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빈주석 로마서
6장

로마서 6장 16절 칼빈 주석

너희 자신을 종으로 내주어 누구에게 순종하든지 그 순종함을 받는 자의 종이 되는 줄을 너희가 알지 못하느냐 혹은 죄의 종으로 사망에 이르고 혹은 순종의 종으로 의에 이르느니라 롬6:16

누구에게 순종하든지

종종 그러는 것처럼, 관계사 ‘~에게’whom는 여기서 원인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우리는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존속(尊屬) 살해범은 어떤 종류의 범죄도 저지를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모든 범죄 중에서 가장 악독한 죄를 서슴없이 저질렀으며, 들짐승조차도 뒷걸음질 치는 행동을 주저하지 않고 했기 때문이다”(칼빈은 관계사가 원인을 나타내는 예를 제시하기 위해 이 문장을 언급한 것이다. 우리말로 번역할 때는 관계사가 사용되었는지 아닌지를 분간하기가 어렵지만, 영어로는 관계사 ‘who’가 원인을 나타내는 의미로 사용되었음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There is no kind of wickedness which the parricide, who has not shrunk from committing the worst of all crimes, an act from which even wild beasts would shrink, will not do’ - 역자 주).

바울은 한편으로는 상호 의존 관계의 결과를 들어서,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상호 의존 관계가 가지는 속성을 들어서 자신의 논증을 전개한다.

첫째로, 어떤 사람에게 순종한다는 것은 바울이 볼 때 그 사람의 ‘종’이라는 것을 가리킨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을 강요해서 자기 지배 아래 있게 하는 자에게 명령할 권세가 있다는 것이 순종을 통해 입증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종 되는 것의 결과를 들어 논증을 편 것이다. 여기에서 두 번째 진리가 나온다. 즉 우리가 죄의 종이라면, 죄는 우리에 대한 지배권을 가진다는 것이다.

혹은 순종의 종으로 의에 이르느니라

엄격히 말해서 이 표현은 옳지 않다. 만일 바울이 앞 문장과 상응하는 문장을 원했다면 ‘의의 종으로 생명에 이르느니라’라고 말했어야 한다.

그러나 다른 단어를 사용했다고 해서 이 구절의 의미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는 ‘순종’이라는 단어를 써서 의의 속성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순종’이라는 말은 환유법(換喩法: 사물을 직접 가리키는 대신 그 속성이나 특징으로 그것을 나타내는 수사법)에 따라 하나님의 명령 그 자체를 가리킨다.

다른 수식어를 덧붙이지 않은 채 ‘순종’이라는 말을 사용함으로써, 그는 인간의 양심에 대해 권위를 가지는 것은 하나님 한 분뿐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나타내고 있다. 하나님의 이름이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순종은 하나님에 대한 순종을 가리키는 것이다. 왜냐하면 순종은 갈라질 수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