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3. 죽는 것도 유익함이라
주인님 나를 바칩니다

22 세상의 비웃음을 개의치 않게 하소서

하늘나라 궁전의 영광이요 기쁨이신 나의 주인님, 예수 그리스도시여! 그토록 저질스러운 군중의 입에서 나오는 많은 모욕과 신성모독을 듣고도 십자가에서 끝까지 참으셨으니, 주님을 경배하고 주님께 감사합니다.

십자가 주변에 모인 자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주님을 대적하였습니다. 그들은 미친개들처럼 우글우글 모여서 주님의 결백潔白을 공격하였습니다. 입으로는 개처럼 짖고 사자처럼 이를 갈고 뱀처럼 쉿쉿 소리를 냈습니다.

주님이 십자가에 달리신 것을 보고 그들의 얼굴에는 비웃음이 스쳤습니다. 그들은 혀로 주님을 저주하고, 손으로 박수를 치고, 발로 춤을 추고, 마음으로 뛸 듯이 기뻐하였습니다.

그들은 주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온갖 모욕과 조롱을 당하시기를 원했습니다. 십자가 옆을 지나가는 자들은 술 취한 미친 사람처럼 머리를 흔들었고, 증오와 오만과 악의로 가득하여 “아하 성전을 헐고 사흘에 짓는 자여”(막 15:29)라고 소리쳤습니다.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과 장로들은 마땅히 무리의 악한 언행을 제지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무리보다 더 뻔뻔스럽게 주님을 모욕하였습니다. 그들은 교만으로 가득한 눈빛으로 목을 곧게 세운 채 십자가 맞은편에 서서 뻔뻔스럽게도 주님의 얼굴을 응시하였습니다.

그리고 자기들끼리 웃으며 “저가 남은 구원하였으되 자기는 구원할 수 없도다”(막 15:31)라고 조롱하였으니, 이는 종교 지도자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신성모독의 발언이었습니다.

이로써 그들은 주님이 하나님으로서 이루신 모든 기적과 치유를 멸시하고 왜곡하려고 시도했습니다. 주님은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기적을 행하고 병을 고쳐주셨지만, 종교 지도자들은 이런 주님의 선행 때문에 주님을 시기했습니다.

또한 그들은 주님께 십자가에서 내려오라고 말했습니다. 주님을 그리스도로 믿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주 적의敵意를 드러내었던 자들이 이제는 주님을 믿겠노라고 말하며 주님을 조롱했습니다.

주님께서 더욱 분명한 기적을 보여주셨을 때에도 그들은 주님을 믿지 않고 오히려 주님을 중상모략 할 방법을 찾았습니다. 주님을 믿겠다는 마음이나 구원의 길을 찾아보겠다는 마음이 아예 없는 그들에게는 주님을 조롱하여 괴롭히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그들은 “저가 하나님을 신뢰하니 하나님이 저를 기뻐하시면 이제 구원하실지라 제 말이 나는 하나님의 아들이라 하였도다”(마 27:43)라고까지 말하였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주님의 신성神性에 도전하는 불경스러운 말을 뱉어내면서 증오에 찬 목소리로 주님에 대해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습니다.

하나님의 아들에게 고통을 가한 잔인무도한 자들아! 주님을 십자가에 못 박는 끔찍한 죄를 저지른 것도 모자라 이제는 주님을 조롱하고 주님의 신성을 모독하느냐? 너희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아느냐? 그토록 거룩하고 순결한 분을 향해 독毒으로 가득한 너희의 혀를 놀리느냐? 그분이 죄를 지으신 적이 있느냐? 그분이 너희에게 무슨 해를 끼치셨느냐?

주님이 행하신 일들 가운데 선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귀머거리가 들을 수 있게 하셨고, 벙어리가 말하게 하셨다. 그분은 놀라운 기적과 감동적인 교훈으로 너희의 온 나라에 영예를 안겨주셨다. 원수들을 위해 기도하셨다.

그토록 많은 선善을 베푸신 분이 어찌 이토록 악한 일을 당하셔야 하느냐? 어찌 너희는 선을 악으로, 사랑을 미움으로 갚느냐? 그토록 무서운 너희 죄를 생각하면 너희가 울어도 시원찮을 텐데 도리어 십자가에 못 박히신 분 앞에서 웃음을 터뜨리느냐?

너희 마음처럼 완전히 닫힌 마음 안에는 동정同情도, 회개도, 받은 혜택에 대한 감사도 없다. 오히려 너희의 악독한 마음은 마귀가 불어넣어준 광기狂氣에 사로잡혀 언제라도 더욱 가시 돋친 말과 모욕을 쏟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그 마음이 너희를 더욱 극악무도한 행위로 몰아갔다. 너희는 칼과 막대기로 주님을 괴롭힐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더욱 날카로운 무기인 혀를 사용했다!

하나님의 율법을 모르고 신성모독적인 악행을 담당한 군병들아! 너희도 역시 주님을 십자가에 못 박는 것을 기뻐하였다. 너희 상관上官의 선동과 독려에 따라 너희도 십자가로 다가가 주님을 조롱하였다. 너희는 주님께 신 포도주를 드리며 “네가 만일 유대인의 왕이어든 네가 너를 구원하라”(눅 23:37)라고 말하였다.

말과 행위가 부패한 미련하기 짝이 없는 군병들아! 누구에게 가르침을 받았기에 너희는 하나님을 대항하여 싸우는 어리석음을 범하였느냐?

선한 사람을 박해하거나 가난한 사람의 옷을 벗기거나 강도당한 사람을 벌거벗은 채로 내버려두는 것은 용감한 군사가 할 일이 아니다. 용맹스러운 군사는 다른 사람의 옷을 찢거나 십자가에 못 박힌 사람을 조롱하거나 죽음을 눈앞에 둔 그리스도께 아무도 마시지 않는 신 포도주를 권하지 않는다.

그러나 너희가 아무리 주님께 해를 입히려고 애써도 그렇게 할 수 없으니, 이는 지혜가 악의惡意를 이기며 주님의 인내심이 무한하시기 때문이다.

타락의 구덩이에서 헤어 나오기를 거부한 완고한 강도야! 너도 사악한 자들처럼 주님께 “네가 그리스도가 아니냐 너와 우리를 구원하라”(눅 23:39)라고 불경스러운 말을 쏟아내었다.

너는 참으로 가련한 인간이다! 그리스도를 멸시하는 마음에 사로잡혀 너는 죄악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네 과거의 죄에 대해 마땅히 용서를 빌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너는 모든 용서의 근원이신 분을 뻔뻔스럽게 모욕하였다. 그러므로 너는 절망 가운데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였다.

사랑의 주님! 십자가를 받아들이신 후 끝까지 참으며 그 위에 달려 계셨으니, 주님을 찬양하고 주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아첨의 말이나 공허한 약속도 주님을 거기서 내려오시게 할 수 없었습니다. 주님은 자발적으로 오르신 십자가에서 단 한순간도 내려오실 생각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토록 거룩한 사랑에 이끌려 선택하신 십자가에서 끝까지 달려 있다가 돌아가시는 것이 주님의 굳은 결심이었습니다. 주님이 시작하신 구원 사역을 영광스럽게 완성하시는 것이 언제나 주님의 소원이었습니다.

선행을 포기하지 말라고 가르치신 주님께서는 십자가에서 끝까지 견디심으로 순종하셨습니다. 이로써 주님을 따르는 자들에게 끝까지 순종하라고 친히 모범을 보이셨습니다.

믿음이 있다고 고백하는 자여! 세상을 멸시하고 거룩한 십자가를 사랑하는 자여! 주님이 달리신 나무로 더욱 가까이 나아오라. 나무에 달리신 분을 보고 그대의 경건한 결심에 더욱 충실하라. 믿음의 가족에 속하여 순종의 삶을 살고 경건의 훈련을 끝까지 감내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일을 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그대의 구원을 이루는 것이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그대를 경건생활과 온전한 길과 신앙적인 대화와 그대 자신의 서약에서 벗어나도록 유혹한다면 단호히 물리쳐라.

“그(그리스도)는 [우리를 위하여]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빌 2:8)라는 사도 바울의 말을 기억하라. 세상이 그대에게 무엇을 약속하든, 그대 몸의 욕구가 무엇이든, 마귀가 그대를 아무리 유혹하든, 친구들이 아무리 만류하든, 심지어 세상이 아무리 비웃든, 그것들에 개의치 말고 그것들을 무시하고 경멸하라.

그리스도 안에 굳게 서라. 눈을 들어 십자가에 달리신 분에게 눈길을 고정시켜라. 그리스도는 두 팔을 넓게 벌리고 그대를 초대하시며, 잠깐의 짧은 수고에 대해 영원한 상賞을 약속하신다. 그분은 “네가 나와 함께 고난을 받으면 나와 함께 왕 노릇 할 것이요, 나와 함께 죽으면 나와 함께 영광을 받을 것이다”(롬 8:17 ; 딤후 2:12 참조)라고 말씀하신다.

지극히 담대하신 무적의 승리자 예수님! 십자가를 뜨겁게 사랑하시고 그것을 거룩하게 하신 나의 주인님! 제가 믿음으로 살기로 결심했으니, 자원하는 마음으로 주님을 계속 섬기게 하소서. 제가 피곤해서 주님을 본받으려는 뜨거운 열정이 식어버리지 않게 하소서.

제가 언제나 전진할 수 있도록 도우소서. 단호한 의지로 육신의 유혹들에 저항하고, 영적 시험의 때에 승리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도우소서. 악한 때가 닥치면 참고 견딜 수 있게 도우소서. 사람들의 조롱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시고, 그들의 칭찬을 구하지 않게 하소서. 이 세상에서 오는 모든 것을 보지 않게 하시고, 저의 유일한 피난처요 구원이신 주님만을 찾게 하소서.

제가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어떤 사람 때문에 주님의 십자가를 피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게 하소서. 오히려 십자가를 군기軍旗와 표상表象으로 삼아 십자가의 보호를 받으며 순종의 삶을 살게 하소서. 그리하여 이 세상을 떠날 때 영원히 복된 승리자가 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