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포도나무요 생명의 길이요 우리의 구원이신 예수 그리스도시여! 온 인류의 구속救贖을 위하여 구경꾼들 앞에서 무겁고 치욕스러운 십자가를 겸손히 지셨으니, 주님을 숭모하고 주님께 감사합니다.
주님은 잃어버렸다가 오랜 세월에 걸쳐 힘들게 찾아낸 양들을 주님의 어깨에 메어 하늘나라 집으로 데려가시기 위해 그 일을 감당하셨습니다.
그리스도인 군대의 탁월한 기수旗手이신, 나의 주인님! 슬프고 가슴 아픈 대우를 견디셨으니, 주님을 찬양하고 높입니다. 주님은 사악한 자들이 주님의 어깨에 올려놓은 무거운 나무 십자가를 지시고, 한때는 말씀과 기적을 베푸시어 주님을 알리셨던 그 유명한 예루살렘 도성都城 길을 수치스럽게 끌려가셨습니다.
훌륭하고 아름다우신 예수님! 우리를 위해 고통으로 가득한 가시밭길을 걷기 시작하셨으니, 주님을 찬양하고 주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이미 매질과 채찍질을 당하여 지극히 약해진 몸으로 발걸음을 옮기셨으니, 주님의 한 걸음 한 걸음을 찬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님은 꼬불꼬불한 길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십자가의 무게를 온몸으로 느끼셨습니다.
주님의 형벌을 책임 맡은 자들은 주님을 앞으로 가도록 만들기 위해 아주 거칠게 대했습니다. 그들은 앞으로 나아가라고 소리치며 주님을 뒤에서 밀거나 앞에서 끌어당겼을 것입니다. 주님은 감당하기 힘든 십자가의 무게에 눌려 등이 구부러진 채 ‘갈보리’라는 곳까지 가셨습니다.
전에는 이런 길을 가신 적이 결코 없으셨습니다. 전에는 그토록 험한 길을 가신 적이 전혀 없으셨습니다. 전에는 그토록 힘든 멍에를 메신 적이 없으셨습니다.
나의 주인님! 주님을 끌고 가는 사악한 자들에게 큰 수모를 당하셨으니, 주님을 찬양하고 지극히 높입니다. 갈보리 언덕을 향해 가실 때 수많은 모욕을 들으셨으니, 영광을 돌립니다. 십자가를 지고 가실 때 무고한 주님에게 쏟아지는 경멸에 찬 중상모략을 견디셨으니, 찬양합니다.
주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원수들은 주님이 수치스럽고 잔혹한 십자가에서 죽을 것을 고대하며 오만하고 비열한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무섭고 끔찍한 일을 당하면서도 주님은, 희생제물로 바쳐지기 위해 끌려가는 어린양처럼 잠잠히 나아가셨습니다. 그리고 줄곧 우리의 구원을 생각하시고, 주님 백성의 무지無知를 슬퍼하시며, 주님을 거칠게 끌고 가는 자들의 사악함을 한탄하셨습니다.
주님을 찬양하고 경배합니다. 주님의 친구들이 주님께 참된 사랑을 보이고, 경건한 여자들이 슬퍼하면서 주님을 뒤따랐습니다. 주님의 친구들은 주님을 위해 동정의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습니다. 경건한 여자들은 머리를 숙인 채 슬피 울며 한 걸음 한 걸음 주님을 뒤따랐습니다.
주님은 돌이켜 그들에게 “예루살렘의 딸들아 나를 위하여 울지 말고 너희와 너희 자녀를 위하여 울라 … 푸른 나무에도 이같이 하거든 마른 나무에는 어떻게 되리요”(눅 23:28,31)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주님께서 사랑하신 모든 자들이 주님의 고통을 보고 비통悲痛에 빠졌으니, 특히 경건한 여자들이 그러했습니다. 그들은 주님을 위로하고 싶었지만 주님께 가까이 갈 수 없었고, 주님을 그토록 잔혹한 죽음에서 건질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그저 한없이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주님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주님의 어머니 마리아는 십자가를 등에 지고 죽음의 자리로 끌려가는 사랑하는 아들을 보았을 때, 모성애에 큰 상처를 받고 슬픔에 떨었습니다.
마리아는 주님의 고통을 몸으로는 느낄 수 없었지만, 마음으로는 깊이 느꼈습니다. 그녀는 주님을 뜨겁게 사랑하고 주님의 고난 때문에 크게 슬퍼하고 괴로워했습니다. 사랑으로 가득한 마리아의 마음은 주님의 슬픔을 느꼈으니, 그 슬픔의 크기는 주님을 사랑한 그 어떤 사람이 느끼는 슬픔보다 더 컸을 것입니다.
주님을 그토록 사랑한 막달라 마리아도 한없이 흘린 눈물 때문에 지칠 대로 지쳤지만, 주님을 향한 폭포수 같은 사랑으로 주님의 어머니와 함께 기꺼이 주님의 십자가를 마음으로 나눠 지고 갔을 것입니다.
주님의 고난은 외적外的 원인들 때문에 당하는 고통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주님의 내적 고통을 더욱 심화시키는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제자들은 도망했고, 주님의 어머니가 크게 슬퍼했고, 주님의 부활을 믿지 못해 소망을 잃은 자들이 불안에 떨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주님의 고난을 보고 신앙의 정체停滯에 빠졌습니다.
나와 같은 믿음을 갖고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여! 그대가 하늘의 기쁨을 맛보려거든 신비로운 십자가를 속히 지고 그대의 구세주의 발걸음을 따르겠다고 굳게 결심하라.
잠깐 근신하는 마음을 갖다가 이내 잊어버리고 해이해지는 잘못에 빠지지 말고, 믿음 훈련의 고삐를 늦추려고 하지도 말라. 믿음의 지체들이 그대에게 요구하는 것이 쉽고 가벼운 것이라고 여겨라. 거룩한 복종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요구되는 모든 것을 기쁨으로 준행하라.
그대에게 떨어지는 모든 명령에 순종하기 힘든가? 그렇다면 그리스도께서 그것들보다 훨씬 더 힘든 명령에 순종하여 치욕의 십자가에서 그대를 위해 돌아가셨다는 것을 기억하라. 믿음의 조상들이 물려준 경건한 규례를 성실히 따르라. 하늘나라로 이끄는 길에서 벗어나지 말라. 편한 길로 가게 만드는 유혹을 떨쳐버려라. 그런 길은 게으른 자들을 멸망으로 이끌 뿐이다.
그대가 믿음을 갖기 시작한 날, 그대는 그대의 십자가를 받아들였다. 그대가 믿음의 길을 걷겠다고 서원誓願한 날, 그대는 그대의 십자가를 더욱 단단히 붙들었다. 십자가에 못 박힌 분을 본받으려거든 거룩하고 의로운 삶을 살아라.
더욱 뜨거운 신앙을 가지려거든 기쁨으로 그대의 십자가를 져라. 자발적인 마음 없이 불평하면서 십자가를 진다면, 그리스도께서 예비하신 영광을 얻지 못하고 오히려 불신자 강도가 받은 형벌에 처해질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기쁨과 온유함으로 견디고 있다면, 이미 그대는 악한 자를 많은 부분에서 이긴 것이다.
그러므로 신앙생활의 엄격한 부분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그것들이 오랜 세월 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말라. 그리스도의 사랑과 올바른 삶의 기쁨이 지루한 허드렛일을 즐거운 일로 변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그대보다 앞서서 훨씬 더 힘든 삶을 사신 분이 계시니, 바로 예수님이시다. 하나님의 아들로서 십자가를 지신 그분은 십자가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를 친히 체험하셨다. 그러므로 그대의 구주救主를 본받아 십자가의 길을 계속 가라. 믿음생활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신앙심 깊은 결심들을 늦추지 않는다면 그대는 영원히 안전할 것이다.
이 땅의 왕들의 왕이요, 천사들을 다스리시는 분이요, 모든 그리스도인들 앞에서 달리시는 기수이신 사랑하는 예수님! 주님은 조롱하는 군중이 보는 가운데 주님의 종들의 구원을 위하여 어깨에 십자가를 지고 나아가셨습니다.
주님의 종들이 따라야 할 모범이신 주님은, 이제 주님이 가셨던 갈보리 언덕을 향해 고통의 발걸음을 내딛기를 주저하는 저를 도우십니다.
제가 이 세상을 떠나기로 되어 있는 시간이 이를 때까지, 갈보리 언덕을 향해 계속 걸어가도록 저를 도우소서. 그러나 제가 죽은 후에는, 이 죄의 몸에서 벗어난 제 영혼을 갈보리 언덕으로 인도하지 마소서.
몰약沒藥과 유향乳香의 언덕인 갈보리 언덕에서 주님은 저를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습니다. 이는 제가 십자가 표적 아래서 안전함을 얻고, 거기 주님 안에서 안식을 얻도록 하시기 위함이었습니다.
제가 새로운 열정에 불타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주님을 따르게 하소서. 신앙이 미지근한 사람들처럼 변덕을 부리지 않게 하시고, 십자가를 지시는 주님께 언제나 제 마음의 눈을 고정시키게 하소서. 그리하시면 제가 변덕스러운 자들처럼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좁은 길을 갈 때 저의 안내자와 길동무가 되어주시고, 순풍順風이 불 때는 더 잘 나아가게 도우시고, 역풍逆風이 불 때는 저를 위로하소서. 제가 주님의 이름을 위해 시작한 많은 일들이 성공하도록 저의 동역자가 되어주소서.
낮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도 일과日課를 능히 감당하도록 도우소서. 그리하시면 제가 믿음의 지체들과 함께 경배하고 찬양하며, 거룩한 봉사에 동참할 것입니다.
짜증이 나고 근심걱정이 몰려올 때는 무거운 십자가에 짓눌려 극도로 지치신 주님의 모습을 기억하게 하소서. 주님이 지신 무거운 십자가를 생각하면 저의 가벼운 짐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느껴질 것입니다.
경건생활을 시작한 저에게 주님께서 자비로운 도움을 베풀어주시면, 저는 자유롭고 자발적인 마음으로 경건생활의 어려운 점들을 능히 견딜 것입니다. 제가 더욱 겸손해지도록 일시적으로 무거운 짐을 허락하셨다 할지라도 주님은 때가 되면 자비를 베풀어 주님의 지혜로운 방법으로 그 짐을 제게서 벗겨주실 것입니다.
저의 의지意志를 정복하도록 가르치시고, 궁핍한 생활 중에도 만족하게 하시며, 세상적인 삶을 갈망하는 마음을 버리게 하소서. 손으로는 늘 부지런히 일하게 하시고, 마음으로는 늘 성경말씀을 묵상하게 하소서. 제 몸의 지체들을 사용해 주님을 섬기게 하시고, 저의 오감五感을 늘 엄격히 통제하게 하소서. 제가 비록 보잘것없는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으로 십자가를 지는 사람들 중 하나로 인정받게 하소서.
세상적인 것들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게 하시고, 육신에 대한 모든 집착에서 벗어나게 하소서. 다른 사람들의 일에 개입하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끼지 않게 하시고, 쓸데없는 잡담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하소서.
저의 내면적 삶에 집중하게 하시고, 저의 무절제와 태만을 뼈저리게 느끼고 은밀히 슬퍼하게 하소서. 저의 덕행德行을 가로막는 모든 것을 벗어버리게 하시고, 항상 주님만을 바라보았던 사람들의 길을 따르게 하소서.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는 가운데 덧없는 것들을 모두 초월하는 법을 알았던 사람들의 모범을 따르게 하소서.
저는 주님이 저를 극진히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셨던 십자가를 늘 기억하겠사오니, 제가 십자가에 대한 사랑으로 불타게 하소서. 그리하시면 제가 지켜야 할 경건의 규례들에 날마다 순종함으로 저를 주님께 드릴 것입니다.
다시금 구하오니, 제가 저항의 기미幾微조차 없이 자발적으로 저의 짐을 지게 하시어 결국에는 그토록 갈망해온 평안과 안전의 자리에 이르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