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4. 달려갈 길을 마치리라
주인님 나를 바칩니다

34 주님은 나의 생명, 나의 전부이십니다

생명의 본질이요 영생의 광채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시여! 주님의 몸이 귀한 향품으로 정성스럽게 싸였으니, 주님을 숭모하고 주님께 감사합니다.

이 향품은 주님의 몸의 부패를 막는 데 사용되지는 않았지만 주님께 지극히 합당한 것이었으니, 이는 족장들이나 왕들에게 향품을 발랐던 유대인의 장례법에 따라 주님의 신실한 친구들이 사랑으로 이 향품을 발라드렸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람들이 깨끗한 수의壽衣로 주님의 거룩한 몸을 정성스럽게 싸고 희고 깨끗한 수건으로 주님의 거룩한 머리를 조심스럽게 덮었으니, 주님을 찬양하고 주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이 수건은 후에 거룩한 무덤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그들이 눈물 흘리며 주님의 몸을 무덤 앞으로 옮기고, 공회의원 요셉이 바위에 파서 만든 새 무덤 안에 그 몸을 정중히 안치하였으니, 주님을 찬양하고 주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날이 저물었으므로 사람들은 심히 통곡하며 주님을 무덤 안에 정중히 장사하고 큰 돌을 굴려 무덤 문을 막았습니다.

존귀한 자 요셉이여! 그대는 지극히 거룩한 일을 행하여 그리스도를 향한 무한한 사랑을 드러냈으니, 기뻐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리스도를 공경하는 마음으로 지극히 품위 있는 일을 행하였으니, 내가 그대에게 감사하고 그대의 고결한 행동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대는 그리스도를 장사 지내게 해달라고 빌라도에게 담대히 요청했을 뿐 아니라, 그대가 사후死後에 묻히기 위해 준비해놓은 무덤을 기꺼이 그리스도를 위해 사용했다.

세상의 모든 것들과 우주의 궤도들 안의 모든 것들을 다스리시는 분이 세상의 다른 곳이 아닌 바로 그대의 무덤에 묻히기를 원하셨으니, 그리스도께서 그대를 크게 기뻐하신 것이 분명하다. 사람들 중 지극히 존귀한 자 요셉이여! 이 세상에 신실한 자들이 남아 있는 한, 세상 끝 날까지 그대는 하나님과 사람들 앞에서 칭송을 받을 것이다.

너, 나의 영혼아! 주님이 너를 위해 그 무덤에 장사되셨으니, 주님의 무덤 앞에 머물며 여자들과 함께 주님의 죽음을 슬퍼하라. 네가 주님께 영원한 기쁨의 상급을 받기를 원하니, 주님을 애도하는 것이 마땅하다.

주님의 친구들, 특히 경건한 여자들이 얼마나 슬피 울었을지 생각해보라. 주님이 돌아가시고 주님의 몸이 장사된 무덤이 봉인封印된 것을 보았으니, 그들의 가슴이 찢어질 듯 슬펐을 것이다.

그들이 모든 일을 제치고 주님을 따라 온 나라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닌 것은 주님을 사랑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주님을 섬기기 위해 물질을 아낌없이 내놓았다. 그들이 위로를 주시는 주님의 임재가 없이는 잠깐이라도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주님을 깊이 사모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주님과 함께 평생 살면서 거룩한 대화를 나누기를 원했다. 영원한 복을 누릴 수 있다고 믿었던 것도 주님 때문이었다. 주님을 향한 그들의 사랑이 클수록 주님을 잃어버린 슬픔도 그만큼 더 컸을 것이다.

그들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고통스러워한 이유는 예수님의 부활의 소망이 사라진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어쩐지, 그들의 믿음이 예수님과 함께 무덤에 장사된 것 같았다.

낙심한 그 불쌍한 자들은 자기들에게 남은 유일한 위로가 돌아가신 예수님을 애도하거나 그분의 몸을 위해 향품을 예비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예수님을 다시 살릴 수는 없다 해도 그분의 몸에 향품을 열심히 발라 썩지 않게 할 수는 있었을 것이다.

오, 그대들, 경건한 여자들이여! 주님을 향한 그대들의 사랑은 끝이 없구나. 너무 슬퍼하지 말며 절망에 빠지지 말라. 주님이 하신 말씀을 기억하며 조금만 더 기다려라. 주님은 사흘 만에 틀림없이 다시 살아나실 것이다.

지금은 주님이 장사되신 것 때문에 슬퍼하며 괴로움에 빠져 있지만, 주님이 영광 중에 다시 나타나시면 그대들의 마음이 기쁨으로 충만하리라. 주님의 친구들도 지금은 주님의 죽음과 장사를 매우 슬퍼하지만 곧 새로운 기쁨을 맛볼 것이다. 주님께서 죽은 자들로부터 부활하여 완전한 영광 중에 나타나실 것이니, 주님께 향품을 바를 필요가 다시 없을 것이다. 불사不死의 옷을 입고 나타나실 것이니, 죽음이 다시는 주님을 지배하지 못할 것이다.

오, 내 영혼아! 주님의 장사를 보고 네 죽음에 대해서도 유익한 교훈을 배워라.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창 3:19)라는 말씀대로, 흙에서 온 것은 무엇이든지 흙으로 돌아가야 한다.

네가 머지않아 썩어서 흙으로 덮일진대 무엇을 자랑하려느냐? 세상을 떠나면 사람들의 발에 밟힐 뿐일진대 이 세상에서 무엇을 얻으려고 지금 그토록 발버둥 치느냐?

죽은 자들의 무덤을 찾아가거든 머지않아 너도 그들처럼 된다는 것을 기억하라. 모든 산 자들이 갈 곳은 무덤이다. 부자나 가난한 자나 똑같이 무덤에 누울지니, 모두 손바닥만한 땅에 만족해야 할 것이다.

무덤에서는 귀한 자와 천한 자 사이의 구별이 없어지고, 힘 있는 자가 힘 없는 자를 짓밟지 못할 것이다. 그곳에서는 수전노가 그의 돈 덕분에 이득을 얻지 못하고, 영리한 자가 그의 꾀 덕분에 유익을 얻지 못할 것이다.

새침데기 아가씨가 벌레에게 먹히고, 멋쟁이 남자가 악취를 풍길 것이다. 사람들에게 높임을 받던 자가 낮아지고, 칭찬 듣는 데 익숙해진 자에게 칭찬의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을 것이다. 죽을 수밖에 없는 모든 존재들이 무無를 향해 나아가고, 죄로 부패한 모든 육체가 본래의 것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그러므로 영靈으로써 욕심을 억제하는 삶을 살라. 그러면 네 몸이 흙으로 돌아갈지라도 네 영혼은 복된 평안 가운데 안식할 자격이 있다는 판결을 받을 것이다. 성聖금요일에 슬픔을 참으며 수고하면 거룩한 토요일에 안식을 맛보고 그 다음에는 지극히 기쁜 부활의 주일主日을 맞을 것이니, 이날은 의인들의 부활의 날이다.

네가 이 세상에서 은혜에 감사감격하는 데서 오는 절제의 삶을 살 때에 저 하늘나라에서 평강의 안식을 누리게 될 것이다. 십자가를 굳게 붙들수록 그만큼 더 그리스도에게 도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강하게 얻을 것이다.

그러므로 긍휼의 문이 활짝 열려 있고 구원의 하나님께서 네 회개를 받아주시는 지금 이 은혜의 때에 네 죄를 한탄하라. 영적靈的으로 너무나 비참한 상태에 빠져 있는 이 세상과 영적인 것들에 너무 무관심한 사람들을 생각하며 애통하라.

십자가에 못 박히신 분을 진정으로 따르는 사람들은 너무 적고, 처음의 영적 열정이 식어가는 사람들은 너무 많다.

날마다 기도하며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 그리스도를 묵상하라. 예수님을 늘 눈앞에 모시고, 그분의 십자가 곁을 결코 떠나지 말라. 살든지 죽든지 예수님과 함께 무덤에 들어가라. 그러면 네 생명이신 예수님이 다시 오실 때 너도 그분과 함께 영광에 들어가리라.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