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빈주석 로마서
6장

로마서 6장 12절 칼빈 주석

그러므로 너희는 죄가 너희 죽을 몸을 지배하지 못하게 하여 몸의 사욕에 순종하지 말고 롬 6:12

그러므로 너희는 죄가 너희 죽을 몸을 지배하지 못하게 하여

이제 그는 권면의 말을 하기 시작한다. 이는 그리스도와 우리의 교제에 대해 그가 전한 교리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다.

죄가 우리 안에 거하기는 하지만, 죄가 우리에게 지배력을 행사할 힘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소리이다. 왜냐하면 성화(聖化)의 능력이 죄의 능력을 능가하는 것이 확실하기에, 우리의 삶은 우리가 진정으로 그리스도의 지체임을 증거할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이미 주장한 것처럼, ‘몸’이라는 단어는 살과 피부와 뼈라는 의미가 아니라 인간의 존재 전체를 뜻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사실은 현재 다루고 있는 구절에서 아주 분명하게 추론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가 몸의 지체에 대해서 곧바로 덧붙일 다른 절을 보면, 몸이라는 말이 영혼도 포함한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바울은 세속적인 인간을 낮게 일컬어서 몸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다.

이는 본성의 부패함 때문에 우리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은 존재’라는 우리의 근원에 상응하는 그 어떤 것도 열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창세기 6장 3절에도 보면, 하나님께서 인간이 이성(理性)이 없는 짐승들처럼 육신이 되었다고 불만을 토로하시면서 그들에게 세속적인 본성 외에는 아무것도 남겨두지 않으신다.

‘육으로 난 것은 육’이라는 그리스도의 확언(요 3:6)도 동일한 개념을 전달한다. 영혼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지 않느냐는 반론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주장으로 쉽게 답할 수 있다.

우리의 타락한 현재 상태에서는 우리의 영혼이 이 세상에 고정되어 있고 몸에 완전히 포로가 되어 있기 때문에 영혼이 가지는 고유의 탁월함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인간의 본성은 육적 혹은 물질적이라고 이름붙일 수 있다.

왜냐하면 인간은 하늘의 은혜를 박탈당해서(privatus coelesti gratia) 일종의 공허한 그림자 혹은 형상(fallax tantum umbra vel imago)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리는 바울이 이 몸을 ‘죽을 몸’이라고 경멸적으로 언급했다는 사실을 덧붙일 수 있다. 이는 인간의 본성 전체가 죽음과 파멸을 면할 수 없다는 점을 우리에게 가르치기 위함이다.

이제 그는 우리 마음 가운데 자리잡고 있고 우리를 죄 짓게 만드는, 그리고 우리 모든 악행과 사악함의 근원이 되는 근본적인 부패함에 죄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그런 다음 바울은 죄와 우리 사이에 사욕을 갖다놓는다. 그렇게 해서 죄는 이를테면 우리를 지배하는 왕과 같은 기능을 하는 반면, 터무니없는 우리의 욕망은 죄의 지시와 명령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