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즉 어찌하리요 우리가 법 아래에 있지 아니하고 은혜 아래에 있으니 죄를 지으리요 그럴 수 없느니라 롬 6:15
육신의 지혜는 항상 하나님의 비밀스러운 진리에 강하게 항의한다. 그래서 바울은 제기될 가능성이 있는 반론을 논박하기 위해 이 말을 덧붙여야 했던 것이다.
율법은 선한 삶을 위한 규범이며, 인간을 다스리기 위해 주어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율법이 파괴되면 모든 규율들이 소용없게 되고 제한 조항들이 엉망이 되어버려서 종국에는 선악간의 구별이 남지 않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우리의 오해는, 하나님께서 그분의 법에 담겨 있는 것으로 인정하시는 의가 율법이 폐해질 때 같이 폐해진다는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율법의 폐지는 우리에게 삶의 바른 길을 가르쳐주는 그 지침들에는 전혀 적용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리스도께서는 그 지침들을 폐하시는 것이 아니라 확증하시고 승인하시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반론은 다음과 같이 적절하게 처리할 수 있다. 그리스도의 은혜가 없는 상태에서는 모든 인간이 율법의 저주 아래 있게 되는데, 그 저주가 바로 율법에서 제해진 유일한 부분이다. 물론 바울이 이렇게 노골적으로 말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 뜻을 넌지시 비치고 있다.
그럴 수 없느니라 어떤 사람들은 바울이 앞에 언급된 질문을 반박하기보다는 그런 질문에 대한 자신의 혐오감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라고 보고, 이것을 단순한 부인(否認)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곧바로 그는 반대되는 가설(假說)을 설정하고 그 가설의 속성을 들어 반론을 논박하는 쪽으로 논증을 펴기 때문이다.
그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의미로 이야기한다.
“그리스도의 멍에와 죄의 멍에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그 둘을 동시에 질 수 없다. 우리가 죄를 지으면, 우리는 죄를 섬기는 쪽으로 우리를 내어주는 것이다. 반면에 신자들은 그리스도를 섬기기 위해서 죄의 폭정으로부터 구속(救贖)함을 받았다. 그러므로 그들이 죄에 묶인 상태로 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바울이 그의 논증을 펴나가는 순서를 좀더 자세하게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