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빈주석 로마서
5장

로마서 5장 15절 칼빈 주석

그러나 이 은사는 그 범죄와 같지 아니하니 곧 한 사람의 범죄를 인하여 많은 사람이 죽었은즉 더욱 하나님의 은혜와 또한 한 사람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로 말미암은 선물은 많은 사람에게 넘쳤느니라 롬 5:15

그러나 이 은사는 그 범죄와 같지 아니하니

이제 그가 앞에서 비교한 내용에 대한 수정이 이어진다. 그러나 바울 사도는 그의 독자들이 쉽게 빠질 법한 오류들을 제거할 뿐, 그리스도와 아담 사이의 차이점들에 대해서 그리 자세하게 진술하지는 않는다.

여기서 그가 설명할 때 빼먹은 부분을 덧붙일 것이다. 그가 아담과 그리스도의 차이를 자주 언급하기는 하지만, 그가 반복해서 진술하는 모든 내용은 그것과 비교 대상이 되는 다른 절이 없거나 아니면 적어도 생략법을 사용한다. 그가 언어 사용 면에서 이런 단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단점 때문에 바울 사도가 우리에게 전해주는 하늘의 지혜가 가지는 위엄이 손상되는 것은 아니다. 이와는 반대로, 이 심오한 진리가 보잘것없는 문체에 담겨 우리에게 전해진 것은 하나님의 기이한 섭리에 따른 것이다.

이는 우리의 믿음이 인간의 유창한 말재주의 위력이 아니라 성령의 효과적인 역사하심에만 의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그는 자기가 내용을 수정한 이유를 분명하게 밝히지는 않는다. 다만 첫 사람 아담으로 말미암아 임하게 된 정죄보다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얻게 된 은혜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흘러넘치게 되었다고 알려줄 뿐이다. 어떤 사람들은 바울이 여기서 단순히 하나의 쟁점을 논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는데, 과연 나의 모든 독자들이 그들의 생각에 동의할지 어떨지 모르겠다.

우리가 여기서 정확하게 추론할 수 있는 것은, 아담의 타락이 많은 사람들을 파멸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면, 하나님의 은혜는 훨씬 더 효과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점이다. 왜냐하면 멸망시키는 아담보다 구원하시는 그리스도께서 훨씬 더 능력이 있으시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이기 때문이다.

이 구절을 이런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의 논증도 틀렸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둘 중에 어떤 해석을 택할지는 독자들에게 맡기고자 한다. 다음에 이어지는 어구는 논리적인 추론으로 생각되지는 않지만 동일한 논증의 맥을 따르고 있다.

그러므로 아마도 바울은 예외를 둠으로써, 그리스도와 아담 사이의 유사점에 대해 자기가 앞에서 진술한 내용들을 단순히 수정하는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바울이 여기서 ‘많은 사람’과 ‘더 많은 사람’을 대조시키고 있지 않음을 주목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는 지금 인류의 수가 많은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아담의 죄가 많은 사람을 멸망시켰으므로 그리스도의 은혜는 많은 사람을 구원하기에 그에 못지않게 효과적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범죄를 인하여 많은 사람이 죽었은즉

그는 부패가 아담으로부터 우리에게 전해 내려왔다는 의미로 이렇게 말한 것이다. 우리 자신은 결백한 것처럼 착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우리가 멸망당하는 것은 아담의 허물 때문이 아니다.

바울이 우리의 파멸을 아담 탓으로 돌리는 것은 그의 죄가 우리 죄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내가 여기서 ‘우리 죄’라고 말하는 것은 우리 안에 있는 선천적인 타고난 죄를 의미한다.

하나님의 은혜와 … 은혜로 말미암은 선물은

은혜는 범죄와 당연히 반대된다. 그리고 은혜에서 나온 선물은 사망과 반대된다. 그러므로 은혜는 하나님의 순전한 선하심 혹은 공들이지 않고 얻는 그분의 사랑을 의미한다.

우리를 비참한 상태에서 구해내기 위해서 하나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그 값없는 사랑을 우리에게 증거로 주셨다. ‘선물’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신 자비의 열매, 즉 우리로 생명과 구원을 얻게 해준 화목을 뜻한다.

또한 의와 새 생명과 이와 비슷한 다른 복들을 가리키기도 한다. 이것은 중세 신학 교수들이 은혜에 대해서 내린 정의가 얼마나 어처구니없는지를 분명하게 드러내준다. 그들은 은혜가 단순히 인간의 마음에 불어넣어진 하나의 자질資質이라고 생각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은혜는 하나님 안에 있다. 그리고 우리 안에 있는 것은 은혜의 결과이다. 바울은 그 선물이 ‘한 사람’의 은혜로 말미암았다고 말한다. 이는 아버지 하나님께서 모든 사람이 예수 그리스도의 충만함에서 복을 길어올릴 수 있도록 그분을 복의 원천으로 삼으셨기 때문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그는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사실을 가르쳐준다. 즉, 한 방울의 생명이라도 그리스도 외에서는 찾을 수 없으며, 그분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그분의 풍성함이 아니고서는 우리의 궁핍함과 결핍을 치료할 만한 다른 방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