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3. 죽는 것도 유익함이라
주인님 나를 바칩니다

24 주님의 이름이 제 방패가 되게 하소서

모든 피조물의 전능한 군주요 왕이신 나의 주인님, 예수 그리스도시여! 주님의 거룩하고 복된 이름을 쓴 패牌가 감히 주님의 머리 위에 붙여지는 것을 참으셨으니, 주님을 경배하고 주님께 감사합니다.

빌라도 총독은 세상에서 제일 잘 알려진 세 가지 언어, 즉 히브리 말과 로마 말과 헬라 말로 “나사렛 예수 유대인의 왕”(요 19:19)이라고 패에 썼습니다. 이 패는 정말 특이한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인간의 독창적인 생각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영원 전부터 예견되고 예정된 하나님 뜻에 따른 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빌라도는 주님의 뜻에 따라 패에 기록할 뿐이었으니, 달리 기록해서도 안 되고 달리 기록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 세 언어로 기록된 패의 신비로운 의미는 선지자들의 널리 알려진 책들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성경이 이미 오래전에 분명히 예언한 것, 전통이 주님의 은혜로운 이름을 찬양하기 위해 줄곧 가르쳐온 것, 그것을 이방인 총독이 작은 나무 판에 썼으니 곧 ‘나사렛 예수 유대인의 왕’이라고 썼습니다. 이 글귀는 신적神的 감동에 따라 행동한 이방인 총독이 십자가에 못 박히신 분을 영원히 기념하기 위해 쓴 것이었습니다.

무리 중 많은 사람들이 이 패를 읽었으므로, 주님을 향한 시기심이 점점 증폭되어가던 제사장들은 주님의 이름의 영광이 널리 퍼지는 것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그들은 교활한 꾀를 내어 주님의 이름을 욕되게 하려고 애썼으며, 그것에서 그치지 않고 더욱 광분하여 주님의 이름과 생명을 아주 멸하려고 애썼습니다. 그들은 빌라도 총독에게 가서 “유대인의 왕이라 말고 자칭 유대인의 왕이라 쓰라”(요 19:21)라고 요구했습니다.

제사장들은 자기 민족의 왕을 십자가에 못 박은 무서운 죄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두려워했습니다. 자기들에게 책임이 돌아올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패의 글귀를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적의敵意 때문이 아니라 주님이 유대인의 왕이라고 자칭自稱하셨기 때문에 십자가에 달리셨다고 뒤집어씌우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이 땅에 계실 때 주님은 스스로 왕의 위엄을 취하신 적이 없습니다.

너희 사악한 자들아! 너희 대제사장들이 아무리 진실을 왜곡하려고 해도 진실은 변할 수 없다. 어느 면으로 보나 너희에게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너희는 하나님의 아들을 죽이는 데 주도적 역할을 담당한 것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데도 너희는 그토록 끔찍한 죄악을 교활한 술수術數로 덮으려고 하는구나. 빌라도의 면전에서 거룩하고 의로운 분 대신 살인자를 풀어달라고 부탁하더니, 이제는 자기 죄를 감추기 위해 패의 글귀의 진실성을 부정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구나.

주님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논하자면, 빌라도가 너희보다 훨씬 책임이 덜하다. 패의 글귀를 둘러싼 논쟁에서 빌라도가 옳다. 시기심으로 가득한 너희에게 “나의 쓸 것을 썼다”(요 19:22)라고 대답함으로써 그는 초지일관初志一貫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의 말 속에는 이런 뜻이 들어 있으니 들어보라.

“너희가 패의 글귀를 읽고 싶다면, 지금 적혀 있는 대로 읽어라. 그러기 싫으면 신경 쓰지 말라. 내가 일단 결정을 내렸으므로 너희 말을 듣고 바꾸지는 않겠다. 나는 나의 쓸 것을 썼다. 이 패를 쓸 때 나는 너희에게 조언을 구하지 않았다.

너희가 뭐라고 한다고 해서 내가 그 내용을 바꿀 수는 없다. 나는 내 부하들을 시켜서 쓴 그대로 내버려둘 것이다. 패의 글귀는 사람의 생각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그것을 다시 확인하며 그것의 진실성을 선언하는 바이다. 분명히 밝히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그것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이로써 나는 예수의 위엄을 모든 민족들과 모든 나라들에게 선포하노라. 나는 나사렛 예수가 유대인의 왕임을 널리 알리도록 명하노라!”

아, 당당한 총독! 그대는 패牌를 올바로 썼고, 제사장들에게 올바로 대답했다. 나사렛 예수를 위해 그토록 훌륭한 패를 준비하고 또 제사장들의 입을 막았으니, 그대를 칭찬하노라. 하지만 그대를 칭찬할 수 없는 부분도 있으니, 그것은 그리스도에게 사형선고를 내리는 데 동의하는 극악무도한 죄를 범한 것이다.

그리스도를 따르는 경건한 제자여! 빌라도가 쓴 패의 글귀를 깊이 생각해보라. 정신을 집중해서 읽고, 경건한 마음으로 소리 내어 읽어보라. ‘나사렛 예수 유대인의 왕’이라는 글귀가 원수에 대한 두려움을 쫓아버리는 강력한 방패이기 때문이다. 경건한 마음으로 이 패의 글귀를 반복해서 읽어라. 그러면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는 대신 더 큰 힘을 얻었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생명을 주는 예수님의 이름, 즉 ‘나사렛 예수 유대인의 왕’이라는 이름을 부르면, 그리스도의 능력이 활동하고 그대의 믿음이 굳게 서기 때문에 그대의 구원이 위험에 처하지 않게 될 것이다.

빌라도가 쓴 패가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 것인지를 우리의 말로 다 표현할 수 없고 우리의 생각으로 다 이해할 수 없다. 이 패의 글귀는 짧지만, 온 세상으로 하여금 예수의 거룩한 이름 앞에 머리를 숙이게 한다.

너희 모든 세상의 군주들과 종족들과 민족들아! “모든 민족들의 구원을 위해 고난당하신 유대인의 왕 나사렛 예수께 영광을 돌리세!” 이 말을 읽고 듣고 선포하라!

다윗의 자손으로 이 땅에 오신 나사렛 예수님! 지극히 높으신 분의 독생자 나사렛 예수님! 주님의 아름답고 놀라운 이름을 제 마음의 패에 분명하고 확실하게 써주시어, 그 패가 주님이 죽으신 이유를 밝혀주는 귀하고 거룩한 것이 되게 하소서. 그리하시면 제가 항상 그 패를 눈앞에 두고 자주 읽으며 주님의 고귀한 이름을 찬양할 것입니다.

저에게 고통이 찾아올 때 그 패가 제 마음에 위로가 되게 하소서. 저항하기 힘든 유혹이 찾아올 때 그 패가 제 방패가 되게 하소서. ‘나사렛 예수 유대인의 왕’이라는 글귀를 읽을 때마다 악한 영이 제게서 떠나고, 현세적 욕망이 제 안에서 죽고, 온 세상이 저에게 가시처럼 되게 하소서.

오, 사람아! 예수님보다 더 아름다운 존재는 없다. 그분보다 더 복되고 그분보다 더 귀한 존재는 전혀 없다. 이 나사렛 사람보다 더 밝고 더 순수하고 더 거룩한 존재는 없다. 이 유대인의 왕보다 더 존귀하고 더 강하고 더 높은 자는 없다!

오, 그러하오니 주 예수님! 제가 겸손히 주님의 이름을 부르거나, 주님의 고난을 기억하거나, ‘나사렛 예수 유대인의 왕’이라는 글귀를 말하거나 묵상할 때마다 어떤 원수도 제게 도전하지 못하고, 어떤 질병도 저를 건드리지 못하고, 어떤 재앙도 저를 멸하지 못하게 하소서.

오, 주 예수님! 주님은 지극히 아름다우시니 저의 왕, 저의 하나님, 저의 기쁨이십니다. 무슨 말로 찬양해도 주님께 합당한 찬양을 다 드릴 수 없습니다.

주님은 구유에 누웠을 때 아름다우셨고, 십자가 위에서 더 아름다우셨으며, 주님의 나라 보좌에 앉았을 때 가장 아름다우셨습니다. 주님은 육체의 연약함 가운데 십자가에서 돌아가셨지만, 하나님의 능력으로 다시 살아 하나님 우편에 앉아 모든 피조물 위에 영원히 높아지셨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