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빈주석 로마서
3장

로마서 3장 19절 칼빈 주석

우리가 알거니와 무릇 율법이 말하는 바는 율법 아래에 있는 자들에게 말하는 것이니 이는 모든 입을 막고 온 세상으로 하나님의 심판 아래에 있게 하려 함이라 롬3:19

우리가 알거니와

그는 이방인들은 제쳐두고 유대인들에게 분명히 말한다. 유대인들을 복종시키는 것은 훨씬 더 힘든 일이었다. 그들은 이방인들만큼이나 참된 의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언약이라는 망토로 스스로를 가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하나님께 택함을 받음으로 말미암아 세상의 다른 민족들과는 구별되었다는 사실이 자기들을 충분히 거룩하게 해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생각했다. 사실 여기서 바울은 그들이 언제든 도피 수단으로 삼을 수 있는 구실들을 언급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율법이 인류에 대해 어떤 부정적인 표현을 하든, 유대인들은 자기들이 인류가 공통으로 처해 있는 조건에서 제외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 표현들을 대개 이방인들에게 적용했기 때문이다.

만일 그들이 구별된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자기들 고유의 위치를 잃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분명 인류가 처한 공통적인 상황에서 제외되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들의 가치에 대한 잘못된 자만심이 그들에게 걸림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자기들에게도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내용을 그들이 이방인들에게만 제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바울은 여기서 그들이 제기할 반론을 예상하고는 성경이 선포하는 바를 근거로 다음과 같은 사실을 보여준다.

즉, 그들은 대부분의 사람들과 동일한 상태에 있을 뿐만 아니라 특별히 동일한 정죄 아래 있다. 우리는 바울이 이러한 반론을 논박하는 데 얼마나 신중한지를 본다.

사실 율법이 유대인에게가 아니라면 누구에게 주어졌는가? 또 율법은 유대인들을 교훈하기 위한 수단으로 지정된 것이 아닌가?

그러므로 율법이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진술하는 내용은 부수적인 것 혹은 경구警句에서 말하는 것처럼 ‘파레르곤’(parergon, 부속물, 첨가물)에 불과하다. 율법의 교훈은 그것을 배우는 사람들에게 주로 적용된다.

무릇 율법이 말하는 바는 율법 아래에 있는 자들에게 말하는 것이니

그는 율법이 유대인들을 위해서 정해진 것이었다고 말한다. 여기서 율법이 엄격히 말해 유대인들과 관련된 것이라는 당연한 결론이 나온다.

바울은 ‘율법’이라는 말에 선지자들도 포함시킨다. 즉, 구약 성경 전체를 가리키는 것으로 율법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이는 모든 입을 막고

즉, 모든 책임 회피와 변명의 근거를 막기 위해서라는 뜻이다. 이 은유는 법정에서 따온 것이다. 법정에서는 피고가 합법적인 변호로 진술할 내용이 있을 경우, 자기에게 제기된 혐의를 풀기 위해 말할 수 있게 해달라고 허락을 구한다.

그러나 피고가 양심의 가책을 느낄 경우, 그는 침묵하며 아무 말 없이 유죄 선고를 기다린다. 그는 자신의 침묵으로 말미암아 이미 유죄 선고를 받은 셈이다.

욥기 40장 4절에 나오는 “나는 … 손으로 내 입을 가릴 뿐이로소이다”라는 표현도 이와 동일한 의미를 지닌다. 여기서 욥은 자기에게 어떤 변명거리가 있기는 하지만, 자기 변호를 그치고 하나님이 내리시는 판결에 따르겠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심판 아래에 있게 하려 함이라

이것은 앞의 어구에 대한 설명이다. 꼼짝없이 유죄 선고를 받아서 도무지 발뺌을 할 수 없는 사람은 그 입이 막히기 때문이다.

다른 성경 본문에 보면, 주님의 면전面前에서 침묵하는 것은 그분의 위엄 앞에 떠는 것이고 그분의 찬연한 빛을 보고 놀라서 아무 말도 못하고 서 있는 것이다.