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빈주석 로마서
5장

로마서 5장 5절 칼빈 주석

소망이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아니함은 우리에게 주신 성령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은 바 됨이니 롬 5:5

소망이 우리를 부끄럽게 하지 아니함은

다시 말해서, 우리는 소망을 가짐으로써 우리의 구원을 가장 확실한 것으로 여긴다. 여기서 분명하게 알게 되는 사실은 주님께서 우리를 시험하기 위해 고난을 사용하신다는 것이다.

우리의 구원이 그 고난을 통해 점차적으로 진보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므로 환난이 우리를 괴롭게 할 수는 없다. 환난은 그 나름대로 우리의 행복을 지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해서 경건한 자들이 고난 중에서도 자랑할 만한 근거가 있다는 바울의 주장은 사실임이 입증된다.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은 바 됨이니

나는 이 어구가 단순히 앞의 문장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3, 4절 전체에 연결된다고 본다. 환난은 우리를 자극해서 인내하도록 하고, 인내는 우리에게 하나님의 도우심에 대한 증거가 되며 나아가서 우리로 소망을 가지도록 격려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아무리 괴롭힘을 당하고 지쳐 보일지라도, 우리는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은총을 계속해서 느끼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에게 가장 크게 위안이 되는 점이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돌아가는 상황보다 훨씬 더 풍성하지 않은가? 외관상 행복처럼 보이는 것일지라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시고 우리를 기뻐하지 않으시면 그 행복은 비참함 자체가 된다. 그러므로 그분이 호의를 가지고 우리를 대하시면, 우리에게 닥친 재앙까지도 형통하고 기쁜 일이 된다. 만물은 창조주의 뜻에 도움이 되도록 되어 있음이 분명하다.

(바울이 8장에서 다시 언급하겠지만) 그분은 우리를 향한 아버지로서의 사랑에 걸맞게, 십자가의 모든 시련을 제압하셔서 우리의 구원에 도움이 되게 하신다.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이 지식은 하나님의 성령에 의해 우리 마음에 불어넣어진다.

왜냐하면 하나님을 예배하는 자들을 위해 그분이 예비하신 좋은 것들은 인간의 눈과 귀와 마음으로는 감지할 수 없게 감추어져 있으며, 오직 성령께서만 그것들을 계시하실 수 있기 때문이다.

‘부은 바 됨이니’라는 분사(分詞)는 매우 강한 어조로 사용되고 있으며,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이 너무도 풍성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우리의 마음을 충만하게 채운다는 뜻이다. 이렇게 하나님의 사랑은 우리 마음 구석구석에 부은 바 되기 때문에, 역경 중에 있는 우리의 슬픔을 누그러뜨릴 뿐만 아니라 맛을 더해주는 향신료처럼 우리의 환난 또한 즐거운 것이 되게 해준다.

나아가서 그는 우리에게 ‘주신’ 성령이라는 표현을 쓴다. 즉, 어거스틴이 적절하게 언급한 것처럼, 성령은 우리의 공로 때문에 보답으로 수여된 것이 아니라 거저 베푸시는 하나님의 선하심으로 말미암아 우리에게 주어졌다. 그러나 어거스틴은 하나님의 사랑을 해석하는 면에서는 잘못 생각하고 있다.

그는 설명하기를, 우리가 역경을 한결같이 참아내고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의 소망을 굳게 하는 것은 성령으로 말미암아 거듭나서 하나님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독실한 신앙심에서 우러난 감상이기는 하지만 바울이 의미한 바는 아니다. 왜냐하면 여기서 ‘사랑’은 능동적인 의미가 아니라 수동적인 의미로 이해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자들을 품으시는 하나님의 사랑, 그 사랑에 대한 그들의 확신이야말로 모든 사랑의 참된 근원이라고, 바울이 여기서 가르치고 있음 또한 분명하다. 이 확신은 그들이 가볍게 설득 당해서 그저 어렴풋하게 가지게 된 믿음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속 구석구석에 깊이 스며든 믿음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