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2. 내 죄과를 도말하소서
주인님 나를 바칩니다

15 저에게 겸손의 면류관을 씌워주소서

성도들의 영광의 왕이요 영원한 영광으로 빛나는 면류관이신 나의 주인님, 예수 그리스도시여! 불경스러운 자들에게 한 번 더 모욕과 수치를 당하셨으니, 주님을 경배하고 주님께 감사합니다.

마음이 돌같이 굳은 군병들이 주님을 관정 안으로 끌고 들어가 온 군대를 모으고 주님의 옷을 벗기고 주님을 조롱하는 의미로 홍포紅布를 입혔습니다. 주님이 이런 끔찍한 수모를 당하신 것은 아무 공로 없는 우리에게 주님의 거룩함의 두루마기를 입혀주시고, 주님의 겸손의 면류관으로 우리를 아름답게 꾸며주시기 위함이었습니다.

나의 주인님! 그 거룩한 머리에 가시 면류관이 씌워지는 끔찍한 고통을 견디셨으니, 제가 주님을 향한 깊은 헌신과 이해심으로 가득하여 주님을 찬양하고 주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주님은 하찮은 벌레 같은 우리를 위해 그 모든 고통을 감수하셨습니다.

지극히 거룩한 분이시여! 주님의 거룩한 머리에 씌워진 면류관의 가시들이 머리 안쪽까지 파고들어 많은 피가 귀와 목과 눈과 뺨을 타고 흘러내렸습니다. 비열한 자들이 뱉은 침을 맞아 아직 다 마르지도 않은 주님의 아름다운 얼굴이 온통 피로 물들어 흉하게 되었습니다. 아무 죄가 없으신 하나님의 아들이 가시 면류관을 쓰시어 그토록 치욕스럽고 끔찍한 모습으로 변하신 것은 가슴이 찢어지도록 슬픈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광포해진 군병들은 지극히 거룩하고 아름답고 고결한 머리가 무수한 가시들에 찔리도록 만들어놓고도 조금도 떨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그들은 주님 앞에서 무릎을 꿇고 “유대인의 왕이여 평안할지어다”(막 15:18)라고 말하면서 천사들의 왕이신 주님을 공개적으로 조롱하고 모욕했습니다.

지극히 온유하신 예수님! 지극히 높임을 받아야 마땅한 왕이요, 믿음을 고백하는 자들의 면류관이요, 선한 싸움을 싸우는 교회의 힘이요, 승리한 교회의 기쁨이요, 모든 신자들의 모범이신 주님이 그토록 큰 치욕을 당하고 그토록 잔인한 고통을 당하셨습니다.

그렇게 주님의 몸이 무수히 매질을 당하고 주님의 마음이 큰 정신적 고통을 당하신 것은, 영원한 지옥 형벌에서 저를 구하고 모든 사악한 버릇에서 저의 마음을 깨끗케 하고 천국에서 영원한 영광과 존귀의 면류관을 저에게 씌워주시기 위함이었습니다.

나의 주인님! 잔학한 군병들이 주님 앞에 무릎을 꿇고 왕으로 대우해주는 척하면서 조롱하는 것을 참으셨으니, 주님을 찬양하고 높입니다. 그들은 경멸에 차득 찬 태도로 주님에게 절하며 불경스러운 혀를 놀려 “유대인의 왕이여 평안할지어다”라고 희롱했습니다.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으로 죄의 종이 된 자여! 영원하신 아버지의 독생자께서 그대를 위해 얼마나 많은 모욕과 고통을 당하셨는지를 깊이 생각해보라. 그대 마음의 귀를 열고 “보라 이 사람이로다”(요 19:5)라는 빌라도의 가혹한 외침을 듣고 경건한 마음으로 탄식하며 눈물을 흘려라.

지극히 존귀하신 예수님! 상상을 초월하는 조롱을 견디셨으니, 찬양하고 숭모합니다. 군병들은 주님이 더욱 큰 수치심을 느끼도록 연약한 갈대를 마치 왕의 홀처럼 주님의 오른손에 들렸습니다. 이는 주님이 주제넘게 왕권을 주장했다고 비아냥거리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야만적이고 무자비한 자들은 이미 상처로 고통스러운 주님의 머리를 다시 갈대로 사정없이 여러 번 내리쳤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그것을 다 참으셨으니, 주님을 찬양하고 높입니다. 그들은 다시 한 번 더 주님에게 더러운 침을 뱉었고 주님을 향해 비열한 혀를 놀렸습니다.

예루살렘의 딸들아! 이리 나와 만왕의 왕께서 가시 면류관을 쓰신 것을 보라. 이 면류관은 군병들이 그분의 고난의 날에 그분께 씌운 것이다. 견디기 어려운 욕설과 모욕을 당하면서 그분은 빌라도의 명령에 의해 밖으로 끌려 나오셨으니, 이는 모든 사람들이 그분의 치욕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이토록 슬픈 사건을 생각하면 진실로 가슴이 찢어지듯이 아프다.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경건한 사람들은 마음이 아프지 않을 수 없다. 홍포를 입고 머리에 가시 면류관을 쓰신 온유하고 인내심 많으신 예수님이 재판정에서 밖으로 끌려 나오신 것이다.

미친 듯이 날뛰던 많은 사람들도 고통과 모욕을 당하여 그토록 처참해진 그리스도의 모습을 보고는 어느 정도 동정심을 느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슬프게도 그들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광포는 더욱 심해졌고, 총독이 “보라 이 사람이로다”(요 19:5)라고 말했을 때 그들의 입에서는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 십자가에 못 박게 하소서”(요 19:6)라는 극악무도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주님을 사랑하는 신실한 자여! 주님이 당하신 이 모든 일을 알았으니, 이제 상상을 초월하는 주님의 고통과 슬픔을 생각하고 놀라서 떨라. 면류관을 쓰고 왕처럼 옷을 입었지만 실제로는 지극히 비천한 종처럼 치욕을 당하신 주님을 생각하며 가슴을 치고 눈물을 흘리고 무릎을 꿇어라. 주님께서 그토록 무섭고 끔찍한 형벌을 견디신 것은, 세상의 영광을 좇는 욕망에서 그대를 건져내고 그대의 교만의 병을 고쳐주시기 위함이다.

이 땅의 더러운 찌끼 같은 자여! 그대의 주님이 지극히 거룩한 머리에 가시 면류관을 쓰시고 그토록 수치스러운 일을 당하셨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대가 이 세상의 영광을 좇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라.

가시 면류관을 쓰신 분을 따른다는 자여! 지극히 높으신 분이 낮아져 고통당하는 편을 선택하셨다는 것을 알았다면 거룩한 슬픔에 잠겨라. 편한 삶의 길만을 탐하지 말고, 오히려 열정을 가지고 십자가의 길을 가라.

너희 모든 교만의 아들들이여! 높은 자리를 탐하고 다른 사람들보다 낫게 보이려고 머리를 높이 들고 다니는 자들이여! 채찍에 맞고 가시 면류관을 쓰신 예수님 앞에서 뽐내며 걷는 자들이여! 놀라고 부끄러워하라.

곧 죽을 너희 몸에 비단옷을 두르고 보석과 금과 은으로 장식하고 머리를 화려하게 치장한 것을 부끄러워하라. 너희를 구속救贖하기 위해 주님께서 그토록 무서운 고통을 당하신 것을 생각조차 하지 않은 일을 부끄러워하라.

온몸에 종기가 난 불쌍한 나사로여!(눅 16:19-31) 위로를 받아라. 주님 때문에 이 세상에서 멸시와 천대를 받는 자여! 그대가 누구든지 간에 위로를 받아라. 질병과 결점에 시달리는 그대가, 곱고 화려한 옷을 입고 악한 길을 고집하는 부자보다 나사렛 예수를 더욱 닮았다.

그대가 조악粗惡한 천으로 만든 누더기 옷을 입고 있다 할지라도 부끄러워 말라. 누더기 옷을 입었다 해도 영적으로 거룩함의 옷을 아름답게 입은 자는 하나님과 그분의 천사들 앞에서 특별한 영예를 얻을 것이기 때문이다. 고운 옷을 입겠다는 욕망을 버리지 못한 자여! 그대는 크게 부끄러워해야 한다. 세상에 대해 죽어야 한다. 그대는 모든 면에서 주인님의 길을 따라가겠다고 선택하지 않았는가?

경건한 자여! 그대가 고난 때문에 낙심할 수도 있겠지만, 가시 면류관을 쓴 고통을 참으신 예수님을 자주 묵상하면 틀림없이 참되고 큰 위로를 얻을 것이다. 마음속에 근심이 가득할 때는 주님께서 가시들에 찔리는 고통을 참으신 것을 기억하라.

주님의 가시 면류관을 생각하면 그대에게 일어나는 어떤 어려움도 더욱 편안한 마음으로 견딜 수 있을 것이다. 극심한 두통도 참을 수 있을 것이고, 특히 악랄한 중상모략도 참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사는 이 땅에서 여러 가지 불편하고 힘든 일을 당한다 할지라도 고난당하신 주님과 함께 고난당하고, 가시 면류관을 쓰신 주님과 함께 가시 면류관을 쓰면 큰 유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그대가 오직 그대의 욕망에 이끌려 산다면 지옥의 형벌을 받을 것이다.

즉, 멸망한 자들과 함께 지극히 고통스러운 형벌을 받을 것이다. 우리 주 예수님의 영광스러운 얼굴에서 멀어지고 복된 자들의 즐거운 무리에서 쫓겨날 것이다.

그러나 십자가 고난을 당하신 분의 치욕과 고통에 동참한 사람은 무서운 심판 날에 영원하신 왕 앞에서 두려움 없이 기쁨 가운데 서게 될 것이다.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의 고통들을 심적心的으로 느끼는 자여! 그리스도의 상처 때문에 마음에 상처를 받는 자여!

그리스도의 죽음을 묵상함으로 그리스도와 함께 ‘사랑의 죽음’을 체험하는 자여! 그대의 영혼을 하나님께서 기뻐하시고 귀하게 여기신다. 그대의 묵상은 많은 열매를 맺을 것이다.

언제나 온유하시고 인내하시는 선하신 예수님! 주님이 저를 위해 그토록 잔인하게 채찍질당하고, 그토록 치욕스럽게 모욕당하고, 그토록 황당하게 가시 면류관으로 조롱당하신 것을 보고 제 마음이 찢어질 듯 아픕니다. 제가 지금보다 훨씬 더 깊게 슬퍼하도록 저의 온 마음과 온몸에 슬픔을 가득 채우소서.

인간의 몸으로 큰 멸시와 천대를 당하셨으나 결국 높은 위엄의 보좌에 앉으신 주님 앞에 겸손히 엎드려 찬양과 경배를 드립니다. 주님을 찬양하도록 바쳐진 입술로 간절히 구하오니, 가엾은 주님의 얼굴을 제 마음에 깊이 새겨 지워지지 않게 하소서.

모든 사람들이 혐오스러운 문둥병자를 피하듯이 주님을 피했습니다. 가시 면류관을 쓰신 주님은 급히 끌려 나가 기다리는 무리의 구경거리가 되셨습니다. 지극히 가엾은 주님의 그 모습이 제 마음속 가장 깊은 곳까지 파고들어 저를 괴롭히고 슬프게 하소서. 그리하시면 호기심을 자극하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제 눈앞에서 사라지고 육신적이고 정욕적인 것들이 모두 제 안에서 죽을 것입니다.

제 속의 쓰리고 아픈 모든 것들이 주님으로 말미암아 기쁘고 아름다운 것들로 바뀌게 하소서. 주님의 고난을 묵상함으로, 악惡으로 기울어진 제 속의 모든 것들이 사라지게 하소서. 주님의 큰 슬픔을 깊이 생각함으로, 저의 매일의 근심걱정이 떠나게 하소서.

가시 면류관을 쓰신 주님의 거룩한 모습을 깊이 묵상하여 역경의 때에 큰 위로를 받게 하시고, 정욕에 이끌리어 온 세상을 헤매며 돌아다니는 마음을 거스르게 하소서. 저의 마음에 거룩한 진리를 가득 채우시고, 제가 철저한 회개를 생활화하게 하소서. 그리하시면 제가 모든 해로운 생각들에서 벗어나고, 원수의 날카로운 창을 피할 것입니다.

주 예수님! 소유욕이라는 전염병에서 제가 벗어나게 하소서. 제가 멸시와 천대를 당할 때 저에게 참된 미덕의 옷을 입혀주시고, 제가 진정으로 기뻐하게 하소서. 생활필수품조차 없다 할지라도 온유함으로 견디게 하소서. 새 옷이 아니라 헌 옷이 제게 주어지고, 고운 옷이 아니라 남루한 옷이 제 차지가 될 때에도 불쾌한 마음을 갖지 않게 하소서.

저를 비웃는 사람들에 대해 불평하지 않게 하시고, 저를 꾸짖는 자들과 논쟁을 벌이지 않게 하소서. 오로지 주님의 가시 면류관을 생각하며 어떤 고통이나 시련도 달게 받아 저의 구원에 이르게 하소서.

주님의 머리에 박힌 지극히 날카로운 가시가 돌같이 굳은 저의 심장을 찔러 심장의 중심에 단단히 박히게 하소서. 그리하시면 그 상처를 통해 제 온몸의 해로운 피가 흘러나올 것입니다. 주님의 거룩한 사랑의 증거인 그 가시가 제 심장에 계속 박혀 있게 하소서. 그리하시면 제 마음은 악의 가시와 유혹의 엉겅퀴를 모두 뽑아버리고 아름다운 밭으로 바뀔 것입니다.

아담 때문에 찾아온 저주로 오염된 제 마음 밭에 주님의 거룩한 피를 뿌려주시어 새로운 복福으로 충만하게 하소서. 제 마음 밭에서 시기의 가시 대신 사랑의 장미가, 정욕의 쐐기풀 대신 순결의 백합이, 허영의 가시나무 대신 겸손의 제비꽃이, 분노의 가시 대신 온유의 꽃이 피어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