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들의 영광과 영예가 되시는 나의 주인님, 예수 그리스도시여! 모독과 멸시에 찬 대우를 받으시면서도 인내하셨으니, 주님을 숭모하고 주님께 감사합니다. 대제사장들과 장로들로부터 사형 판결을 받으신 후에 주님은 그 하속들에게 치욕스러운 대우를 받으시고 수치스러운 조롱을 당하셨습니다. 그들은 주님의 머리와 얼굴을 여러 번 세게 때렸습니다.
그들은 천사들이 기쁨으로 바라보는 주님의 아름다운 얼굴에 침을 뱉었고, 넓게 편 손바닥으로 주님을 사정없이 때렸습니다. 그리하여 주님의 코에서 흐르는 뜨거운 피와 주님의 눈에서 흘러내리는 뜨거운 눈물이 함께 섞여 흘렀습니다.
그들은 주님의 깨끗한 목을 여러 번 강타하여 시퍼렇게 멍들게 하였습니다. 그들은 너무나 밝고 언제나 옳은 것을 보셨던 주님의 두 눈을 가리고 주님을 바보 취급하면서 조롱하였습니다.
그들은 죄인의 더러운 손으로 모든 피조물보다 더욱 존경을 받아야 마땅한 주님의 머리를 세게 때리며, “그리스도야 우리에게 선지자 노릇을 하라 너를 친 자가 누구냐”(마 26:68)라고 조롱하였습니다.
나의 주인님! 누구라도 그 자리에서 주님의 귀하신 몸이 여러 군데 상처로 얼룩지는 것을 보았다면, 어찌 탄식하며 슬픔에 빠지지 않았겠습니까? 주님은 보통 사람 같으면 견딜 수 없는 큰 고통을 견디셨습니다. 주님에게 쏟아진 비수匕首 같은 모욕의 말을 성경에서 볼 때, 경건한 자들은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습니다.
주님은 주님의 친구들에게 낯선 사람처럼 되셨고, 주님이 아는 사람들에게 버림받으셨으며, 주님을 괴롭히는 자들에게 멸시와 조롱을 당하셨습니다. 그들은 까닭 없이 주님을 미워했고, 주님에게 입을 비쭉거렸습니다.
하늘 궁전의 기쁨이신 주 하나님! 지극히 어리석은 사람처럼 주님은 그토록 비열한 자들에게 조롱당하고 침 뱉음을 당하고 구타당하셨으니 어찌하여 그런 선택을 하셨습니까? 주님을 괴롭히는 자들은 광포狂暴로 가득하여 온밤을 지새우며 주님을 때리고 조롱하였습니다. 그들이 실컷 주님을 때리고 조롱한 후, 주님의 얼굴은 알아보기 힘들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모든 고통 중에서도 주님은 유례類例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온유하고 겸손한 태도를 보이셨고, 주님을 괴롭힌 사악한 자들은 주님의 이런 온유와 겸손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죄가 없으셨기 때문에 주님은 이 모든 고통을 사랑으로 견디셨습니다. 그 결과,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감동에 따라 주님을 지극히 선하신 분으로 믿는 모든 택한 자들은 주님을 더욱 사랑하고 더욱 귀하게 여깁니다.
지고至高의 인내의 모범을 보이신 나의 주인님! 주님이 그토록 수치스러운 모욕을 수없이 당하신 것을 깊이 묵상할 때, 저는 주님께 이렇게 기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님, 저를 가르치시어 제가 멸시와 천대를 받아야 마땅한 비열한 죄인임을 깨닫고 인정하게 하소서! 저의 부족함을 긍휼히 여기시어 저의 마음을 강하게 해주소서. 그리하시면 제가 모욕을 당할 때 능히 참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절제하지 못하는 저 자신을 잘 알기 때문에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지 않을 수 없습니다. 주님은 지극히 겸손하셨기에 아무 불평 없이 저같이 비열한 죄인을 위해 모든 모욕을 다 참으셨습니다. 심지어 사슬에 매이고 채찍으로 맞으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주님과 너무 다릅니다! 저는 진정한 겸손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조금만 상처를 받거나 조금만 무례한 말을 들어도 저는 이웃을 싫어하게 됩니다. 저에게 약藥이 되는 책망의 말을 들어도 고마워하지 않고 오히려 불쾌하게 여기며 인내심을 잃어가기 때문에 결국 아무 유익을 얻지 못합니다.
나의 주인님! 제가 행한 악한 일을 용서하시고, 저의 경솔함으로 주님을 종종 불쾌하게 해드린 것도 용서하소서. 저는 양심을 깨끗이 지키지 못했습니다. 공경하는 마음으로 주님께 마땅히 순종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저에게 눈물의 샘과 유익한 슬픔을 허락하소서. 그리하시면 제가 주님이 억울하게 맞으신 일을 언제나 기억할 것입니다. 저에게 끝까지 견딜 수 있는 인내심을 허락하사 사람들의 혹독한 비난을 견디게 하소서. 그리고 참고 견디는 중에, 저야말로 멸시와 천대를 받아야 마땅한 자라는 것을 깊이 깨닫게 하소서.
주님이 머리를 심하게 맞으신 일을 제가 기억하게 하소서. 그리하시면 제가 저의 모든 신체적 고통을 이길 것입니다. 사악한 자들이 주님의 눈을 가린 일을 기억하게 하소서. 그리하시면 제가 쓸데없는 호기심을 버릴 것입니다.
비열한 자들이 주님의 아름다운 얼굴에 더러운 침을 뱉은 일을 기억하게 하소서. 그리하시면 제가 제 안에 있는 모든 육신적 욕망을 억누를 수 있을 것이고, 이 세상의 화려한 유혹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내적인 미덕美德의 진가를 알고 소중히 여길 것입니다.
주님이 당하신 조롱을 기억하게 하소서. 그리하시면 제가 모든 경박한 행동과 공허한 환락에서 벗어날 것입니다. 주님같이 존귀한 분이 그토록 치욕스러운 일을 당하신 것을 기억하게 하소서. 그리하시면 제가 제 안에 있는 모든 명예욕을 버리고 항상 낮고 겸손한 자리에 앉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