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빈주석 로마서
4장

로마서 4장 19절 칼빈 주석

그가 백세나 되어 자기 몸이 죽은 것 같고 사라의 태가 죽은 것 같음을 알고도 믿음이 약하여지지 아니하고 롬 4:19

믿음이 약하여지지 아니하고

우리는 이 어구에서 부정어를 하나 없앰으로써 다음과 같이 풀이할 수도 있다. “그는 믿음이 약해졌지만 자기 자신의 몸을 죽은 것같이 생각하지 않고” 그러나 이렇게 풀이해도 이 구절의 의미는 달라지지 않는다.

지금 바울은, 아브라함이 그 약속을 받는 것을 방해했을 수도 있고 그로 하여금 완전히 약속을 받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었던 그 상황을 좀더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라로부터 이삭을 얻을 것이라는 약속이 그에게 주어진 것은 그가 자연 이치에 따라 생식 능력을 잃어버리고 사라 또한 임신할 수 없게 되었을 때였다. 자

기 자신이나 주위를 둘러보아도, 그에게 보이는 것은 그 약속의 성취와는 반대되는 것들뿐이었다. 그래서 그는 자기가 볼 수 있는 것에 대해서 그만 생각하기로 했다. 이를테면, 하나님의 진리에 길을 내주기 위해서 자기의 변변치 못한 처지를 잊은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가 생식 기능이 없는 자기 몸에 대해서 아무 생각도 안 했다고 추정해서는 안 된다. 성경은 그가 오히려 다음과 같은 식으로 고민했음을 증거하기 때문이다.

“백세나 된 남자에게서 아이가 태어날까? 또 사라는 아흔이 되었는데 아이를 낳게 될까?” 그러나 그는 그러한 생각을 내려놓고 자기의 판단을 주님께 맡겼기 때문에, 바울 사도는 그가 ‘자기 자신의 몸을 죽은 것같이 생각하지 않았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자기에게 밀려드는 명백한 사실들에서 마음을 돌린다는 것은, 그러한 사실들을 전혀 숙고하지 않았다는 것보다 훨씬 더 믿음이 견고하다는 표시이다.

이 구절과 창세기 17, 18장은, 주님의 복을 받기 전에 아브라함의 몸은 이미 나이 때문에 생식 능력이 없어졌다는 점을 꽤 분명하게 입증한다.

그러므로 사라에게만 장애가 있었다고 어딘가에서 진술한 어거스틴의 견해는 인정할 수가 없다. 어거스틴으로 하여금 이런 해석을 의지하도록 만든 어처구니없는 반론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

그는 백세가 된 아브라함에게 생식 능력이 없다고 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나중에 그에게서 많은 자녀들이 태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바로 그런 역사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좀더 충분하게 보여주신 것이다. 전에는 마르고 시든 나무 같았던 아브라함이 하늘의 복으로 말미암아 기력을 되찾았을 때, 그는 이삭을 얻을 능력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마치 정력이 왕성한 나이로 되돌아가기라도 한 것처럼 나중에 다른 후손들을 낳을 수도 있게 되었다.

사람이 그 나이에 자녀를 낳는 것이 자연의 질서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라면서 이의를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런 일이 불가사의한 것이 아님은 나도 인정하지만, 그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평생에 걸쳐 아브라함을 지치게 만든 고생과 슬픔과 방랑과 고민이 얼마나 많았는지 또한 생각해보라.

그가 자기 나이 때문에 기력이 쇠해진 것 못지않게 그 고생으로 말미암아서도 지치고 기진맥진하게 되었음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의 몸이 아이를 낳을 수 없다고 한 것은 그의 몸 자체가 원래부터 생식 능력이 없었다는 뜻이 아니라 젊었을 때와 비교해볼 때 그렇다는 뜻이다. 인생의 절정에서 정력이 왕성한 때 생산 능력이 없던 사람이 그 기력이 쇠해진 지금에서야 생산 능력이 생기기 시작했을 것 같지는 않다.

‘믿음이 약하여지지 아니하고’라는 표현은, 우리가 불확실한 상황 속에 있을 때 믿음이 약해지는 것과 달리 아브라함은 마음이 흔들리거나 요동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이해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믿음에는 이중의 약점이 있다. 하나는 힘겹고 고통스러운 상황에 굴복하는 것으로, 이것은 우리를 하나님의 능력에서 떨어져나가게 한다. 다른 하나는 불완전함에서 나오는 것으로, 이것은 믿음 자체를 소멸시키지는 않는다. 인간의 지성(知性)이 아무리 많이 계발되었다 해도 여전히 무지한 부분들이 많이 남아 있다.

또한 인간의 심지(心志)가 아무리 견고해졌다 해도 여전히 많은 의심이 달라붙어 있다. 그러므로 믿는 자들은 육신에서 나오는 무지와 의심이라는 악과 계속해서 싸우게 된다. 이 싸움을 하면서 그들의 믿음은 때로 심하게 흔들리기도 하고 어려움을 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믿음은 결국 떨쳐 일어나 승리를 거두게 될 것이고, 그들은 믿음이 약한 중에서도 강건하였노라는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