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2. 내 죄과를 도말하소서
주인님 나를 바칩니다

9 호의호식을 부끄럽게 여기게 하소서

영원한 대제사장이신 나의 주인님, 예수 그리스도시여! 안나스의 집에서 대제사장 가야바의 집으로 호송되는 수모를 견디셨으니, 주님을 경배하며 주님께 감사합니다.

그전에 이미 대제사장들과 백성의 장로들은 가야바의 집에 모여 주님을 죽일 악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주님이 묶여 그들 앞으로 끌려왔을 때 그들이 크게 기뻐하였으니, 참으로 가소롭고 가련한 일입니다.

그전에 그들이 주님을 붙잡기를 원했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던 것은 주님의 때가 이르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는 그들의 때요 어둠의 권세의 때였습니다. 하나님이 허락하신 그때에 그들은 그토록 오랫동안 키워온 주님에 대한 증오심을 폭발시키며 주님에 대한 뿌리 깊은 악의惡意를 공개적으로 쏟아내었습니다. 이 모든 일이 일어난 것은 주님께 영광이 돌아가고, 믿는 자들이 구원받고, 불신자들이 영원한 멸망을 당하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경외를 받기에 합당하신 예수님! 주님의 온화한 얼굴을 뻔뻔스럽게 쳐다보는 대제사장과 백성의 장로들 앞에 서 있는 수모를 견디셨으니, 주님을 찬양하고 주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거짓 증인들이 일어나 주님을 비난하였고, 대제사장은 주님을 세세히 심문하면서 주님이 그리스도인지를 밝히라고 다그쳤습니다. 그들은 주님에게 신성모독神聖冒瀆의 죄가 있다고 비난했고, 결국에는 모두 큰 소리로 주님에게 사형 판결을 내렸습니다.

지극히 고결하신 예수님! 그토록 모욕과 모략을 당하고도 겸손한 태도를 잃지 않으셨으니, 주님을 찬양하고 주님의 이름을 높입니다. 주님을 중상中傷하는 자들이 악한 말들을 수없이 쏟아내었지만, 주님은 긴 침묵 가운데 온유함을 잃지 않으셨습니다. 이런 모든 악한 일을 당하고도 주님은 투덜대거나 불평하지 않고 우리에게 큰 온유의 모범을 보이셨습니다.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경건한 자들이여! 그리스도에게서 고난을 이기신 탁월한 인내심이 찬란하게 빛나며 흘러나오는 것에 주목하라. 하늘의 천사들에게 찬양을 받는 그리스도께서 치욕스러운 능욕을 견디셔야 했다는 것을 깊이 묵상하라.

그리스도는 진실하게 대답하셨지만 사람들이 그분에게 신성모독의 죄를 덮어씌웠다. 그러나 그들이야말로 신성모독의 죄를 범한 것이고, 끔찍하기 짝이 없는 죄를 범한 것이다.

그들이 광기狂氣에 빠져 그리스도께 이런 모든 사악한 짓을 서슴지 않은 것은, 그분이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리스도는 침묵 가운데 이 모든 것을 견디시고 그토록 불경건한 자들의 발아래 밟히는 수모를 감수하심으로 사실상 승리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충성스러운 자여! 원수들에게 비난받는다고 불평하지 말고, 그들에게 보복하려고 하지 말라. 오히려 고개를 숙이고 이 땅의 일시적인 고난을 이겨내라. 그리스도께서 멸시와 천대를 선택하셨는데, 어찌하여 그대는 번영을 누리려고 애쓰는가?

교만한 자여! 명예와 높은 지위와 호사스러운 생활과 호의호식好衣好食을 누리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라. 그리스도께서는 지극히 가난하셨다. 또한 사람들에게 좋은 소리를 듣고 이 땅의 즐거움을 맛보려고 애쓰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라. 그리스도께서는 비난을 받고 이 땅에서 괴로움을 당하셨다.

경배를 받기에 합당하신 예수님! 지극히 온유하고 자비로우신 나의 주인님! 이 불쌍한 죄인이 주님의 칭찬을 갈망하여 주님께 칭찬을 듣도록 은혜를 베푸소서. 빛나는 주님의 모범을 통해 저를 가르치소서. 그리하시면 제가 사악한 자들의 모욕이나 협박에 겁먹지 않고, 그들의 중상모략에 동요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들이 용서받도록 기꺼이 기도해줄 것입니다.

제가 주님 앞에서 머리 숙이게 하소서. 주님의 선하심에서 나오는 선물들을 더욱 풍성히 받게 하시고, 이미 받은 선물들에 대해 주님께 더욱 감사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