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빈주석 로마서
3장

로마서 3장 31절 칼빈 주석

그런즉 우리가 믿음으로 말미암아 율법을 파기하느냐 그럴 수 없느니라 도리어 율법을 굳게 세우느니라 롬3:31

그런즉 우리가 … 율법을 파기하느냐

율법과 믿음을 대비해서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즉시 둘 사이에 양립할 수 없는 어떤 요소가 존재하는 것으로 의심한다. 그 둘이 서로 반대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의심한다.

이런 오해는 율법에 대한 잘못된 견해에 물들어 있는 사람들과 약속의 말씀을 무시한 채 율법에서 행위의 의만 추구하는 사람들 사이에 특별히 만연해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유대인들은 바울뿐만 아니라 우리 주님까지도 심하게 공격했다.

마치 그분이 율법의 폐기를 겨냥해서 말씀을 전하시기라도 한 것과 같다. 그래서 그분은 이렇게 항변하셨다. “내가 율법이나 선지자를 … 폐하러 온 것이 아니요 완전하게 하려 함이라”(마 5:17).

주님께서 율법을 폐하러 오신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은 의식법儀式法뿐만 아니라 도덕법에까지 확대되었다. 이는 복음이 모세의 의식들을 폐하고 있어서, 복음의 의도가 모세의 사역을 멸하는 것처럼 생각되기 때문이다.

또한 행위에서 나오는 모든 의를 제거하기에, 복음은 율법의 모든 증거들을 반대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자신이 의와 구원의 방도를 율법에 정해놓으셨다고 분명하게 말씀하신다.

그러므로 나는 이 구절에 나타난 바울의 변호가 의식법이나 도덕적 교훈이라고 불리는 것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율법 전체에 보편적으로 해당되는 것이라고 받아들인다.

도덕법은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을 통해서 참으로 확증되고 입증된다. 이는 인간에게 그들의 부정함을 가르치고 그들을 그리스도께 인도하기 위해서 도덕법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그리스도가 없이는 율법이 완전해지지 않는다.

율법이 옳은 것을 선포하는 것도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다. 율법은 과도한 욕망을 강화시키는 것밖에 할 수 없으며, 결국 인간으로 하여금 더 심한 정죄를 당하게 한다.

그러나 우리가 그리스도께 나아올 때, 첫째로 우리는 그분에게서 율법의 완전한 의를 보게 된다. 그리고 그 의는 우리에게 전가轉嫁됨으로써 또한 우리의 의가 된다. 둘째로, 우리는 그분 안에서 성화聖化를 보게 된다.

그 성화로 말미암아 우리의 마음은 율법을 지킬 준비를 갖춘다. 우리가 율법을 완전하게 지키지 못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는 그것을 목표로 삼고 나아간다. 의식들의 경우에 대해서도 동일한 논증을 펼 수 있다.

그리스도께서 오실 때, 이 의식들은 중단되고 사라지지만 그분으로 말미암아 진정으로 확증된다. 의식들은 본래 실체가 없는 그림자 같은 형상이다.

의식들을 그 목적과 관련시킬 때, 즉 그것들이 어떤 목적을 위해 제정되었는지 고려할 때만 우리는 그것들이 실체를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의식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그 목적을 이루었을 때, 그때 그것들은 가장 잘 확증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가르치는 방식을 통해 율법이 확증되도록 그렇게 복음을 전해야 함을 기억하자.

그러나 우리가 복음을 전할 때 그 토대가 되는 것은 오직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이 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