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빈주석 로마서
7장

로마서 7장 4절 칼빈 주석

그러므로 내 형제들아 너희도 그리스도의 몸으로 말미암아 율법에 대하여 죽음을 당하였으니 이는 다른 이 곧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신 이에게 가서 우리가 하나님을 위하여 열매를 맺게 하려 함이라 롬7:4

그리스도의 몸으로 말미암아

십자가에서 영광스러운 승리를 거둠으로써 그리스도께서는 처음으로 죄를 이겨내셨다. 그러나 그분이 이 일을 하시기 위해서는 우리를 묶고 있던 죄상(罪狀)을 지워버릴 필요가 있었다.

이 죄상은 율법이다. 율법이 효력을 발휘하는 동안, 우리는 죄를 섬겨야만 한다. 율법을 죄의 권능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고전 15:56).

그러므로 이 죄상을 지워버림으로써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으로 말미암아, 즉 십자가에 못 박힌 그분의 몸으로 말미암아 건짐을 받는다. 그러나 사도 바울은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율법의 속박이 쓸모없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는 남편을 잃은 과부가 자기 좋을 대로 사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 자신의 의지에 따라 살라고 그런 것이 아니다. 이제 우리는 다른 남편에게 매이게 되었다. 우리는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즉 율법에서 그리스도께로 옮겨진 것이다.

바울은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그분 자신의 몸에 접붙이기 위하여 율법의 멍에에서 우리를 건져내셨다고 말함으로써, 표현을 완곡하게 한다.

그리스도께서 자원해서 율법에 잠시 복종하시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율법이 그분을 지배했다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또한 그분은 자신에게 있는 고유한 자유를 그분 자신의 지체들에게 전해주신다.

그러므로 그 지체들을 자신과 한 몸 되게 하기 위해서, 그분이 거룩한 약정(sacro nexu)으로 자신과 연합되게 한 자들을 율법의 멍에에서 면제시켜주신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나신 이에게

앞서 그리스도께서 율법의 자리를 대신하신다고 이미 말했다. 이는 어느 누구도 그리스도 없는 자유를 결코 생각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또한 율법에 대하여 죽지 않고서는 감히 율법으로부터의 분리를 이룰 수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바울은, 그리스도께서 그분의 부활로 얻어내신 생명의 영원함을 가리키기 위해서 이 부연 설명을 곁들였다. 이는 그리스도와의 이 연합이 영원하리라는 것을 그리스도인들이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그리스도와 그분의 교회간의 영적 결혼에 대해서는 에베소서 6장에 좀더 분명하게 묘사되어 있다.

우리가 하나님을 위하여 열매를 맺게 하려 함이라

바울은 항상 이런 목적인(目的因)을 덧붙인다. 이는 어느 누구도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율법의 속박에서 건져내신 것을 구실로 삼아 육신이 원하는 대로 제멋대로 행하거나 육신의 정욕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리스도께서는 자신과 함께 우리를 아버지 하나님께 희생제물로 드리셨다. 그리고 우리가 새 생명으로 말미암아 하나님께 열매를 맺도록 하기 위하여 우리를 중생하게 하신다.

우리가 알듯이, 우리의 하늘 아버지께서 우리에게 요구하시는 열매는 거룩함과 의로움이다. 그러나 우리가 하나님의 종이라면, 이러한 열매로 그분을 섬긴다고 해서 우리의 자유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사실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 있는 엄청난 은혜들을 누리고자 한다면, 지금부터 우리의 영혼이 해야 할 일은 어떻게 하면 하나님의 영광을 드높일 수 있을까를 깊이 생각하는 일일 것이다.

바로 그 일을 위해서 그리스도께서는 우리를 그분께로 취하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여전히 율법뿐만 아니라 죄와 사망의 굴레에 매여 종 노릇 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