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빈주석 로마서
7장

로마서 7장 18절 칼빈 주석

내 속 곧 내 육신에 선한 것이 거하지 아니하는 줄을 아노니 원함은 내게 있으나 선을 행하는 것은 없노라 롬 7:18

아노니

본성에 관한 한 그는 아무런 선한 것이 자기 안에 거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내 속’이라는 것은 ‘나 자신에 관한 한’이라는 뜻이다. 본문의 시작 부분에서 사실상 그는 자기가 완전히 부패한 존재라고 스스로를 정죄한다.

이는 그가 자기 속에 선한 것이 거하지 않는다고 고백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런 다음 그는 수정하는 말을 덧붙인다. 이는 역시 자기 속에 거하지만 자기 육신의 일부는 아닌 하나님의 은혜를 욕되게 하지 않기 위함이다.

여기서 그는 자기가 모든 인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육신의 잔재와 성령의 은혜 때문에 내면이 나뉘어 있는 신자들에 대해서만 다루고 있음을 다시금 확증한다.

부패하지 않은 어떤 부분, 그러기에 육신에 속하지 않은 어떤 부분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면 그가 왜 이런 수정하는 말을 하겠는가?

바울은 ‘육신’이라는 말 속에 항상 인간 본성의 모든 특성과, 성령의 성화(聖化)를 제외한 인간 안에 있는 모든 것을 포함시킨다. 그러므로 통상적으로 육신과 대조되는 ‘영’이라는 말을 그가 쓴 것은, 하나님의 영으로 말미암아 악이 제거되고 정결케 된 영혼의 그 부분을 가리키고자 한 것이다.

하나님의 영이 너무도 새롭게 잘 빚으셨기에 그 안에서 하나님의 형상이 환하게 빛나는 영혼의 그 부분을 가리킨다. 따라서 ‘육신’이라는 말과 ‘영’이라는 말은 둘 다 영혼에 해당된다. ‘영’은 중생한 부분과 관련되는 것이고, ‘육신’은 여전히 본래의 특성을 간직하고 있는 부분과 관련된 것이다.

원함은 내게 있으나

그는 자기가 무익한 열망만을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이렇게 말한 것이 아니다. 다만 육신의 방해로 말미암아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이 완벽하게 되지 않기 때문에, 자기의 행위가 자기가 원하는 대로 잘되지 않는다는 것을 나타내고자 한 것이다.

다음에 이어지는 ‘원하지 아니하는바 악을 행하는도다’라는 어구도 이러한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 왜냐하면 육신은 신자들이 재빠르게 달리지 못하도록 훼방할 뿐만 아니라 그들이 걸려넘어지도록 그들이 가는 길에 많은 장애물을 놓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들이 마땅히 해야 할 것을 하지 못하는 것은 제대로 준비를 갖춘 상태에서 그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가 말하는 이 ‘원함’은 믿음의 준비를 일컫는다.

성령께서 경건한 자들을 빚으셔서, 그들이 자기들의 지체로 하나님께 순종하고자 하는 열망으로 준비되어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러나 바울은 자기의 능력이 열망을 이루기에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자기가 원했던 것을 찾지 못했다고 말한다. 즉, 자기가 바랐던 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