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3. 죽는 것도 유익함이라
주인님 나를 바칩니다

23 주님의 나라에서 저를 기억하소서

유일하게 죄인들을 위로하실 수 있는 나의 주인님! 십자가에 달린 한편 강도에게 측량할 수 없는 무한한 자비와 긍휼을 베푸셨으니, 주님을 숭모하고 주님께 감사합니다. 그 강도는 전에는 비열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진정으로 회개한 제자가 되었습니다.

그가 자기의 죄를 깨닫고 악행을 진정으로 회개했을 때, 주님은 그의 죄를 용서하시고 그에게 낙원을 약속하셨습니다. 마음속 깊이 죄를 뉘우치고 온전히 회개하면 비록 늦은 회개라 할지라도 충분한 효과를 발휘합니다.

용서와 사랑의 주님! 하늘나라에 들어가게 해주는 뉘우침과 회개는 정말로 아름답고 유익한 것입니다. 그 강도가 비록 전에는 오랜 세월 동안 깊은 죄에 빠져 있었지만, 이제는 믿음을 고백하는 복된 자가 되었습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정말로 중요한 기로에서 그는 정신을 차리고 과거의 모든 죄를 뉘우치며 겸손히 용서를 구했고, 주님은 그에게 풍성한 자비를 베푸셨습니다.

그 강도는 자기가 사형을 당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고백하였습니다. 자기의 유죄를 인정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와 함께 죄를 범하고도 예수님을 모욕한 다른 편 강도에게 자기 주제를 파악하지 못하고 신성모독의 죄를 저질렀다고 꾸짖었습니다. 이 말로 그의 정의감正義感이 드러났습니다.

또한 그는 아무 죄가 없는 주님이 무고하게 십자가에 달리셨다고 고백하였습니다. 이 말로 인정 많은 그의 성격이 드러났습니다. 그처럼, 하나님께 긍휼을 얻을 수 있다는 소망을 포기하지 않고 주님께 하나님나라에서 자기를 기억해달라고 구하는 사람은 분명 믿음이 있는 사람입니다.

우리의 영혼을 돌보시고, 우리의 진정한 제사장이 되시며, 믿음을 고백하는 모든 자들에게 지극히 신실하신 주 예수님! 그토록 복된 믿음의 소유자인 이 강도는, 십자가에 달린 채 그의 지난 인생을 모두 회상한 후 온전한 확신 가운데 주님께 “예수여 주님의 나라에 임하실 때에 나를 생각하소서”(눅 23:42)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무한히 자비로우신 예수님! 이렇게 말하는 그 강도에게 주님은 무한히 위로가 되는 말씀을 들려주셨으니, 곧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눅 23:43)라는 말씀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입술에서 나오는 이런 은혜로운 말씀은, 듣기에 실로 기쁘고 아름다운 것입니다. 특히, 죽음을 눈앞에 둔 고통스러운 순간에 회개한 죄인의 귀에는 한층 더 아름답고 기쁜 소식으로 들렸을 것입니다. 그런 말씀이 불안과 두려움으로 가득한 자에게 무한한 위로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약속의 말씀을 들을 수 있는 놀라운 은혜를 얻은 자는 온전한 확신 가운데 세상을 떠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변호해주시겠다고 약속하신 자는 마지막 심판의 날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베드로는 구한 것을 허락받지 못했으나, 이 강도는 구한 것을 허락받았습니다. 베드로는 변화산에 계속 머물기를 원하였으나, 주님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주님의 고난의 시간이 이르기 전에 베드로는 어디든지 주님을 따라가겠다고 말씀드렸지만, 주님은 그에게 “나의 가는 곳에 네가 지금은 따라올 수 없으나 후에는 따라오리라”(요 13:36)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베드로는 사도로 부름을 받은 자들 중 하나였지만, 그 강도가 베드로보다 먼저 하늘나라에 들어갔습니다.

나의 주인님, 예수 그리스도시여! 주님이 하시는 일은 너무나 놀랍습니다. 주님의 생각은 너무 깊고, 주님의 판단은 측량할 수 없고, 주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은 인간의 언어로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지혜롭지 못한 자는 주님의 일을 이해할 수 없으니, 이는 주님의 일이 어리석은 자의 생각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기 때문입니다.

회개한 강도는 주님과 동시에 고통을 당하고, 주님과 함께 죽은 다음, 주님과 함께 주님의 나라에 들어갔으니 참으로 복된 자입니다. 그가 과거에 어떤 선善을 행하였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한 가지 제가 확실히 아는 것은 그가 죽음을 눈앞에 두고 겸손한 고백을 했기 때문에 모든 죄를 용서받았다는 것입니다.

그토록 악한 자가 충심衷心으로 “예수여 주님의 나라에 임하실 때에 나를 생각하소서”(눅 23:42)라고 말씀드리자 즉시 죄 사함을 받았다는 것은 정말로 놀라운 은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은혜와 긍휼이 풍성하신 나의 주인님! 주님은 십자가에 달리신 채로 그 강도의 간청을 듣고 곧바로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눅 23:43)라고 대답하셨습니다. 주님의 자비로운 대답 덕분에, 슬픔으로 가득했던 그 강도의 마음이 큰 위로를 얻었습니다.

자비로 충만하신 주님의 대답과 그 강도의 죽음을 깊이 생각하며 묵상한다면, 저에게 큰 위로와 유익이 될 것입니다. 그 강도처럼 마지막 순간 직전까지 죄를 더욱 담대히 짓거나 회개를 자꾸 미뤄도 된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갑작스러운 중병重病 앞에서도 절망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강도처럼 큰 죄인도 그토록 순식간에 회개하고 주님의 은혜로 영원한 구원을 얻어 낙원에 들어갔다는 것을 생각할 때 제가 어찌 절망할 수 있겠습니까?

나의 주인님! 제가 주님의 긍휼을 모른다면, 주님이 회개한 자들을 은혜 가운데 받아주셨다는 것을 모른다면 저는 저의 무수한 죄 때문에 두려움에 떨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은 선지자를 통해 “나는 악인의 죽는 것을 기뻐하지 아니하고 악인이 그 길에서 돌이켜 떠나서 사는 것을 기뻐하노라”(겔 33:11)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주님의 입술로 친히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저를 믿는 자마다 멸망치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니라”(요 3:16)라고 증거하셨고, “내가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요 죄인을 부르러 왔노라”(마 9:13)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막달라 마리아가 주님의 발 앞에서 많은 눈물을 흘렸을 때 주님은 그녀의 많은 죄를 즉시 용서해주셨습니다. 베드로가 주님을 세 번 부인한 후 심히 통곡했을 때, 주님은 그를 다시 받아들이셨습니다. 주님은 여러 가지 질병들로 고통당하는 사람들을 불쌍히 여겨 고쳐주셨습니다.

또 무거운 죄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에게 풍성한 사랑을 베풀어 그들을 해방시켜주셨습니다. 이런 풍성한 사랑은 간음하다가 잡힌 여자를 끌고 와서 돌로 쳐 죽여야 한다고 주장한 무리에게서 그녀를 구해주신 사건에서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저에게 자비로운 피난처가 되시는 사랑하는 예수님! 제 원수들의 분노에서 저를 지키시고 건지시는 분이여! 저에게 긍휼을 베푸시어 제 영혼이 불경건한 자들과 함께 멸망하지 않게 하소서. 주님께서 자진하여 십자가의 고통을 당하신 것은 제 영혼을 구속救贖하시기 위함이었습니다.

주님이 그 강도에게 하신 거룩한 말씀을 기억하소서. 그 말씀에서 제가 주님이 주시는 무한한 소망을 얻기 때문입니다.

오, 나의 생명의 구주救主여! 죽음의 시간이 저에게 다가올 때 제 영혼에게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라고 말씀해주소서. 죽어가는 사람에게 들려줄 수 있는 가장 기쁘고 아름다운 말은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라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나의 주인님! 주님의 나라에서 저를 기억하소서. 제 힘이 저를 떠나고, 제 목소리가 속삭임으로 변하고, 제 눈이 어두워지고, 제 귀가 거의 아무것도 듣지 못하기 시작하는 두려운 죽음의 순간에 저를 버리지 마소서.

선하신 예수님! 그 순간에 저를 도우러 오소서. 주님의 천사들을 보내어 고통 중에 있는 저를 위로하게 하소서. 음흉한 의도를 가지고 저의 최후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 증오에 찬 원수가 저를 이기지 못하게 하소서.

이 원수는 과거에 주님에게서 약점을 찾으려고 애썼으니, 만일 약점을 찾았다면 그것을 이용하여 그의 목적을 이루려고 시도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약점을 찾지 못한 그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주님을 떠났습니다. 제 영혼을 멸하려는 자들이 큰 혼란에 빠져 물러가 속히 부끄러움을 당하게 하소서.

나의 주인님! 주님이 십자가에서 두 번째로 하신 말씀, 즉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눅 23:43)라는 위로의 말씀을 묵상할 때, 제 영혼이 주님을 기뻐하고 주님의 구원 안에서 즐거워하게 하소서.

십자가에 달리신 분의 입술에서 나왔기에 더욱 귀하고 아름다운 이 말씀이 자주 제 입술에 오르게 하시고, 더욱 자주 제 마음에 새겨지게 하소서. 십자가에 달리신 나의 주님의 입술에서 나와 내 귀에 들린 이 말씀이 지극히 사랑스럽고 감동적이므로, 제가 더욱 관심을 갖고 더욱 깊이 묵상해야 할 것입니다.

제가 주님의 뜻에 따라 이 땅에서 살며 주님을 섬기게 하소서. 그리하시면 제가 제 몸을 이 땅에 두고 떠날 시간이 되었을 때 하늘로부터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라는 은혜로운 말씀을 들을 것입니다. 그때에 주님의 종에게 “잘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작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으로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예할지어다”(마 25:21)라고 위로해주시기를 원합니다.

그때가 되면, 이 세상에서 죽기까지 선善을 행하며 주님을 신실하게 섬긴 삶이 가장 선하고 만족스러운 삶이었다는 것이 밝히 드러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