가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삶에 엄청난 변화가 올 것입니다. “시작이 반이다”(Well begun is half done)라는 속담은 상당히 과학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짧은 시간만이라도 시작해보십시오.
모든 문제의 핵심은 어떤 일에 대해서 하고 싶지 않다고 느끼는 저항감을 낮추는 것입니다. 일단 짧은 시간만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그 일을 시작하면 뇌가 작동하게 되고, 뇌가 조금이라도 활성화되면 마음은 그것을 이루기 위한 시스템을 작동시킵니다.
† 말씀
네가 좀더 자자, 좀더 졸자, 손을 모으고 좀더 누워 있자 하니 네 빈궁이 강도 같이 오며 네 곤핍이 군사 같이 이르리라 - 잠언 24:33-34절
그 주인이 이르되 잘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적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을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할지어다 하고 - 마태복음 25장 21절
† 기도
하나님, 새로운 일을 도전하거나 해야 할 일들 속에 할 수 없다는 두려움과 하기 싫다는 저항감이 움틉니다. 이러한 마음을 주님께 맡깁니다. 두려움과 저항감을 이기고 행동함으로 주어진 일들을 기쁨으로 감당하게 하소서.
† 적용과 결단
우리 마음 관리의 핵심 요소는 두려움과 하고 싶지 않다는 저항감을 극복하는 것입니다. '미루기'와 '게으름', '다른 것으로 바쁘기'로 당신의 일상은 더 큰 고통이 밀려올 수 있습니다. 지금 주님 앞에 이 두려움과 저항감, 미루기와 게으름을 이길 수 있도록 행동의 마음을 주시기를 기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