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수의 샘이요 구원의 지혜의 근원이신 나의 주인님, 예수 그리스도시여! 십자가에 달려 극심한 갈증을 견디셨으니, 주님을 숭모하고 주님께 감사합니다.
주님은 극단적 고통을 당하여 거룩한 보혈을 흘리시고 몸의 수액水液이 다 말라버리셨기 때문에 심히 갈증을 느끼셨습니다. 하지만 주님은 훨씬 더 큰 다른 갈증도 느끼셨으니, 바로 우리의 구원을 갈망하는 갈증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주님은 구걸하는 불쌍한 사람처럼 마실 것을 구하여 “내가 목마르다”(요 19:28)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이 세상의 모든 물을 만드신 분에게 시원한 물 한 잔을 드리려고 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십자가에 가까이 서 있는 자들이 주님의 말씀을 들었지만 주님을 불쌍히 여기지 않고 도리어 더욱 잔인한 짓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주님을 향해 마음속에 품고 있던 악의를 드러내면서 쓸개 탄 포도주를 해융에 머금게 하여 그 신 것을 주님의 입술에 대었습니다. 그런 것은 개들에게도 주지 않았을 것입니다.
나의 주인님! 그토록 신 것을 받아서 맛볼 정도까지 스스로를 낮추셨으니, 찬양하고 높이옵니다. 이렇게 하신 것은 우리 최초의 조상이 맛본 불법적인 즐거움을 속죄贖罪하시기 위함이었습니다.
우리 조상이 금단의 열매를 맛본 것이 세상에 죽음을 가져왔지만, 주님이 그토록 신 것을 맛보신 것은 우리의 구원을 위한 양약良藥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너희 불신不信의 민족아! 목이 곧고 타락한 족속아! 어찌 너희가 바라바를 풀어주고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외칠 정도로 철저히 배신할 수가 있느냐? 어찌 너희가 시원한 물을 원하는 분께 신 포도주를 드릴 정도까지 미친 짓을 할 수 있느냐? 너희가 대제사장이나 관리들 중 한 사람에게 그런 것을 주면 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 거라고 생각하느냐? 그리스도께서 너희에게 어떻게 하셨느냐? 나사렛 예수께서 왜 너희를 대적하셨는지 아느냐? 대답 좀 해봐라.
하나님께서 하늘로부터 너희에게 만나를 보내고 바위에서 물이 나오게 하시어 너희가 실컷 먹고 마시지 않았느냐? 그런데 맛있는 만나를 먹은 너희가 이제 하나님께 쓸개를 탄 포도주를 드리느냐? 강물처럼 풍성히 흐른 물을 마신 너희가 이제 갈증을 느끼신 그리스도께 물 한 방울 드리지 않았다!
만일 그리스도께서 원하기만 하셨다면, 그분은 너희의 모든 물을 짠물로 변하게 만드셨을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너희에게 떡과 물을 허락하지 않으셨다면, 너희는 허기와 갈증으로 죽었을 것이다.
만일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면 그것은 모두 너희가 자비 베풀기를 거절하였기 때문이다.
만일 그리스도께서 실제로 시원한 물을 원하셨다면, 천사들이 이 세상의 어떤 물보다 더 신선한, 생명을 구하는 물을 즉시 하늘로부터 가져와 그분께 드렸을 것이다. 마치 그들이 그리스도께서 광야에서 마귀에게 세 번 시험을 받으신 후 그분께 음식을 드렸듯이 말이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는 기적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나타내기를 원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인내와 오래 참으심을 나타내셨으니, 이는 그리스도의 길을 따르겠다고 서원한 모든 자들에게 모범을 보이시기 위함이었다.
그대, 그리스도의 제자여! 신 포도주로 가득한 이 잔을 마실지니, 이는 식탐食貪을 치료하는 양약이다. 아버지의 나라에서 그리스도의 잔치에 참여하려거든 사치스러운 음식과 비싼 포도주와 안락한 잠자리와 고운 옷을 갈망하지 말라. 이런 것들은 그리스도의 소박한 삶과 슬픔에 찬 고난과는 정반대되는 것들이다.
육신적 기쁨들에 도취하지 말고 오히려 식탁에서 절제의 미덕을 발휘하여 육신의 욕구를 삼가라.
하늘의 만나요 신선하고 감미로운 음료이신 주 예수님! 십자가에 달리어 극심한 갈증을 느끼셨지만 주님께 제공된 것은 시원한 물이 아니라 신 포도주였습니다. 제가 음식을 먹기 위해 식탁에 앉을 때 주님께 신 포도주가 제공되었음을 기억하게 하소서. 그리하시면 제가 육신을 살찌우는 데 지나치게 관심을 갖지 않고 그 대신 거룩한 말씀을 읽는 일에 몰두할 것입니다.
오직 필요한 만큼의 음식만을 취하게 하시고 주님께 받은 것들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게 하소서. 저에게 제공된 음식의 양量과 질質에 대해 불평하지 않게 하소서. 만일 불평한다면 저는 가난한 자들이나 힘들게 일한 사람들이 제공한 음식을 받을 자격이 없는 부끄러운 사람이 될 것입니다.
나의 주인님! 제가 썩어 없어질 양식이 아니라 영생에 이르게 하는 영원한 양식을 갈망하는 사람이 되게 하소서. 영생의 샘을 갈망하게 하소서. 제가 하늘의 잔치 상에서 떨어지는 생명의 떡의 부스러기를 때때로 주워서 잠깐이나마 그것의 참맛을 보게 하시고, 주님께서 주님의 은혜를 받는 자녀들의 마음에 부어주신 주님의 영靈이 얼마나 은혜로운지를 체험적으로 맛보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