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1. 아버지의 원대로
주인님 나를 바칩니다

6 저의 충성을 과신하는 착각에서 깨어나게 하소서

선한 목자요 고결한 주인이신 주 예수 그리스도시여! 지극히 어려운 곤경에 빠졌을 때 철저히 버림받으셨으니, 주님을 숭모하고 주님께 감사합니다. 주님의 제자들이 모두 달아났을 때 주님은 잔혹한 원수들 가운데 혼자 남게 되셨습니다.

주님이 택하신 형제들과 친구들은 주님을 위해 목숨을 버리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의 진실성을 시험하는 시간이 찾아왔을 때 주님을 버리고 달아나는 편을 택하였습니다.

제자들이 비겁하게 도망갔기 때문에 주님은 슬프고 고통스러우셨을 것입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목자이신 주님을 늑대들이 우글거리는 곳에 두고 달아났습니다. 주님이 예언하셨듯이, 그들은 길 잃은 양떼처럼 뿔뿔이 흩어져 각기 제 길을 갔습니다.

그렇지만 모든 것을 아시는 주님! 선한 뜻이 없이는 어떤 일도 허락하지 않으시는 주님! 주님이 택한 친구들에게 큰 실패를 허락하신 것은, 장차 그들에게 더 큰 선한 일이 일어나도록 하시기 위함이었습니다. 이런 실수가 있었기에 그들은 자신들의 연약함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고, 다른 연약한 형제들을 더욱 동정할 수 있었고, 그 후 줄곧 더욱 조심하게 되었으며, 더욱 겸손하고 진실하고 열정적인 신앙인이 되었습니다.

오, 나의 주인님! 제자들에게 일어난 이 사건을 제가 더 오랜 시간 깊이 묵상하게 하소서. 그리고 제가 위대한 일을 이룰 수 있다는 착각에서 깨어나게 하소서. 그리하시면 저에게 큰 유익이 될 것입니다.

저는 때때로 기도시간에 새로운 열정의 은혜로 충만해지지만, 그 열정이 얼마나 오래 갈지 알지 못하며, 시험이 닥치면 제가 어떻게 될지 알지 못합니다. 하늘의 기둥들이라고 할 수 있는 사도들이 시험의 때에 흔들렸다면, 저같이 연약한 자는 지극히 작은 시험에도 흔들릴 것입니다.

나의 주인님! 어떤 사람들은 거룩한 사도들이 부끄럽게도 주님을 버리고 도망한 것을 매정하게 비판합니다. 사도들이 두려움에 사로잡혀 달아났다고 비판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비판하는 자들은 자기들이 날마다 진리에서 멀어진다는 것을 깨닫지 못합니다. 진리를 사랑하는 자는 진리를 쉽게 포기하지 않지만, 진리를 미워하는 자는 진리에서 쉽게 떠날 것입니다.

사랑하는 주님! 제가 주님의 거룩한 뜻을 따르겠다고 스스로 결단하고 나서도 그 뜻을 저버리는 어리석음에 빠지지 않게 지켜주소서. 죽는 길이든 사는 길이든 주님이 이끄시는 곳으로 따라가게 하소서. 시련의 때에 주님을 버리지 않게 하시고, 육신의 정욕과 죄의 유혹에 굴복하지 않게 하소서. 그 대신 선善을 행하고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수많은 시련을 담대히 이겨내어 능히 주님 앞에 서게 하소서.

지극히 선하신 나의 주인님! 제가 게으름에 빠지면 주님을 잃어버릴 것입니다. 제가 행한 약간의 선행 때문에 교만의 올무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 제가 다른 사람들보다 낫다는 착각에 빠져 베드로처럼 “내가 주主와 함께 옥에도, 죽는 데도 가기를 준비하였나이다”(눅 22:33)라고 호언장담하는 잘못을 범하지 않게 하소서. 오히려 제가 다른 모든 사람들과 똑같은 존재임을 깨닫고, 저의 약점을 겸손히 인정하며, 언제나 주님을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행하게 하소서.

사도 베드로가 넘어지고 사도들이 주님을 버리고 달아난 것을 보고 제가 실족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죄를 더욱 경계하게 하소서. 그들이 회개하고 돌이킨 것을 보고 저도 실패 후에 다시 긍휼을 얻을 수 있다는 소망을 갖게 하소서. 가벼운 죄를 전혀 범하지 않을 만큼 거룩한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제가 아는 사람들이나 친구들이 저를 버릴 때에,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저를 낯선 사람이나 무가치한 사람으로 여길 때에 제가 주님이 버림받은 사건을 기억하게 하소서. 그리하시면 그 기억이 약藥이 되어 저는 사람들의 위로 없이도 기꺼이 살아갈 수 있고, 조금이라도 주님의 고난에 동참하게 될 것입니다.

고결하신 예수님! 제가 그토록 자주 주님을 화나게 해드리고, 그토록 쉽게 헛된 것들을 좇으며, 그토록 뻔뻔스럽게 말과 행동이 달랐던 것을 용서하소서. 제가 주님의 십자가 고난에는 관심도 없이 수많은 하찮은 것들에 골몰하면서 보낸 시간이 얼마나 많습니까!

주님은 저보다 앞서 좁은 길을 가셨지만, 저는 주님의 슬픔이 저에게 아무 효과도 없다는 듯이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그 길을 지나칩니다. 제가 어리석은 자인 것을 기억하시고 저에게 깨달음을 주소서. 그리하시면 제가 주님의 지극히 고통스러운 고난을 기억하며 주님을 사랑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