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빈주석 로마서
4장

로마서 4장 20절 칼빈 주석

믿음이 없어 하나님의 약속을 의심하지 않고 믿음으로 견고하여져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롬 4:20

믿음이 없어 하나님의 약속을 의심하지 않고

내가 이렇게 번역한 데는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칼빈이 인용한 성경에는 ‘그는 하나님의 약속을 바라보았기에 믿음이 없이 흔들리지 않았다’(Looking unto the promise of God, he wavered not through unbelief)라고 되어 있다 - 역자 주].

이 번역이 벌게이트역(Vulgate, ‘벌게이트’는 ‘대중적인’이라는 뜻이며, 벌게이트역은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가 되면서 로마의 공식 언어인 라틴어로 번역된 성경을 가리킴. 제롬이 390~404년에 걸쳐 번역했으며, 이후 약 1000년 동안 기독교 교회에서 공식적인 경전으로 인정을 받음)이나 에라스무스의 번역과는 다르다.

사도 바울은 아브라함이 주님께서 그분의 약속을 이루실 수 있는지 어떤지를 보려고 약속에 대한 증거와 자신의 불신앙을 저울질하지 않았다는 말을 하려고 하는 것 같다.

어떤 주제를 제대로 탐구한다는 것은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그것을 세밀하게 살핀다는 것이며, 그럴듯하게 보이는 어떤 것도 철저하게 조사하지 않고서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동정녀 마리아가, 천사가 자기에게 전해준 소식이 어떻게 현실로 나타나게 될지 그에게 물었던 것처럼, 그리고 성경에 나오는 이와 비슷한 다른 사례들에서처럼, 아브라함은 어떻게 이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물었다. 그러나 그것은 경이로움에 사로잡힌 자가 던지는 질문이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일하심에 관한 메시지가 성도들에게 주어질 때, 그리고 그 일이 너무도 크고 엄청나서 그들의 이해를 뛰어넘을 때, 그들은 경이감에서 나오는 탄성을 지르게 된다. 그들의 경이감은 곧 하나님의 능력에 대한 묵상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경건하지 않은 자들은 하나님의 일하심에 대한 메시지를 살필 때 그것을 비웃으면서 허구라고 여겨 거부한다. 우리가 아는 것처럼, 그리스도께서 어떻게 자신의 살을 먹으라고 내어줄 수 있는지 유대인들이 그분께 물었을 때가 바로 이 경우이다.

아브라함이 웃음을 터뜨리고 어떻게 백세나 된 남자와 아흔이 된 여자에게서 아이가 태어날 수 있는지 물었을 때, 그는 책망을 받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는 경이감에 사로잡혀 있으면서도 하나님의 말씀의 능력에 복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라 쪽에서 이와 비슷한 웃음을 터뜨리고 질문을 던졌을 때는 책망을 받았다. 왜냐하면 그녀는 하나님의 약속을 비현실적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각을 우리가 지금 다루고 있는 주제에 적용한다면, 아브라함의 칭의와 이방인들의 칭의가 정확히 같은 근원에서 나왔다는 점이 분명해질 것이다.

그러므로 유대인들이 이방인들의 부르심에 대해서 불합리하다고 강하게 항의하면, 그들은 자기 자신의 조상을 모욕하는 셈이 된다. 또한 우리 모두 아브라함과 같은 처지에 있음을 기억하자.

우리의 모든 상황은 하나님의 약속과는 반대된다. 그분은 우리에게 썩지 아니함을 약속하시지만, 우리는 부패와 타락에 둘러싸여 있다. 그분은 우리를 의롭게 여기신다고 선언하시지만, 우리는 죄로 온통 뒤덮여 있다.

그분은 우리에게 자비를 베푸시며 호의적이라고 증거하시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징후를 보면 그분의 진노가 곧 닥칠 것 같다. 그러면 우리는 어찌해야 하는가? 우리는 눈을 감고 우리 자신과 우리와 연결된 모든 것들을 무시해야 한다. 그 어느 것도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께서 진실하시다는 것을 믿지 못하게 방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믿음으로 견고하여져서

이것은 ‘아브라함이 믿음이 없어 하나님의 약속을 의심하지 않았다’고 바울이 말한 앞의 문장과 같은 의미로서, 그가 지조 있고 확고한 믿음으로 말미암아 불신앙을 극복했음을 암시한다.

하나님의 말씀을 무기로 삼고 거기에서 힘을 얻는 사람만 불신앙과의 싸움에서 승리자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바울이 덧붙인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라는 표현을 통해, 우리는 믿음으로 하나님의 진리를 증명하는 것이 하나님께 가장 큰 영광을 돌릴 수 있는 길임을 주목해야 한다.

반면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은혜를 거절하거나 그분의 말씀이 가진 권위를 손상시키는 것은 그분께 가장 큰 모욕이 될 수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하나님을 예배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순종하는 마음으로 그분의 약속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참 신앙은 믿음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